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숙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 세미나, 나도 시를 쓸 수 있다.”

“수수깡 울타리를 타고 올망졸망 올라 꽃망울을 터뜨린 연분홍 나팔꽃이 수 만리 하늘 길을 따라 이곳에 뿌리를 내렸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겁도 없이 쇠 울타리를 타고 오르고 올라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나팔 꽃.

행여 저 멀리 고국 땅이 보일까, 더 오르고 싶어 안간 힘을 다하고 있는데 그 옆을 지나던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푸드득 날개 짓을 한다. 깜작 놀란 나팔 꽃잎들이 부르르 몸을 떠는 순간,

키다리 코스모스가 “용용 죽겠지!!” 고소한 듯 한들한들 춤을 추네.“

나팔꽃과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군락을 이루고 꽃들의 전쟁 애니메이션 한 장면이 연출되는 재독문화예술협회 진경자회장 소유 정원에서 벌어진 고즈넉한 한낮 가을 풍경이다

“권영숙 작가와 함께하는 문학 세미나,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라는 직접 손으로 쓴 요즈음 보기 드문 현수막이 시선을 끄는 9월20일 금요일 14시, 프랑크푸르트 소센하임 그린벨트 정원에서 문예협 주최 문학세미나가 열렸다.

어쩌면 오늘 문학세미나 주제와 무척 어울릴 만큼 확 열린 야외 공간에서 이름 모를 풀 벌레소리와 자연의 하모니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 한편의 시어를 떠 오르게 하는 분위기가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예정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김성태 부회장의 사회로 문학세미나는 문을 열었다.

진경자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곳저곳에서 많은 행사가 열리고 꼭 참석을 해야 할 곳도 많은데 모두 제쳐 놓고 오늘 이곳을 찾아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 말문을 열었다.

가을은 누구나 시를 쓸고 싶은 감성이 흐르는 계절이라고 했으며 오늘 문학 세미나를 경청하시고 삼행시 짓기에 많은 분의 응모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총영사관 교육원 최영규원장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을 주제로 한 시 한편이 원어와 함께 암송,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놓아주소서.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ß die Winde los. …

유창한 발음으로 한결 분위기를 고조시킨 시 암송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권영숙작가의 문학세미나에 앞서 전성준고문의 간단한 내빈소개가 있었다.

30여분 진행 된 권영숙 작가의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문학 강의는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희로애락을 한편의 시로 남길 수 있는 문학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글로 표현하느냐 하는 점에 모두 망설이고 두려워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게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시라고 정의를 내렸다.

강의가 끝나고 김한숙, 김명희, 박승숙 등 문예협회원들의 자작시 낭독이 있었다. 김한숙작가와 김명희작가는 이미 한국에서 문예지에 등단을 했고 박승자회원은 아직 등단을 뒤로 미루고 습작에 열중하고 있다.

다시 이어 특별 초대한 ‘비욘드 스타일’의 장미경원장의 간단한 머리 손질에 대한 재치가 번뜩이는 유머를 섞어 가며 흥미진진한 일상생활 속에서 머리 손질에 대한 열띤 강의가 있었다.

머리 손질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단풍 잎 시제가 내 걸렸고, 너도 나도 삼행시 짓기에 20여 명이 접수를 했으나 최종으로 일곱 분의 작품을 선정 즉석 전시를 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응모작품 중 단연 시선을 모은 삼행시는 박은자씨의

<단풍 고운 계절이 왔네>

풍요로운 계절이 왔네.

잎들은 마음이 서럽겠다.

나무랑 헤어져야 하니까…

로 선정되었다. 그 외 작품은 재독한인문화예술협회에서 앞으로 발행 예정인 책자에 발표하기로 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푸짐한 음식과 다과로 하루를 즐겁게 지낸 참석자 여러분은 자리를 뜰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누며 일찍 땅거미가 지는 가을날을 아쉬워했다.

기사제공: 재독한인문화예술협회

2019년 9월 27일, 1140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