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 바흐상 시상식이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열려

-NDR 앨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사이렌의 침묵>연주-

함부르크. 11월 28일 함부르크시는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재독 작곡가 진은숙에게 주는 바흐상 시상식과 연주회를 열었다. 29일 정기연주회에서는NDR오케스트라가 그녀의 <사이렌의 침묵>을 공연했다.

지난 2월 바흐상을 선정한 함부르크시는 “진은숙은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언어를 계발해온 탁월한 작곡가로 현대 음악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은숙은 함부르크 대학 리게티(Ligetis)교수에게 사사를 받으며 함부르크에서 중요한 경력을 쌓았다. 2007 년 그녀가 작곡한 올해의 오페라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켄트 나가노가 감독하고 뮌헨에서 공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함부르크시 카스텐 브로스다 문화부장관은 시상식에서 “1950 년부터 이 도시는 뛰어난 작품을 쓴 작곡가에게 바흐 상을 수상했다” 며, “한자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상인 이 상을 받게 된 진은숙씨에게 축하의 말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고 말했다.

또한 “그녀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에 선 독특한 작품으로 작곡가 자신의 꿈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만화 같은 상상력과 익살스러운 음악들은 꿈의 세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며, “진은숙이 발견한 캐롤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부터 매료되었던 자신의 꿈의 세계와 유사하다” 고 설명했다.

진은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적 영향을 받은 도시인 함부르크가 주는 상인데다가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바흐의 이름을 지닌 이 상을 감히 받게 돼 더 할 수 없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모든 음악가들과 마찬가지로 작곡가도 외로운 가운데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 것은 행운이고 NDR 엘프픨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상임 작곡가로 일하게 되어 기쁘다” 고 전했다.

이날 작은 홀에서 연주된 작품은 <PapaMetaString>, <기계적인 환상곡: Fantaisie mecanique> 그리고 <말의 유희: Akrostichon-Wortspiel>였다. 첫 작품은 테입에 녹음된 우리 생활주변에서 나오는 생활소음들과 미리 녹음된 현악기 소리들을 각 악장마다 하나의 화두로 삼아 스피커에서 나오는 그 소리를 중심으로 네 명의 현악기 연주자들이 다채로운 소리의 탐험을 들려주었다.

제목에서부터 아이러니컬한 <기계적인 환상곡>은 여러 타악기, 트럼펫, 트럼본, 하프, 피아노를 위해 구성된 곡이었다. 음악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환상이 악기들을 통하여 드러나게 만들었다. 어느 한 음도 대충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숙고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작곡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냈으며, 연주자 또한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듯 정성껏 음을 만들어 내어 큰 박수를 받았다.

1991년 발표된 <말의 유희>는 소프라노와 앙상블을 위한 곡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전통 국악의 소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내 음악은 내 꿈의 반영이다. 나는 꿈에서 보는 거대한 빛과 화려한 색채에 대한 환상을 작품에 투영하고자 한다”는 작곡가의 말처럼 꿈과 언어, 동화와 환상, 독특한 음색은 그녀의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가믈란 음악부터 전자음악까지 폭넓게 받아들이면서도, 때로는 유럽의 음악가들보다 더욱 유럽적으로 보일 만큼 급진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그녀만의 음악세계를 선보였다.

29일 큰 홀에서 연주된 진은숙 작곡가의 <사이렌의 침묵>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과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춘 첫 번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출신의 소프라노 바바라 해니건(Barbara Hannigan)이 솔로 파트를 맡아 관객과 언론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 날 공연은 엘프필하모니의 칼로스 프리에토가 감독을 맡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곡가인 진은숙은 사이먼 래틀, 앨런 길버트, 페테르 외트 E 등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과 공동작업을 했다. 그녀는 켄트 나가노와의 협력을 통해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까지 6 편의 작품을 시연했다

2005년 아놀드 쇤베르크상, 2010년 피에르 대공 작곡상, 2012년 호암상, 2017년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작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마리 호세 크라비스 음악상 등을 받았다. 재작년 11월에는 거장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베를린 필하모닉 재단의 위촉을 받아 진 작곡가가 만든 ‘<Choros Chordon•현의 춤>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진은숙과 엘프필하모니 차기 음악감독 애런 길버트는 지난 2012년 뉴욕 필하모니와의 공동작업으로 인연을 맺은 후 꾸준히 협업해오고 있다. 2020년 2월에는 진은숙의 오케스트라 작품으로만 구성된 콘서트에서 스테판 애스배리의 지휘로 <로카나>, <스피라>, <그라피티>와 클라리넷 협주곡이 연주될 예정이다. 베를린에서 살며 활동하고 있다.

한편, 바흐 음악상은 함부르크시가 바흐 서거 200주년인 1950년 제정했다. 4년에 한번씩 수여하는 이 상의 상금은 15,000유로인데, 만유로는 수상자에게 5000유로는 장학금으로 주어진다. 독일의 권위 있는 음악계 인사들의 추천과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그 동안 파울 힌데미트(1951), 헬무트 라헨만(1972), 기외르기 리게티(1975), 올리비에 메시앙(1979), 한스 베르너 헨체(1983), 알프레드 슈니트케(1992), 칼 하인츠 슈톡하우젠(1995), 피에르 불레즈 (2015년) 등 클래식음악계 거장들이 받았다.

박은경 기자 ekay03@naver.com

2019년 12월 6일, 1149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