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마이크로프로텍트 법인장의
보험 상식 (6)

책임보험(Haftpflichtversicherung) (2)

지난번에 시작한 책임보험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사례를 살펴보면서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빌린 물건 파손

A는 친구 B에게 카메라를 빌려서 여행을 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A는 여행 중 카메라를 떨어뜨려서 파손하였다. A는 B에게 카메라를 수리하여 돌려주기로 하였다. 큰 수리비로 걱정을 하던 A는 예전에 가입했던 책임보험이 생각났고 보험사에 사건을 접수하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보험사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회신하였다.

책임보험은 타인의 재물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보장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사건도 당연히 보험에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물건을 빌려서 발생한 사고는 책임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몇 가지 상황 중 하나이다.

이유는 보험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파손하였고, 주변에 책임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물건의 주인은 보험 가입자와 짜고 보험 가입자가 물건을 빌려 가서 파손한 상황으로 보험접수를 할 수 있다. 보험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조작된 사건들이 증가하고 보험금이 지급될 경우, 손해율이 높아지고 책임보험 가격은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선량한 가입자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이런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 약관에 몇 가지 보장하지 않는 상황을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보험사에 따라 빌린 물건에 대한 사고를 보장하기도 한다. 물론 보장 범위가 넓기 때문에 보험가격은 비교적 높다.

남을 도와주다가 발생한 사건

C는 주말에 이사를 할 계획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고맙게도 몇 명의 친구들이 시간을 내주기로 하였다. 도와주러 온 친구 중 D가 혼자서 TV를 옮기다가 그만 실수로 TV 화면을 파손하였다. D는 많이 당황하였고 이를 본 C는 D에게 괜찮다고 하며 안심시켰다. 이사를 모두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C는 책임보험에 가입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다음날 아침 보험사에 연락하였다.

보험사에서는 ‘호의로 남을 돕다가 발생한 사고’는 법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책임보험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남의 물건을 파손했지만 타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이런 경우에는 물건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임보험에서 보장하는 상황은 손해배상 책임이 전제돼야 하는데 보험회사에서는 사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호의로 도와줬다고 하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물건을 파손하였을 경우는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다. 그러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는 보험에서 보장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호의로 인한 사고 역시 보험회사가 특약으로 보장한다. 일반적으로 저렴한 보험상품일수록 호의로 인한 사고를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월 몇 유로를 더 비싸더라도 호의로 인한 사고를 포함하여 가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스포츠 경기 중 발생한 사건

E 씨는 축구 클럽에 등록하여 매주 토요일 운동을 하고 있다. 한 번은 경기 중 볼을 차려 다가 공을 뺏으러 들어온 수비수의 발을 차버렸다. 수비수는 고통을 호소하였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검사 결과 발등을 다쳐서 향후 몇 주간 깁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E 씨는 문병을 다녀왔지만 미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E 씨는 책임보험에 가입해 있었고 보험사에 문의하였다.

보험사에서는 축구, 농구 경기와 같이 상대방과 같은 공간에서 접촉이 일어나는 스포츠는 간혹 부상을 유발하지만 경기 중 정상적인 행동으로 발생한 사고는 손해배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즉, 다수의 선수들이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고, 경기에 참가하는 자는 예상되는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기 때문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례(BGH NJW 2003, 2018, BGH vom 27.10.2009, VI ZR 296/08)를 살펴보면, 운동하는 사람이 심각한 규칙위반을 하지 않았다면, 경기에 참여하던 중 사고가 난 경우에 손해배상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경기일수록 상대방의 안전을 지켜주며 경기를 해야 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제한적으로 손해배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는 손해액(병원비, 위자료, 휴업 손실 등)의 일부라도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따져야 보거나 어려울 경우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스포츠 활동 중 사고를 전문으로 하는 보험상품도 있으니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이것에 가입하는 것도 좋겠다.

위 사례 외에도 배상 책임은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 100% 보장받을 수 없다. 하지만 보험을 가입할 때 가격만 비교하기보다는 보장범위를 확인하여 가입하면 대부분의 사고를 대비할 수 있다.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위해 마이크로프로텍트 김병곤 법인장의 보험상식을 격 주간으로 연재한다.
김병곤(Neo Kim) 법인장은 한국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에서 손해사정, 상품시스템 개발 그리고 지점장으로 근무하였다. 마이크로프로텍트는 독일에 설립되는 최초의 인슈어테크(Insurtech) 보험 법인으로서, 독일 및 유럽의 한국인을 위한 최적의 보험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무료 병원 통역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한국인을 위한 보험서비스를 한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연락처 : 0151 2622 4850, neo@microprotect.com

1990호 24면, 2020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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