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미래포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전망” 심포지엄 개최

정치 문화 환경 전문가들이 본 한반도의 미래와 유럽에서 한반도까지 특별열차- 유라시아 익스프레스

칼스루에. 한반도미래포럼 의장 김효성은 11월 16일 칼스루에 프린츠 막스 팔레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전망”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캉스루에 지역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한반도미래포럼 행사였는데, 칼스루에와 그 인근 지역인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개최되었다.

조윤경, 김병구 회원의 독일어 및 한국어를 겸한 공동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칼스루에 지역 문학계를 이끄는 슈미트-베르그만(Prof. Dr. Hansgeorg Schmidt-Bergmann, 칼스루에 문학박물관장)씨가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이날 있을 행사의 성공을 바라는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어 한반도미래포럼 김효성 의장이 좌중의 앞에 섰다.

그는 미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바, 이같은 행사를 칼스루에 문학박물관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각각 전문분야의 발표자들과 그에 따른 발표 주제들을 일일이 소개하였다. 이들은 한국 출신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조성형감독을 비롯하여 환경및 자연보호연맹 BUND의 대표 바이커씨, 극동 정치경제 전문가 브로벨씨,유라시아 익스프레스 대표 모헬씨 등이다.

죽음선에서 생명선까지의 녹색띠

심포지움의 첫 주제발표 순서는 독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가 바이거(Prof. Dr. Hubert Weiger, BUND 회장)씨였다. “죽음선에서 생명선까지의 그린벨트”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그는 독일통일 어언 30년을 맞으며 환경과 자연보호 연맹 BUND(Bund Fü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를 기초하고 지금껏 이끌어 온 수장으로서의 경험을 들려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한반도 군사분계선 지역의 미래 환경및 자연보호 정책에도 도움이 되기에 충분한 내용의 강의를 이끌었다.

독일의 환경 및 자연보호 연맹 BUND는 지난 1970년초에 생겨났으며 정치와 경제에서 정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자발적인 민간단체이다. 그러면서도 환경과 자연보호라는 뚜렷한 취지아래 독일의 이러저러한 환경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현재까지 12500km에 달하는 그린벨트를 확보한 쾌거를 이룬 BUND는 독일통일 전에도 옛 동독의 환경단체와 교류를 하며 통일이 되면 환경과 자연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해 의견교환을 지속해 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간 교류하고 계획한 것보다 훨씬 극적이고 빠르게 통일이 되고 필요가 없어진 장막도 마구 부숴버렸다. 통일이 되었을 때, 자못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그 누구도 허문 장벽 그 자리를 보존할 생각도 하지 못할 때 1989년 12월 9일, 당시 동서독의 자연보호 관련자 40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로써 녹색띠(Gruenes Band)라는 단체가 세상에 처음 나오게 되었다.

이들이 이룬 주요 환경사업 가운데 하나가 옛 동서독 간의 철의 장막이 쳐졌던 길이 1700km를 녹색띠로 지정하는 것이다. 오늘까지 동서독 간의 전체 경계선의 3분의 2가 그들의 노력으로 보호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남은 3분의 1도 환경보호지역이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다.

이날의 주제인 죽음선에서 생명선까지의 그린벨트 즉 녹색띠는 바로 이러한 의미였다. 즉 장벽을 세운 당시 동독 쪽의 군사분계선엔 다량의 살인적인 지레도 같이 묻었기 때문에 죽음의 선이라 하였고, 통일 후 장벽과 분계선을 없애며 지레까지 캐어낸 뒤에는 생명의 선이 되었다 하였다.

바이거씨는 이날, 독일 통일 후 지난 30년간의 변화를 담은 수 많은 사진자료와 현황을 집계한 도표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그들 환경단체가 가진 이상과 오는 2025년까지 진행될 신생 친환경프로젝트인 ‘녹색띠 교차로(Quervernetzung Grünes Band)’도 소개하였다.

“경계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뿐, 자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피력한 바이거씨는 정치적 단절로 인해 되려 지속될 수 있었던 동식물의 서식지가 미래에도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였다. 우리나라의 환경단체와는 이미 지난 4대강개발의 오류에 대한 의견교환을 하는 등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며 독일 통일 후의 녹색띠 즉 그린벨트 지정의 경우를 참고하여 한반도 DMZ 환경과 자연은 미래에도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미리미리 계획할 것을 당부하였다.

