조인학 편집장과 함께하는 역사산책 (12)

Darmstadt: Ludwig 가의 영광과 비극이 한자리에 ⑤

헤센다름슈타트 대공국과 Ernst Ludwig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산책은 사건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역사서가 아니라, 당시의 사람들 그들의 삶속으로, 그들의 경험했던 시대의 현장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기쁨과 좌절을 함께 공유하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

또한 작은 벽돌 한 장, 야트막한 울타리, 보잘 것 없이 구석에 자리 잡은 허름한 건물의 한 자락이라도 내 자신이 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곧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따라서 역사산책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일뿐만 아니라, 동시에 내 삶의 터전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대공국 시대의 다름슈타트

1806년 유럽, 특히 오늘날 독일지역에서는 정치적으로 격변의 해였다. 1000년 가까이 건재했던 신성로마제국은 해체되고, 그 휘하 300여 지역 영주들은 30여개의 제후국으로 재편된 해였다.

헤센 백작령도 주변 다른 백작령을 합병하여도 헤센-다름슈타트 대공국으로 변화하였고, 그 수도를 다름슈타트로 정하였다. 이제 다름슈타트는 백작령의 영지, 백작의 거주지에서, 대공국(대공국은 국가와도 등치된다)의 어엿한 수도로 자리 잡고,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게 된다.

백작령의 마지막 영주인 루드비히(Ludwig) 10세는 대공국으로 변화한 뒤, 자신을 루드비히 1세로 개칭하고, 이후 헤센-다름슈타트 대공국의 대공은 그의 직계후손인 루드비히 2세(1830-1848), 3세(1848-1877), 4세(1877-1892) 그리고 에른스트 루드비히(1892-1918)로 이어진다.

이들 5명의 대공들은 최초의 헌법 반포, 독일에서 가장 앞선 박물관 건축, 일반인들을 위한 공원건설,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지난 다름슈타트공과대학 설립, 당시 최신 예술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Darmstädter Künstlerkolonie 설립 등 독일 내 다른 대공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친화적인 정책들을 펼쳐나가며 오늘날의 다름슈타트를 건설하였다.

이제 대공국 시대의 다름슈타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Residenzschloss

시장광장(Marktplatz)을 건너편에는 다름슈타트를 상징하는 또 다른 건축물은 다름슈타트궁전(Stadtschloss)이 자리 잡고 있다.

다름슈타트는 13세기 중반부터 Katzenelnbogen 백작이 통치하는 영지였으며, 1479년부터는 Hessen 백작가문의 통치하에 들어갔으며, 1806년 헤센-다름슈타트 대공국으로 이어져 1918년까지 그 맥을 이어왔다. 이러한 다름슈타트의 모든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이 바로 다름슈트트궁전으로 백작령 시대부터 대공시대까지 백작과 대공들이 거주하였던 궁전으로 레제덴츠궁전(Residenzschloss)이라고도 부른다.

다름슈트트궁전은 1330년 도시의 권한을 부여받은 뒤 처음으로 사료에 나타나고 있는데, 1200년대 Katzenelnbogen 백작령시대 군사적 용도의 성으로 지어졌다. 이후 1479년부터 Hessen 백작가문으로 넘어갔다.

오늘날 모습의 궁전은 Ernst Ludwig 백작에 의해 건축되었다. 헤센-다름슈타트 대공국의 마지막 대공인 에른스트 루드비히와 이름이 같았던 이 백작은 프랑스 군의 침입으로 큰 피해를 입은 궁전을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하게 된다.

