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과 함께한 한국문화탐방 (2)

최 완
(21세기 한민족문화포럼 대표)

한국문화탐방일정 중에 유교문화체험을 위하여, 630년 역사와 함께 유서 깊은 전북 진안 용담향교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마침 그 시점에 개최되는 진안 홍삼축제에도 독일인 방문단이 공식적으로 초청되었다. 그러니까 한국유교의 요람인 용담향교에서 유교문화를 체험하게 하며 우리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며, 또한 홍삼축제에도 참가하며 홍삼홍보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명분을 세운 것 같니다.

여기에서 2박 3일간의 숙식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신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한국 지부 안병욱 대표이사의 공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여행비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보충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예정대로 여행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고, 어느덧 밤잠을 설치며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사라지고 오히려 기대하는 마음이 앞서며 거침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여행출발 6주 전에 참가자들을 비스바덴의 한 레스토랑에 초청하여 여행에 따르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 쾰른, 하나우, 비스바덴에서 온 참가자들의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가 않았는데, 나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숫자가 적은데 여행할 수 있겠느냐? 아니면 여행비를 더 내야 하는가?”라고 하는 질문이었다. 당연한 의문이었다. 나는 순간 이들에게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고 하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힘주어 말했다.

“여러분이 염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여행이 취소된다거나, 아니면 여행비를 추가하면서라도 여행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여러분과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여행비는 이미 한국에서 지원받도록 제가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염려하지 마시고 예정대로 여행준비 하시면 됩니다.”

이들은 한 숨을 내쉬며 “wirklich so? danke schön”하며 박수로 화답 하였다. 이들이 얼마나 긴장했었는지를 말해 주고 있는 반응이었다.

긴장감이 풀린 이들은 편한 마음으로 준비되어 있는 뷔페 식사를 하며 한국문화탐방일정에 대하여 일일이 질문하며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나는 “여행일정에 따르는 제반 문제를 미리 점검하기 위하여 2주 전에 한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부터 서울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제 아내가 여러분을 도울 것입니다” 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사전 점검이 중요한 것들

나는 9월 26일에 KE906편으로 서울에 도착해서 옛날에 투숙했던 익선동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방을 배정받아 짐을 들여놓자마자 여행그룹을 위하여 예약한 호텔점검에 나섰다. 서울에서 4박 5일을 체재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환경에 신경이 많이 쓰였었다. 왜냐하면 호텔이 여행객들에게 만족하지 않으면 그 여행은 실패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약시스템에 의해서 이미 예약된 호텔위치는 명동근처였다. 과거 독일에서 여행그룹을 인도했을 때 일이었는데, 사진을 믿고 예약했던 호텔환경이 현지상황과는 다른 경우가 되어서 몹시 당황한 적이 간혹 있었다.

이미 예약된 호텔은 고개만 넘으면 명동이기 때문에 호텔 위치는 좋았다. 그런데 방을 들여다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공간이 좁고 묵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미리 점검을 하지 않았다면 실패한 여행이 될 뻔 했었다.

가슴이 서늘해 옴을 느끼며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수기라서 괜찮은 호텔을 잡기에는 이미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월 성수기라 내 마음에 드는 호텔을, 더군다나 시일이 임박해서 방 7개를 한꺼번에 잡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나는 호텔방에 누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금을 더 주더라도 직접 호텔을 찾아 나서야 하겠다고 결심하고 다음날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에 소개된 호텔을 하나하나 찾아 나섰다.

헤매고 또 헤매고 해서 찾은 호텔이 압구정동 S. 호텔 이었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별 3개 등급인데도 생각보다 요금이 비싼 편이었다. 일단 방을 들여다 보았다. “와! 이거다.” 아늑하고 상쾌한 분위기에 깔끔하고 화장실은 욕조에다 비데가 설치되어 있다. 내가 호텔등급을 메긴다면 당연히 별 4개다. 마침 빈방 7개가 마지막이라고 했다. 주변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나의 정성을 보신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행운이었다!