김정은의 협상의도를 알아챈다면, 그에 대처할 자세

극동아시아 전문 경제학자인 브로벨(Prof. Dr. Ralph M Wrobel)씨가 두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다.

대학교수로 있는 작센 츠벡카우로부터 이날 행사를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온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2018-19년의 북한정치, 김정은의 목표, 북한정치의 변화, 한반도 주변정세 등으로 주제를 분류하였다.

먼저 그는 “북한, 끝나지 않을 역사인가?”라는 질문을 제시하면서 지난 몇 년간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 간에 오간 갈등과 극적인 상봉의 기록을 되돌아보았다. 초유의 세기적 관심을 일으키며 성사되었던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과, 그 이전에 이들 만남의 마중물 역할이 되었던 남북한 대표의 판문점 만남도 사진과 함께 곁들였다. 전 세계가 그날의 생중계를 지켜보았는데 특히 당시 김정은이 남북 경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발걸음을 떼던 장면에 대한 소감도 나누었다.

미사일, 핵무기를 매개로 격화되었던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세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마치 당장이라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한 것처럼,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것처럼, 더 나아가 한반도가 통일이 당겨질 것처럼 술렁거렸다. 그러나 이들의 역사적인 만남을 중계하던 미국의 CNN은 “겉 미소에 가려진 독재자의 함성인가?”라는 뜻밖의 질문했었다. 다소 냉소적인 제목의 이 표현은 이들이 두번째 만난 하노이 만남에서 적중되었는데, 백악관의 실무자들은 CNN보다도 북한의 실체를 더 몰랐었던 게 아닌가 라며 브로씨는 꼬집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목표는 어디에 있는가, 그는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에게 미국이 예상 밖의 압력과 제재를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려 든다면, 우리 또한 다른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의 말을 분석해 보면 “그렇다면 정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동해를 향해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하였다. 비슷한 형태로 군림하다가 미국으로부터 제거된 독재자들 즉 리비아의 가다피와 이라크의 후세인의 행로를 따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대신 어찌 되었든 간에 핵보유국의 국제적 위상을 가지려는 김정은의 의도로 읽었다 한다.

엘리트 인민과 잘 훈련된 정예 군대를 정치군사적 기본으로 삼고 있으나 나라 안팎 경제 상황은 지난 2017년에 채택된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 이후 힘든 고비를 맞고 있다. 그러므로 김정은은 원유수입제재, 천연가스 수출입금지, 북한산 섬유수출제재, 인민의 외화벌이 제한 등의 제재의 이완 또는 폐지를 강력히 갈망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외교 정책 목표는 먼저 남한과는 평화협정, 미국으로부터의 정권의 안정보장,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인정 등이다. 김정은의 이러한 목적 지향성을 제스처로 볼까 아니면 그래도 그에 맞는 눈높이로 협상을 해야 할까.

위협과 이완을 되풀이하는 기존 북한의 정책으로 그동안 이득도 챙겨 왔다. 그러나 이것 또한 이미 힘들대로 힘들어진 국제정세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달하였다고 브로벨씨는 본다. 그러니 남한이 군축을 하면 도발의 가능성이 높으니 북의 도발에 대한 변함없는 군사력 강화와 북에 대한 제재를 고수할 것을 주장하였다.

영화인의 눈에 들어 온 북한의 현주소

잠시의 휴식이 끝나고 이날 행사의 가장 주목받은 조성형(영화감독,자브리켄 예술대학 교수)씨의 발표시간이 되었다.

다큐멘트리 영화감독으로서 다수의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여 명성을 얻은 그는 영화 촬영을 위해 북한을 9번이나 다녀왔는데 이날은 “지금 평양은-영화인이 본 북한의 변화상(2012-2019)”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첫 북한행(2012)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그는 느닷없이 자신의 국적포기에 대한 일화를 전한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누가보아도 부산사람인 그가 북한에서의 영화작업을 그러한 단행을 하였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이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 학교교육 혜택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그 역시 북한에 대해 ‘북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그러므로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떠난 첫 북한행에서 뜻밖의 놀라움을 가졌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였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꼬마여자아이와 대동강가의 낚시꾼, 길거리의 자전거수리공, 구멍가게, 외국인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아이들, 멋쟁이 뾰족구두를 신은 젊은 여인 등이 바로 그 실체인데 직접 찍은 사진들도 함께 공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첫 북한행에서 그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북한인들의 생활은 체제의 통제를 받을까?”, “당조직이라는 게 있을까?”, “강이나 풀밭의 여유로운 사람들의 과연 누구이며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일까?” 등이었다고 한다.

