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사회로부터 위험사회까지

SOUNDTRACK: BIOTOPE – TEMPORARY PROTECTORATE

지난 수십 여 년 동안 문화적 표준화 과정이 급속히 발전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착수한 프로젝트이다.

이야기가 한국전쟁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터전, 가족 관계, 삶의 예측 가능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 속 일원임을 일깨워 주던 모든 관습과 제의들 그리고 당장 끼니를 해결할 방법부터 사회적 존재로 자립하는 일까지 모두 개인의 몫이 되었다. 재건해야 할 것은 국토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신사업 중 하나였던 사진은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비춰졌다. 사진은 무엇보다 ‘첨단’기술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60년대 한국사회에는 서구의 ‘발전’상이 급속도로 ‘이식’되고 있는 격변의 시대였다. 정치∙경제적 힘은 시각 중심의 근대 문화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데 주력했다. 사진 매체뿐 아니라 당시 일어난 TV 붐 현상이 한 예인데, 정부는 주도적으로 TV를 보급함으로써 체제의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대중매체를 확보하고 더 나아가 산업을 육성할 수 있었다. TV는 정부의 통치 기술로써 적극 활용되었고, 또 국토 재건과 산업발전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사진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음악도 서양의 음악의 어법을 탐구하던 시기였으며, 7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군부대가 아닌 일반 한국 대중들을 위한 음악이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한국문화와 한국적인 양식이 새롭게 해석되어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국악기로 연주한 서양의 대중음악(팝, 경음악), 사이키델릭 록 밴드가 연주하는 한국의 민요 등 혼성 문화의 발전 과정은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거치며 순간순간 그 맥이 끊기기도 했고,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되며 적절히 기록되지 못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외부의 이국적인 음악(서양음악)과 우리가 전통이라고 여기는 것들인 민요, 국악기 등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왔는가이다. 자원은 물질만이 아닌, 아이디어와 담론, 역사적인 내러티브의 구조와 제도적 장치 형성의 토대인 전통이자 문화의 자원 중 하나이다.

한국음악을 오랜 기간 리서치하고 아카이빙 해온 음악가 박민준과의 협업으로 만든 일련의 자료들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에서부터 현재의 한국 모던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아카이빙과 레코딩을 걸쳐 새로운 창작물과 현대미술과 관련한 디지털화 프로젝트는 전시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전시기간: 2019.09.20 – 2019.11.16

전시장소: 주독한국문화원

전시작가: 이영호

큐레이터: 정가희

개막식: 2019.09.19 (목), 오후 7시

2019년 8월 23일, 1136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