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1년 후에는 어디로?

베를린 소녀상이 건립된 지 어느새 1년이 흘렀다. 2020년 9월 28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고 건립된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제막식 바로 다음날 베를린 미테구청에 철거 압력을 넣었고, 이에 미테구는 돌연 허가를 취소하고 열흘 안에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방적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 Matthias David

이후 세계 각국에서 쏟아진 지지와 시민들의 힘으로 가까스로 소녀상 철거는 막아냈지만, 일본 정부의 압력은 독일 정치인, 시와 구의 담당자 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도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일본 극우 및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수백통에 달하는 이메일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2020년부터 2021년 3월 18일까지 3차례의 결의안을 통과시켜 미테구청으로 하여금 영구 설치를 위한 해결방안을 2021년 5월 10일까지 마련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정작 소녀상 존립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테구 담당자들은 대책 논의에 전혀 나서고 있지 않다가, 5월 초에서야 코리아협의회에 최소 2년을 연장하는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코리아협의회는 6월 24일, 소녀상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자료와 함께 영구 설치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미테구청은 지난 8월 말 최종적으로 “소녀상은 향후 1년간만 연장 설치가 가능하다”는 특별허가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1년 연장에 대해 일본 정부는 즉각 불만을 표명하고 지속적으로 독일 정부에 압력을 가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이에 9월 18일, 지역 및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소녀상 건립 1주년 축하 콘서트 겸 소녀상 영구 존치 촉구 집회가 열렸다.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 ⓒ Matthias David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인사말에서 “반일본이 아닌 탈식민주의와 여성들의 저항의 상징인 소녀상은 어떤 조건이나 제약 없이 계속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라며 “소녀상은 한일 간의 역사가 아니라 이제는 독일의 역사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외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소녀상의 영구 존치에 동의하며, 정당 차원에서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하는 각 정당인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크리스토프 켈러 좌파당 미테구청장 후보는 “미테구의회는 소녀상이 영구 설치되어야 한다고 결의했다”면서 “우리는 소녀상이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역선거에서 승리한 녹색당 후보로 소녀상 영구 설치를 위한 결의안 채택에 찬성했던 타일란 쿠르트는 이 날, “전시성 폭력은 한국이나 아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우리는 이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위안부 피해가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소녀상이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 우린 다르게 생각한다고 명확히 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테지역구 사민당 제2비례대표인 아납 아빌레는 소녀상 영구 설치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표명했다.

독일 시민을 비롯하여 한인 교민 100여 명이 참석한 이 집회에는 인플루언서인 에스라 카라카야의 사회를 필두로, 핸드팬 연주자 진성은, 카티니, 얼터너티브 R&B 싱어송라이터 멀레이, Fin-G의 디제잉 공연이 밤 늦게까지 무대를 달궜다. 전 세계 여성 성폭력 문제의 연속성과 심각성을 지적하기 위한 아프가니스탄과 에티오피아 등, 타 지역 여성단체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에도 불구하고 베를린 소녀상은 안타깝게도 2022년 9월 28일 이후의 존립 여부가 불분명해졌다. 이는 결국 소녀상의 영주권 쟁취를 위한 지난한 싸움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그간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온 코리아협의회가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정치적 로비 활동, 다양한 인권여성단체와의 연대, 각종 시위 추진,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운영과 청소년 평화인권교육 프로그램 진행 등으로 미테구 주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동분서주했던 코리아협의회는 2년 여에 걸친 소녀상 관련 활동으로 단체 운영과 유지를 위한 대안 펀드를 마련하지 못해, 현재 내년 3월 이후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코리아협의회는 조만간 최소한의 단체 운영비 확보를 위해 총 300명의 후원자를 모으는 캠페인을 펼친다고 한다. 이곳 독일 땅에서 평화의 인권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소녀상이 오래 우리 곁에 머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제공 코리아협의회

* 소녀상 영구 존치를 위한 후원계좌 *
Spende für den Erhalt der Friedensstatue:

Kontoinhaber : Korea-Verband e.V.
Bank: GLS Bank …………BIC: GENODEM1GLS
IBAN: DE74 4306 0967 1223 1367 00

Verwendungszweck: »Spende«

1239호 12면, 2021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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