“보통 북한인들의 일상이 어떤지, 북한이라는 특별한 체제에서 과연 ‘보통’이라는 것이 있을까, 어떤 직업군이 있으며 어떤 일을 할까, 주당 며칠을 일하며 하루 노동시간은? 여가시간은 있을까? 있다면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낼까?, 개개인의 생활은 누가 정할까 개인 혹은 공산당? 북한은 절저한 폐쇄에서 개방으로 가는 과도기일까? 마치 옛 동독처럼 변화에 직면한 것은 아닐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농부 공장노동자 기술자 군인 교사 학생 화가 등이었다.

원유수입이 허락되지 않는 북한의 대체에너지도 알아보았다. 농촌과 주거아파트 자동차에 태양열에너지를 쓰고, 메탄가스와 풍력을 농촌에서, 지열은 학교와 수영장 축구교실 등에서 썼다. 그 외에도 북한 사회는 의외로 자유로운데 길거리에 나와서 자전거수리공이 수리를 하며 직접 구운 과일 빵을 파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외국인을 만나도 긴장하지 않고 남한에 대한 적대감도 없다.

평양에서 열렸던 국제영화제에는 (남한을 제외한)각국의 수 많은 영화와 영화인들이 참가를 했었다고 한다. 그 곳에서 만난 영화인들은 여느 다른 나라의 영화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조성형씨는 그곳에서 만난 북한의 모 감독과 의기투합하여 북한 텔레비전 방송사의 연속극을 공동작업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유럽발 금강산열차 유라시안 익스프레스

“세계에서 제일 오랜 기차여행, 모스크바에서 평양까지”는 모헬(Helmut Mochel, Eurasia Train & Tours 대표)씨가 들고 나온 제목이다. 그는 이날 행사의 마지막 발표자였는데, 일찌기 청년시절부터 폴란드와 러시아 평원을 가로질러 극동으로 가는 열차여행을 꿈꾸었다. 꿈꾸지를 꾸준히 지속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는 여러 번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입지전 적인 여행을 한 바 있는데, 그 가운데 1988년에 한 유라시아여행은 하나의 기관차로 한 가장 긴 여행이라 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스위스산 특별열차 ‘노스탈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Nostalgie Orient Express)’로 취리히- 파리- 베를린- 바르샤바- 모스크바- 트란집- 하얼빈- 북경- 홍콩까지 이르는 무려 16000km에 달하는 여행거리가 그것이다.

이 외에도 그는 세계 각국으로 기차여행을 한 그에 의하면 세계의 기차 선로 트랩넓이에 대략 2가지가 있는데, 유럽과 러시아 등에에 깔린 기준트랩과 그에 비해 조금 넓은 중국과 북한에 깔린 것이 있다. 유럽에서 출발할 유라시안 익스프레스는 그에 맞는 기차바퀴의 축(Achse)을 직접 싣고가서 지역에 맞는 것으로 그때그때 갈아 끼우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그리하여 모헬씨는 모스크바에서 평양을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다른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열차가 지나는 곳의 문화와 특산물도 맛보는 ‘느린 여행(Slow Travel)’ 상품을 내놓음과 동시에 오는 2021년에 유라시안 익스프레스 즉 유럽을 출발하여 아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중 모스크바 발트해 블라디보스톡을 지나 금강산까지 이르는 특별열차를 준비 중에 있다. 유럽에서 금강산까지의 기차표 한장의 가격은 5천유로에서 1만 유로 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하였다.

우리나라산 맥주와 각종 음료, 김밥 등이 무료로 제공되는 가운데 열렸던 행사가 막을 내리자, 주제발표자들을 둘러싼 무리들의 질의응답이 끊일 줄을 몰랐다. 칼스루에 지역에서는 이 같은 성격의 행사가 거의 처음으로 열린데다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뜨거웠다고 보았다.

이날 객석을 차지했던 샤웁(Dr. Nobert Schaub)씨는 행사의 내용이 기대이상으로 알차서 긍정적인 놀라움이 컸다 하였고, 브레히트 연구의 대가이자 작가인 크노프(Prof. Dr.Jan Knopf)씨는 마치 대학 강의실을 방불할 만큼 한반도의 현상황에 대해 배운 바가 크다고 하였다.

이영수기자 karlsruhe-lee@hanmail.net

2019년 11월 22일, 1148호 20-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