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특별인터뷰]
주함부르크초영사관 정기홍총영사를 만나다

교포신문사는 부활절을 맞아 지난해 12월 부임한 주함부르크초영사관 정기홍총영사와의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교포: 정기홍총영사님,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삼일절 강연은 함부르크와 관할 동포사회에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도 독일 동포들에게는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정기홍총영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해 12월 함부르크에 부임했지만, 아직 코로나 판데믹 때문에 제대로 대외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포신문을 통해 지면으로 나마 동포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함부르크는 부임 전에 듣던 것 보다, 더 멋지고 발전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 동포사회도 따뜻하고 정이 느껴집니다. 제가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한인회에서 주관한 여러 나눔 행사에 동참하여 코로나로 힘들어 하시는 여러 분에게 위로를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계기에 동포 사회 지도자 분들도 뵈었는데, 한분한분 헌신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계신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민 1세대 선배님들이 땀을 흘려 가꿔 놓으신 독일의 한인동포사회에 이제는 젊고 활기찬 1.5세대와 2세들도 함께 어우러져 참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한민국이 근대화의 시동을 막 걸었을 때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 땅에 오신 이민 1세대 여러분들의 땀과 노고, 헌신이 멋진 결실을 맺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포사회를 이렇게 일구신 여러분들께 감사와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교포: 이번 함부르크총영사로 부임 전에 유럽 및 독일과의 인연이 있으셨는지요?

정기홍총영사: 저는 외교부 입부 이래, 유럽 관련 업무를 많이 했지만, 독일에 근무할 인연은 없었습니다. 업무 출장이나 여행으로 독일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만, 독일에 살면서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러시아와 벨기에에 근무하면서 독일에 대해 항상 궁금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러시아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처절하게 싸웠으나 오늘날은 유럽 국가 중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나라. 프랑스와 수많은 전쟁을 치룬 원수였지만, 유럽통합을 함께 이룬 나라.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되어 있었지만, 다시 통일을 이룬 나라. 제가 가졌던 여러 의문과 대답들을 이번 근무를 통해 다시 한 번 검증해 보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독일 업무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 조윤제 특사(前 주영국, 미국 대사)를 수행하여 독일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당시 갓 출범한 우리 정부는 당시 외교다변화를 기치로 삼고 4강 뿐 아니라, 유럽, 아세안에도 특사를 보냈습니다. 유럽에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와 유럽의 중심국인 독일에만 특사를 보내기로 했는데 문제는 특사 파견이 전격적으로 결정되다 보니, 독일 측의 우리 특사 접수 확약을 받지도 못한 채 서울을 떠난 것입니다. 벨기에에서 유럽연합 정상을 예방하고 막상 독일에 왔는데 아직도 메르켈 총리 예방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겁니다.

당시 미, 중, 일, 러, 아세안에 파견된 특사가 모두 국가정상을 예방했는데, 조윤제 특사가 독일까지 와서 메르켈 총리를 못 만나고 가면, 체면이 영 말이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호텔 방에서 총리 예방 일정이 잡히기를 기다리던 사흘이 3년 같이 느껴졌습니다.

3일 째 되던 날, 다행히 메르켈 총리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총리께서 모든 일정을 미루고 우리 특사단을 만나주시기로 한 겁니다. 조 특사와 메르켈 총리 간의 면담은 잘 이루어 졌고, 우리는 특사단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교포: 함부르크의 중요성, 총영사관의 임무와 역할, 임기 중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점들은 어떤 것인지요?.

정기홍총영사: 함부르크에 와서 느낀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곳이 독일의 수소 경제 전환을 선도하는 그린에너지 중심지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에너지 전환 격동기에 진입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화석 연료를 대체하여 수소 에너지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리더로서 수소 에너지 전환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해 6월에 이미 이를 위한 국가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독일의 수소 에너지 전환을 위해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주체가 북부 독일 5개주 이며, 함부르크가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함부르크와 북부 독일 5개주는 지난 해 12월에 그린 수소 개발 이니셔티브 (HY-5)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5 기가와트(GW)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올해 3월 함부르크 주정부는 함부르크 소재 모어부르크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던 스웨덴 기업 Vattenfall에게 화력발전소 폐쇄를 보상해 주고, Vattenfall은 그 자리에 그린 수소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2050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 전환이라는 대전환기에 함부르크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부르크의 그린 에너지 챔피언으로서 위상과 역할은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우리 정부도 작년도 7월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수소 경제로의 전환과 2050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야심찬 전략을 발표했고 이 분야의 선진국인 독일과 협력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소 경제로 전환 과정에서 함부르크 및 북부 독일과 한국 간의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각별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함부르크와 북부 독일 동포사회는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우리 독일 이민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럽 주재 대한민국 총영사관으로는 최초로 1964년에 함부르크에 총영사관이 개설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총영사관의 임무는 동포사회가 한국과 독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독일 사회에서 인정받는 자랑스런 커뮤니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함부르크 대학, 괴팅엔 대학 등 관내 유수 대학에서 한국학 연구나 한국 관련 강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관내 5개의 한글학교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자녀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독일의 청년들과 차세대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총영사관의 중요한 임무 입니다.

