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트케(2019)·토카르추크(2018) 수상

올해와 작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쿠츠에게 각각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트케를, 시상을 건너 뛴 지난해 수상자는 토카르추크를 선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토카르추크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한림원은 설명했다.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

독일어 문단의 이단아.

올해 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페터 한트케(77)를 따라다닌 수식어다. 그는 평생 문학 외길을 걸으며 파격과 실험 정신을 추구한 작가로 독창적 영역을 구축했다.

소설, 희곡, 방송극, 시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평생 왕성한 창작력을 과시했고 21세기 들어 독일어권 작가 중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랫동안 꼽혔다. 노벨문학상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단골 후보로 거명됐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라고 할 정도였다.

한트케가 오랜 시간 단골 후보에 오르면서도 노벨상을 거머쥐지 못한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가 적잖이 작용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는 ‘인종 청소’로 악명 높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던 것이 유럽 전체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었다는 것이다.

한림원은 한트케가 “인간 체험의 뻗어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한트케의 파격과 실험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바로 희곡 ‘관객모독’이다.

1966년 발표한 출세작이면서 우리나라에도 연극으로 소개돼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조롱하며 기존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깬다. 이런 이유로 ‘반(反)연극’으로 불릴 정도였다.

형식 파괴는 물론 기성 문단에 대한 불만과 공격성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언어를 비틀고 해체하는가 하면, 배우들이 대사를 제멋대로 띄어 읽거나 반복하도록 해 문법과 틀을 해체한다. 특히 극 말미에 관객에게 거침없이 욕설과 물세례를 퍼붓는 장면으로 세계적 화제가 됐다.

이런 ‘반골 기질’ 때문에 그가 새롭게 발표하는 작품은 항상 논쟁의 소재가 됐다. 매번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들고 독자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소망 없는 불행’,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희곡 ‘카스파’,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 시 ‘내부 세계의 외부 세계의 내부 세계’ 등이 있다. 몇몇 작품은 영화화했고 자신이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도 있다.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도 썼다.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상, 실러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등 독일어권 저명한 문학상을 대거 휩쓸며 일찌감치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출생한 한트케는 유아 시절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하는 등 성년이 되기까지 국경을 넘어 여러 곳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유랑의 삶을 살았다.

데뷔작은 1966년 출간된 소설 ‘말벌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새로운 독일어권 문학을 창조하자는 문인들의 모임 ’47그룹’에서 활동하며 ‘독설가’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47그룹’은 2차 대전에서의 전쟁 범죄 같은 현실을 미화하지 말고 사실대로 쓰자는 입장이었지만, 한트케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57)은 폴란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가로 꼽힌다.

바르샤바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1985년 대학 졸업 후 심리치료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신화, 전설 등을 차용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헤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도 평가 받는다. 인간의 실존적 고독과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섬세한 시각으로 담아내며 데뷔 초부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1993년 장편소설 ‘책의 인물들의 여정’으로 등단한 이후 맨부커상 수상작인 ‘방랑자들’(‘플라이츠’)을 비롯해 ‘E. E.’(1995), ‘태고의 시간들’(1996), ‘낮의 집, 밤의 집’(1998), ‘세상의 무덤 속 안나 인’(2006), ‘죽은 자의 뼈에 쟁기를 끌어라’(2009), ‘야고보서’(2014) 등의 장편소설을 썼다.

‘E.E’는 폴란드에서 TV 드라마로 제작됐고, ‘낮의 집, 밤의 집’과 ‘선사시대, 그리고 다른 시간들’은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2017년에는 그의 소설 ‘죽은 자의 뼈에 쟁기를 끌어라’를 각색한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의 영화 ‘(짐승의) 자취’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기도 했다.

‘태고의 시간들’(은행나무)은 지난해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허구와 현실이 절묘하게 중첩되는 가상의 마을 ‘태고’에서 20세기의 야만적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다. 러시아·프로이센·오스트리아로부터 분할 점령당했던 시기, 제1·2차 세계대전 등 20세기 폴란드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이 마을 주민의 신화적 삶과 어우러졌다. 이 소설로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았고, 폴란드 니케 문학상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 부문에 선정됐다.

토카르추크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 페미니즘 작가다. ‘태고의 시간들’의 국내 출간당시 그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역사 속에서 여성의 자리는 남성의 그것과 비교할 때 늘 턱없이 부족했다”며 “역사라는 것이 일상의 내밀하고 사적인 측면으로도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는 한국문학번역원 주최 ‘2006년 서울, 젊은 작가들’ 대회에 초청돼 국내 작가·학생들과 만났다. 2014년에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폴란드에 번역·출간 됐을 당시 바르샤바 낭독회에서 한 작가와 만남을 갖기도 했다.

2019년 10월 18일, 1143호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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