나는 내 호텔로 돌아와서 인근에 있는 백반 집에 들어가서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청국장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제야 피곤이 밀려오며 온 몸이 축 늘어졌다. 호텔에 돌아와 정신없이 한숨 자고 났는가 싶었는데 아침이었다.

아침식사를 하며 점검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니 우선은 버스회사였다. 버스상태를 살피는 것과 마음 좋은 운전기사를 부탁하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버스상태도 좋아야 하지만 운전기사의 인성이 중요하다. 여러 날을 같이 해야 하는데 서로 불편하면 역시 여행에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앞에 놓고 전화로 연락했더니 금새 회사에서 메일로 버스사진을 보내왔다. 우리에게 배정된 버스는 45인승 최신형 리무진 버스였다. 운전기사도 연륜이 있는 분을 보내겠다고 하여 안심이 되었다.

다음은 DMZ 통일전망대 상황을 알아 보는 것이었다. DMZ 방문은 가끔 출입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행그룹을 처음 안내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현지점검을 하여야 실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을 위해서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마침 다음날 시간이 된다고 해서 친구 차로 함께 다녀왔다.

그 다음은 창덕궁과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과 종묘, 국립중앙박물관 상황도 점검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녀왔었지만 안내자로서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시간을 가지며 문화탐방일정에 들어 있는 문화소재 들을 일일이 사전 점검하였다.

그 밖에 문화물을 소개 하는데 편리할 것 같아서 휴대용 마이크와 파워포인트도 준비했다. 나의 독일어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이미 문장으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외에 한국음식소개와 체험을 위해서 한식메뉴들을 선정하고 거기에 따르는 식당들을 찾아 몸소 맛을 체험하며 선택하는 일이었다.

한식은 한국인 생활문화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11일 동안 새로운 메뉴 한 가지씩 체험하도록 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루고루 체험하도록 준비했었다. 그리고 각 방문지역의 예약호텔과 식당도 유선을 통해서 책임자들과 직접 확인을 했다.

독일에서 유럽여행그룹을 안내하며 가졌던 경험이,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그룹을 인도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많이 조심이 되었다. 거기에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겠다고 하는 우리 포럼의 원대한 사업일진대, 모든 면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의 첫경험

10월 11일(금): 일행이 한국에 도착하다

우리 그룹을 실은 KE906 편이 13시경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준비를 위하여 미리 한국에 와 있었던 나는 임대한 45인승 대형 리무진 버스를 대한항공 전용인 제 2터미널 입국장 앞에 대기시켜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장으로 갔다.

항공편이 도착한지 약 1시간 후에야 우리 그룹일행들이 짐을 찾아서 줄줄이 나왔다. 오는 사람에게나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슴 설레는 만남의 시간이었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고 난 우리는, 기다리고 있는 리무진 버스로 갔다. 여행객들은 버스를 보더니 약간 의아한 표정들인 것 같았다. 고작 10명인데 대형리무진 버스가 앞에 서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구나 싶었다.

버스 기사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버스 짐칸에 부지런히 집어넣었다. 허리 다치니까 조심하라 하면서 내가 도왔다. 처음 대하는 기사님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분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공항을 출발하여 전주까지 가는 거리는 240km이다.

전주로 가는 길목인 고속도로 공주 휴게소에 들렸다. 한국에서 처음 체험하게 되는 고속도로 휴게소라 30분 동안 휴식시간을 가졌다. 한국에서의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상 깊은 시간이 될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 기대는 적중하였다. 먹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 것이 유럽하고 다를 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이 청결하며 여성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는 ‘비데’에 놀란 눈치였다. 비데 이야기를 하며 낄낄대며 웃어대는 것을 보니, 무언가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독일에는 아직도 비데 사용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으리라!