또한 총영사관의 중요한 임무는 독일 정부와 기업, 학교와 연구 단체를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과 협력이 더욱 활성화 되도록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SNS가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유투브, 넷플릭스 등 SNS와 플랫폼의 발달로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도 증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부 독일 지역에서 한국의 멋을 알리고 한국과 독일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는 공공외교에 더욱 힘쓰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독일 국민들에게 한국의 자랑스런 모습을 두루두루 알리고, 독일에 사시는 우리 동포들이 더 큰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교포: 유럽 국가들을 외교무대에서 상대하면서 어떨 때 한국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고 느끼는지요?

정기홍총영사: 유럽 국가들이 우리 정부에게 회담의 격을 높여서 고위급 회담을 정례화 하자고 제의할 때, 그리고 우리와 회담에서 과거와 달리 글로벌 의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원할 때,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구나 하는 점을 느낍니다.

제가 외교부에 입부한 1994년만 해도 유럽에게 한국은 별 존재감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구나 라는 정도 홍보가 되었지만, 대부분은 한국을 잘 몰랐고 관심도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 유럽 국가들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한 몇 안되는 정치 선진국이자, 세계 10~12위권의 경제강국이 된 한국을 유럽의 주요국 들과 같은 수준으로 보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막중한 책임감도 동시에 느낍니다. 이제는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라는 우리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외교 문제, 즉 평화와 분쟁, 저개발 극복을 위한 개발협력, 기후변화와 환경 보전 등 다양한 이슈에서 우리의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위치에 섰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 판데믹 극복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주신 투명하면서도 공동체를 배려하는 모범적인 대처법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덕분에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포: 독일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무엇이 필요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정기홍총영사: 독일 동포사회는 1960년대에 우리 정부가 산업을 위해 주도적으로 정책이민을 시행한 첫 번째 사례로서, 그 역사와 뿌리가 깊습니다. 이민 1세대 선배님들 덕분에 오늘 날과 같은 단단한 동포사회가 독일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현지사회를 상대하여 우리 동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을 아직 배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영국, 프랑스에는 구의원, 연방 의원, 장관 등 다양한 정치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인 동포 정치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독일에서도 주와 연방 차원에서 우리 한인 동포사회, 나아가서는 아시아계 독일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랑스러운 정치인이 배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우리 동포사회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게 된 만큼, 1세대, 2세대, 3세대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커뮤니티로 더욱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동포 사회 지도자 분들이 든든한 기둥으로 지켜 주시고, 1.5세대, 2세대 분들도 활발한 모임을 가져 주시면 우리 한인 동포사회가 더욱 풍부하고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포: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끝으로 재독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기홍총용사: 원래 유럽에서 부활절 연휴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즐거운 축제 기간이기도 한데, 올해는 예년과 너무나 다른 부활절 연휴가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모두들 지치시고 힘드실 줄로 압니다. 기대 보다 좀 늦기는 하지만,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니, 이 힘든 시간도 곧 지나갈 것입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아직 동포사회에 코로나 감염 환자는 많지 않으신 상황입니다. 세계에서 찬탄을 받은 우리 국민들의 공동체 배려정신과 철저한 방역 질서가 독일 동포사회에서도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부임한 후에 주함부르크 총영사관의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코로나 방역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습니다. 코로나가 완전히 물러날 때 까지 당분간 온라인 방식으로 동포 여러 분들과 소통을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시거나 건의하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주저마시고 총영사관에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코로나를 이기는 건강하고 행복한 부활절 연휴가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교포: 다시 한 번 교포신문과 재독동포들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편집실)

1213호 10면, 2021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