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고등교육 (2)

독일은 왜 대학등록금을 받지 않는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는 대학등록금이 없다. 1960년대까지 등록금을 받았던 독일은 1970년 이후 등록금을 받지 않고 있다.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균등한 생활과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누구나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1950년 약 12만 명에 지나지 않았던 대학생 수는 1989년 약 150만 명으로 약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비해 대다수가 주립인 독일 대학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충분치 못한데다가, 독일 통일 이후 동독지역 투자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이전보다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교수 부족, 강의실과 기자재 부족 및 낙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로 등록금을 받자는 논의가 전개되었다. 대학생들이 반대하고 정치권에서도 쉽게 합의하지 못하고 격론을 벌이면서 등록금 징수가 여의치 않자, 대안으로 여러 주에서 장기등록학생, 고령학생, 타 주 출신학생 등으로부터 500유로 정도의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충분치 못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각 주 정부로서는, 그 중에서도 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던 주들이 전면적인 등록금 수납을 주장했다.

1999년, 이에 반대하던 당시 사민당-녹색당 연정의 연방정부는 적어도 첫 번째 학위과정에서는 등록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대학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보수정당이 집권하던 주들이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2005년 헌법재판소는 대학기본법에서 등록금 수납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등록금을 받더라도 그 액수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두었다. 이후 여러 주에서 대학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 주정부의 권력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대학 등록금 폐지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 전체 16개 연방주 중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비유럽연합 국가 출신 학생들에게 1500유로의 등록금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록금은 폐지되었다. 일부 주에서 장기등록 학생들에 대해 400-500유로의 등록금을 받고 있고, 4개주를 제외하고는 학기 당 50유로 정도의 행정처리 비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등록금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 등록금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대학교육 이수자들이 취업이나 보수 등에서 혜택을 보고 있으므로 무엇보다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서 등록금을 납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국가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등록금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며, 이를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등록금을 받는다고 해서 대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지 않으며, 등록금수납은 장기 등록 학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고 보다 목적 지향적으로 대학교육을 이수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등록금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자신의 경제상황이나 사회적 출신에 관계없이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인권이며, 유엔의 경제ㆍ사회ㆍ문화권리협약에 가입한 독일의 의무준수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호주와 오스트리아 사례를 보면 등록금을 받게 되면서 대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등록금 수입이 반드시 대학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그리고 등록금 수입을 근거로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 축소를 정당화하고,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등록금 부담까지 생기면 대학 재학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반대한다.

독일 대학생 생활비 지원제도 BaföG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서 누구나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들을 생활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지원 제도가 연방교육지원법(Bundesausbildungsförderungsgesetz: BaföG)이다.

1971년 8월 제정된 이 법은 모든 청소년들이 자신의 사회적ㆍ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고등교육이나 직업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국가의 지원은 성적이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정도로 아주 제한적었다. 이 법은 수혜대상을 일반 중등학교와 직업학교 학생들에게까지 확대하고, 학교에서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비도 지원하는 내용으로 수혜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었다. 대학생만 한정해보면 지금까지 지원받은 인원은 약 450만 명에 달한다.

여러 차례 수정이 이루어진 이 법은 2015년부터 연방정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이전에는 필요한 재원의 35%를 각 주정부가, 나머지 65%를 연방정부가 부담해왔다.

독립생활 경우 매달 주거비 250 ~ 450유로 포함하여 최대 750유로

지원 대상은 독일인으로 제한되지만, 특정한 조건하에서는 외국인도 (예를 들어서 유럽연합 소속국가 출신 학생은 5년 이상 독일에 거주한 경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 등) 신청할 수 있다. 지원기간은 10학년부터 대학의 첫 번째 학위과정까지, 직업학교의 경우 졸업 시까지이다.

신청자격은 30세까지로 나이 제한이 있는데, 석사과정 학생의 경우 35세까지이다. 예외적으로 10살 이하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생의 경우 나이제한이 없다. 독일 내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나 대학에서의 수학기간 동안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실습을 하는 경우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신청자 개인의 생활조건과 가정의 경제상황에 따라 지원 금액은 차이가 있다. 현재 대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을 보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생활하는 경우 매달 주거비 250-450유로를 포함하여 최대 750유로이다. 10살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신청자의 경우 한 명당 130유로를 추가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고등학생이나 직업학교 학생들은 지원받은 금액에 대한 상환의 의무가 없다. 대학생이나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경우 절반은 무상지원이고, 절반은 이자 없이 원금만 갚으면 된다. 상환은 지원이 종료된 후 5년 이후부터 실행하면 되고, 최대 상환액은 10,000유로이다. 매월 105유로 이상 20년 내에 상환하면 된다. 상환을 시작해야 할 시기의 소득이 1070유로를 넘지 않는다면 상환 연기신청을 할 수 있다.

2020년 1월 17일, 115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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