궁전의 정면은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이고, 뒤편은 높은 성벽으로 보호하며 성벽 밖은 해자가 있던 자리도 남아 군사적 목적이 있었음을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궁전 내부도 전쟁 후 복구가 잘 되어 오늘날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남아있으며, 내부는 박물관(Schlossmuseum)으로서 대공이 거주하던 당시의 화려한 방들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으로 사용하지 않는 나머지 건물들은 다름슈타트공과대학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름슈타트궁전 옆 Friedensplatz에는 보오전쟁 당시 헤센군을 이끌며 무용을 크게 떨친 에른스트 루드비히 대공의 아버지인 루드비히 4세의 청동 기마상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Hessisches Landesmuseum Darmstadt

궁전의 오른쪽에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박물관 중 하나인 Hessisches Landesmuseum Darmstadt(HLMD)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HLMD는 독일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이며 예술, 문화 및 자연사 분야 등, 광범위한 자체 컬렉션을 보유한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이 박물관은 시초는 1820년 Hessen-Darmstadt의 대공 Ludwig I세가 자신의 예술품과 자연물 컬렉션을 Hessen-Darmstadt 공국으로 소유권을 넘기며 시작되었다. Ludwig I세는 황태자시절부터 당시 유럽을 풍미하였던 후기 계몽주의에 심취하였고, 자신의 소장품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그는 가문의 소장품을 “고대사 유물, 기술사, 자연사, 예술작품”으로 구분하였고, 각 영역별로 소장품들을 확대해 나갔다. 이어 Ludwig I세는 이들을 보존 전시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을 결심하게 된다.

1600년대부터 해센-다름슈타트 백작가문이 수집했던 다양한 문화재로 구성된 대공의 소장품들은 레지덴츠궁전에 보관되었다가, 1817년 새로운 대공의 궁전으로 옮겨져, 당시 자연과학계의 거두인 Johann Jakob Kaup에 의해 연구, 분류되었다.

1820년 대공국으로 소유가 이전된 컬렉션은 이후 점차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이들을 보존, 전시하기 위한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이 더욱 강화되었고, 마침내 박물관 건축 공모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박물관 건립시도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마지막 대공인 에른스트 루드비히(Ernst Ludwig)에 의해 완성되게 된다.

1897년에 시작된 박물관 건축은 10년가량의 건설과정을 마친 뒤 1906년 11월 27일 마침내 개관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건물 내부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회랑, 고딕 양식의 교회 및 중세시대의 내부정원으로 장시되어 있어 역사적 흐름을 살펴볼 수가 있으며, 1912 년부터 Heinrich Jobst가 디자인 한 두 개의 깃대와 두 개의 청동 사자가 HLMD의 상징으로 박물관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박물관 소장품들은 나치시대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미술사 컬렉션, 특히 그래픽 컬렉션과 독일 표현주의 회화의 소장품은 나치 시대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또한 박물관 건물은 제 2 차 세계 대전 중 폭격으로 심하게 손상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중요 소장품들은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였기에 폭격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쟁 피해를 복구한 HLMD는 1955 년에 재개관하였다. 이후 Joseph Beuys, Blinky Palermo 작품 등 광범위한 작품들이컬렉션에 추가되었으며, 특히 지질-고생물학 컬렉션은 Messel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로 대폭 확대되었다.

HLMD는 2007년 9월 30일부터 박물관 본관은 광범위한 건축 및 개조 작업을 거쳐 2014 년 9월 13일에 재개장되었다.

Herrengarten

Hessisches Landesmuseum Darmstadt 바로 옆에는 다름슈타트 시민의 가장 즐겨 찾는 휴식처인 Herrengarten이 있다.

다름슈타트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이 공원은 역사는 1500년대로 올라간다. 1567년 백작 게오르그 1세는 다름슈타트궁전(Residenzschloss) 주변의 3개의 큰 정원과 다수의 작은 정원을 합쳐 오늘날의 Herrengarten을 조성한다. 이후 1600년대에는 공원을 감싸는 담이 건축되고, 1600년대 후반부에는 당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행하였던 바로크식 공원으로 변화하게 된다.

오늘날의 Herrengarten의 모습은 백작 루드비히 9세의 부인인 Karoline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녀는 1766년 바로크식 공원을 영국식 공원으로 개조하였다. Herrengarten는 대공국시대인 1811년 대공 루드비히 1세에 의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이후 다름슈트트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공원 안에는 karoline의 무덤, 참전군인 기념탑, 청년 괴테 청동상, 그리고 마지막 대공 에른스트 루드비히의 딸 Elisabeth 공주의 기념비가 자리 잡고 있다.

