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의무화로 자존감 위기에 처한 “KF94“ 마스크?

주경민 (칼스루에)

코로나 (Covid-19)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바이러스일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지구상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정치, 문화, 경제, 종교계는 물론 각 개인 사생활 영역까지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법으로 금하던 독일에서 어느듯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 된지 오래다.

각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바이에른주는 1월 18일부터 FFP2마스크를, 헤센 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1월 23일부터 대중 교통이나 상점, 종교행사 등에 소위 수술용 마스크나 코와 입을 가리는 KN95/N95나 FFP2 마스크 기술 조건을 갖춘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서, “KF94“ 마스크를 자랑스럽게 착용해오던 교민사회나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그럼 ‘KF94’마스크는?”이란 때아닌 질문으로 혼란이 있어 “KF94” 마스크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기술해 보기로 한다.

원래 유럽의회는 2009년 산업용이나 의료용으로 착용할 마스크를 FFP1, FFP2 그리고 FFP3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기술 표준 (Norm)을 정하고 이 규정에 따라 기술 테스트를 거쳐 CE인증을 받게 하는 법령을 마련했다. 이 법령에 따라 코로나19 이전에 일반적으로 생산 공급된 마스크가 윗 사진 좌측처럼 약간 흉칙해 보이는 3M마스크가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독일 각 주마다 마스크 의무화 규정을 발표하면서 중국산 “KN95“를 포함시켰지만, 한국산 “KF94“ 마스크는 제외되었다. 물론 지난해 마스크 스켄들 이후, 대부분 마스크 수입사들이 기술 표준에 따라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마스크를 아예 “KN95“ 마스크 자체에다 “FFP2“까지 인쇄나 압인해 수입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된 셈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런 결과는 한국산 “KF94“ 마스크 자체에 있다. 작년 봄에 국내에서 마스크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이후 생산과 투자가 활발해져 현재 마스크 생산업체가 1,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마스크가 과량 생산되고 있으며, 마스크를 가능한 최대한 수출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생산을 늘리는 반면에 각국 기술 조건이나 성능에 맞춰 생산하기보다는 “KF94“라는 자체 기술에 자만했으며 너무 미적 디자인 감각 내지 다른 추가 기능 (예, 성애 방지용)에 치중한 점이 없지 않다.

다행히도 뒤늦게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작년 후반기부터 각 생산 업체들이 CE인증서를 획득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유럽 각 정부나 주정부에서 2009년에 정한 기술 스탠다드 (FFP1, OP마스크는EN 14683:2019-10, FFP2마스크는 EN 149:2001+A1:2009)에 따라 유럽내 국가에서 인증 받은 CE인증서를 구입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한국 “KF94“ 제조업체들이 제시하는 CE인증서 50% 이상이 이 번호없는 인증서를 제시하고 있다. 마스크로서 지나치게 이쁜 외모이고 OP마스크보다 훨씬 성능이나 질적으로 뛰어나지만, 이런 “KF94“는 유럽 내지 독일 기술 기준에 미달되는 “FFP2“ 마스크인 셈이다. 그러므로 시중 “KF94나 KN95가 바로 FFP2이다“는 등식이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유럽 기준으로 CE인증서를 받고 마스크 위에다 “FFP2“를 동시 인쇄할 수 있는 한국산 “KF94“ (FFP2) 마스크도 상당수 있지만, 각 생산자들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중국산과는 달리 마스크 자체에 “KF94“는 물론 “FFP2“란 표기없이 수출하고 있다. 비록 일회용 마스크이지만 “KF94“와 “KN95“ 마스크를 비교할 때, 질이나 기능이 훨씬 뛰어나며 디자인이나 미적감각도 좋은 것은 공급가 차이 (한국산 0,30 유로, 중국산 0,12유로)에 놓여있을 수도 있다.

유럽 각 주정부 마스크 의무 시행령 앞에 당장 떨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KF94“ 마스크 자체에 있음을 이제라도 인지하고, 생산자와 수입자는 물론 관련 기관들이 신속한 정보 제공과 공유는 물론, 긴밀하게 협조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산 FFP2 (KF94)를 애용하는 교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국산 “KN95“ 마스크를 끼는 일이 없도록 돕는 결과가 될 것이다.

1204호 17면, 2021년 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