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한인부부 코로나 19관련 조롱·폭행 당해

한인부부는 경찰 태도에 더 분노

한국 유학생 부부가 독일 수도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인종차별과 성희롱을 비롯해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은 4월 25일 새벽 베를린의 지하철 안에서 일어났다. 마스크를 쓰고 있던 유학생 부부에게 이때 같은 칸에 타고 있던 독일 남성 3명과 여성 2명은 ‘코로나’라며 인종 차별적 발언을 했다.

유학생 부부는 곧바로 불쾌한 내색을 했지만 한 남성은 “코로나, 해피 코로나 데이, 코로나 파티”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반복되는 조롱이었지만 아무도 이 상황을 제지하지 않았고 같은 무리에 있던 2명의 여성은 이 상황을 즐기며 폭소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더 심각해졌고 이 남성은 부인 김 모씨에게 “섹시하다”, “결혼은 했느냐”라고 말하면서 손을 입술에 가져가며 키스하는 행동을 취한데다 혀를 날름거리기도 했다.

유학생 부부는 이 상황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같은 무리의 남성이 김 씨를 여러 차례 밀치고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면서 팔뚝과 손목을 세게 잡았다. 이들은 부부에게 침을 뱉는 등 계속 폭력을 가했다. 지하철 기관사는 소란이 일어난 것을 인지하고 페어베를리너플라츠역에서 지하철을 세운 뒤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유학생 부부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가해자 편에 섰다. 출동한 경찰관은 오히려 함께 조롱하던 여성 2명에게 “인종차별자라고 부르지 말라”며 부부에게 주의를 줬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독 한국대사관 콜센터에 도움 요청

이에 유학생 부부는 현장에서 주독 한국대사관 긴급콜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통화 후 경찰관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것들이 그제야 모두 고발이 가능하다고 했고 사건 접수 서류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계시다. 용기를 내어 이번 일을 해결하려고 하니 부디 타국에서 열심히 인종차별과 성범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저를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달라”며 “이 문제가 사회에 널리 퍼지고 알려질수록 우리와 우리의 가족이 더욱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해결을 하고 싶은데 아는 것이 많지 않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메시지로 말씀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독일 유학생 부부 인종차별 폭력 사건 경찰 접수 서류 (사진출처: 피해자 김씨의 페이스 북)

2020년 5월 1일, 1169호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