루드비히 9세의 부인인 Karoline은 예술에도 조예가 깊고, 이를 적극 권장하여 당대 독일 지성들은 다름슈타트를 즐겨 찾곤 하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괴테였다. 괴테는 그의 프랑크푸르트 시절(1771-1775)에 다름슈타트를 즐겨 찾았고, Karoline과도 매우 가까운 친분을 맺게 된다. 바이마르공국의 황태자 August에게 괴테를 소개해 준 사람도 Karoline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후 괴테는 바이마르에서 평생을 보내며, August 대공과 함께 바이마르공국의 황금시대와 독일 지성을 만개하는 역할을 한다.

괴테에 의해 위대한 ‘백작부인(Große Landgräfin)’이라는 칭호를 얻은 Karoline은 죽기 몇 주 전 스스로 자신의 영원한 안식처로 Herrengarten을 지정하고, 1774년 4월 3일 이 곳에 묻히게 된다. Karoline의 무덤은 공원 정문에서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다.

청년 괴테의 청동상은 공원 중앙에서 오른 편에 위치하고 있다. 1903년 에른스트 루드비히 대공에 의해 세워진 괴테의 청동상은, 괴테가 청년시절 다름슈타트를 자주 방문하며, 다름슈트트의 문학, 예술적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을 기리고 있다.

특히 고대(그리스, 로마) 청동상의 규범에 따라 옷을 걸치지 않고, 육체를 모두 들어내고 있는 청동상이다. 이 청동상은 두 기둥이 받치고 있는, 마치 고대 신전과도 같은 분위기 속에 우뚝 서있다.

Elisabeth 공주의 기념비는 공원 입구 왼쪽 편에 자리 잡고 있다.

“다름슈타트 공국의 어린이”로 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던 Elisabeth 공주는 1903년 8살의 나이로 여행 중 사망하게 된다. 그녀의 죽음은 대공가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다름슈타트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더욱이 에른스트 루드비히의 형제와 부모의 비극을 잘 알고 있던 다름슈타트 시민들은 어린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한 Elisabeth 공주를 애도하기 위해 기념비를 제작하였고, 1905년 10월 25일 Herrengarten에서 열린 기념비 제막식에는 10,000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하여, Elisabeth 공주를 추모하였다. 루드비히 에른스트 대공 가족의 비극에 대해서는 ‘다름슈타트 역사산책’ 마지막 회에서 자세히 다루게 된다.

공원 북쪽에 위치한 참전군인 기념탑(Prinz Emil-Veteranen-Denkmal)은 1792년부터 1815년까지 헤센-다름슈타트 백작령과 대공국을 위해 참전한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탑이다.

1852년에 완성된 기념탐은 원래 Marienplatz에 세워졌었으나, 1902년 현재 자리로 이전되었다.

Haus der Geschchte

Herrengarten에서 나오면 왼쪽 편으로 전형적인 19세기 후반의 웅장한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오늘날 문서보관소(Hessische Staatsarchiv)fh 사용되는 Haus der Geschchte이다.

이 건물은 1817년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가인 Georg Moller가 신고전적주의에 입각하여 궁정극장(Hoftheater)으로 지어졌으며, 1878년 오늘날의 모습으로 개축되었다.

Georg Moller는 대공국 초기 대부분의 공공건물을 건축하였기에, 다름슈타트 시내에는 그가 설계, 건축한 다수의 건축물들이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마인츠 국립극장도 그의 손에서 완성된 바 있다.

다름슈타트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건축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Moller뿐만 아니라, 에른스트 루드비히 시대의 비엔나 출신 Olbrich, 그리고 현대에서는 Hundertwasser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거장들의 작품들을 통해 다름슈타트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역사산책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아쉽기만 하다.

2차 세계대전에서 큰 피해를 입은 Haus der Geschchte는 긴급 보수를 거쳐 그 형태를 유지하는 정도로 보존되어오다,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시행된 복원사업을 통해 오늘날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헤센-다름슈타트 대공국의 마지막 대공인 에른스트 루드비히의 역작들이 모여 있는 Mathildenhöhe로 이동한다.

1204호 20-21면, 2021년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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