한국문화탐방 일정은 전주에서 1박하며 시작되었다. 1,2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문화의 도시 전주를 기점으로 해서 다음 날에는 그 인근 지역인 진안의 용담향교에서 유교문화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정한 일정이었다.

여행일정 진행

문화탐방기를 쓴다고 하는 것은, 여행일정에 따른 문화탐방내용과 체험했던 일, 새로운 체험에 대한 느낌, 여행정보 등, 여행 중에 만났던 잡다한 일 들을 평가도 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장감을 가져올만한 서술내용들이 되어야 할 터인데, 신문은 한정된 지면으로 이러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생략해야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보고 느낀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여행일정 동안에 진행했던 노정과 이들이 보고 느끼고 평가했던 내용만은 간단하게나마 기술하고자 한다.

10월 12일, 전주한옥마을과 역사유적 탐방

한국에서의 첫 일정은 특급호텔 (친지의 도움으로 할인 받은 혜택)에서 하루 밤을 기분 좋게 보내는 것으로 시작 되었다.

전주는 약 1,200년 된 고도로서 후백제 도읍지였으며 문화중심 도시다. 700여 채의 한옥이 보존된 한옥마을은 역사유적이 있는 마을로서 경기전(태조 어진모심), 전주사고(조선왕조실록 보관), 전동성당, 오목대와 그 밖에 골목마다 전통찻집 등 문화물 전시관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전주는 고려시대부터 명품(名品)한지(韓紙)생산지로 유명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비빔밥이 있다. UNESCO에 등재 된 판소리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10월 13일, 진안, 용담향교체험, 마이산관광

진안 용담향교에서

용담향교에서 유교제례집전 체험, 마이산 관광, 홍삼축제 참관, 진안군청 방문 등을 가졌다. 마이산은 80여 개의 돌탑을 세워 논 사탑(寺塔) 으로서 전국명승지 중 하나다. 우리는 진안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부산으로 출발하였다.

용담향교에서 제복을 입고 제례를 직접 체험했던 Herr G.는 “유교에 대하여 책으로는 이해를 하고 있었으나 막상 그 현장에서 체험하며 그 정신의 내면성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조상과 선현을 공경하는 정신은, 서양의 그 것과 다름을 알 수 있었다.”라고 했다. 체험은 역시 설명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었다.

10월 14일, 부산 방문

진안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부산까지는 220km 거리였다.

생선이 팔딱팔딱 뛰고 있는 자갈치시장, 아름다운 해변절벽의 태종대, 한국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하는 부산해변 해동용궁사, 부산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용두산공원 등을 돌아보았다.

10월 15일, 경주지역과 석굴암 탐방

경주 문화유적 지구 가운데 교촌마을 전경

경주 호텔에서 석굴암까지는 버스로 약 20분 거리였다. 석굴암을 보고 불국사로 이동했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751년(경덕왕 10년)경에 재상(宰相)인 김대성(金大城)이 현세의 부모를 위하여 창건 하였다. 불국사 대웅전 정문인 자하문 아래 33개 돌계단이 홍보사진으로 소개되며 유명해졌다. 청운교 계단 17개, 배운교 계단 16개로 33계단이다. 그 외 다보탑(국보 제20호), 삼층 석탑(국보 제 21호)이 대웅전 앞마당에 서있다.

UNESCO에 등재되어 있는 경주문화유적지구는 신라 천년(BC57-AD935)고도로서 신라의 종합역사유적지다. 종합역사지구로는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 천년 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왕을 비롯한 고분의 분포지역인 태능원 지구, 왕경(王京)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 지구, 불교중심 황룡사지 지구 등 5개 지구로 나누어 있다. 하지만 모두는 볼 수 없었으며 태능원의 천마총에 전시된 신라유물관람, 첨성대(국보 제 31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 종), 10만여 점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는 경주국립박물관 등 만 관람하고 안동으로 이동했다.

1217호 14면, 2021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