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속의 언어-(1)

“문학작품속의 사건과 인물들은 세계 공통어가 되어 일상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황만섭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고, <일리아스>는 트로이의 노래라는 뜻이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중의 이야기이고,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후의 이야기이다. 이 두 책을 쓴 저자 ‘호메르스는 기원전 약 9세기(2.800년전) 지금의 소아시아인 이오니아해변에 살았던 사람이다. 이오니아 해는 이태리와 그리스 사이에 있는 지중해에 딸린 바다이고, 거기를 지나 더 들어가면 이태리와 크로아티아 사이로 지중해를 따라 베니스로 들어오는 해협을 ‘아드리아해’라고 부른다.

불화의 신 에리스가 사과를 던져주며 최고의 미인에게 주라고 하는 데 서부터 불화가 시작된다. 제우스 신은 자기가 심판을 하지 않고 파리스에게 최고의 미인을 고르라고 했고, 제우스 신의 부인 헤라는 재물을 주겠다며 자기를 뽑아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아테네는 무사의 영광을 주겠다며 자기가 뽑히기를 바랬다. 또 아프로디테는 최고의 미인을 줄 테니 자기를 뽑아달라고 청탁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요샛말로 말하자면 뇌물죄에 해당된다.

파리스(알렉산드로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고, 당시의 최고의 미인은 이미 오디세우스와 결혼한 ‘헬레네’였다. 파리스는 헬레네를 납치해 트로이로 돌아왔고 트로이 전쟁은 그 사건으로 인해 시작된다. 전쟁을 시작한지 9년이 되어도 진척이 없다가 노여움을 푼 아킬레우스에 의해 적군을 함락시키는 51일 동안의 이야기가 1만5천 7백행의 대서사시로 흥미진진하게 쓰여진 것이 호메르스가 쓴 ‘일리아스’다.

오디세우스는 목마를 만들어 군사를 숨긴 후 들판에 버려둔 채 퇴각했고, 트로이 군은 라오콘의 경고를 무시하고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였다가, 밤중에 목마 속에 숨어있던 30여 명의 군사들이 튀어나와 성문을 열어 군사를 끌어드려 성을 함락시켰다는 조금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사실처럼 전개된다.

오디세우스는 귀국길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미움을 사 10년 동안 풍랑에 시달리는 데, 미움의 원인은 그가 아테네 신을 농락했다는 것이었다. 한편 오디세우스의 부인은 지혜로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남편을 기다렸지만, 20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고, 주위의 망나니들은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에게 결혼하자고 집적거렸다. 핑계를 대다 지친 페넬로는 남편만이 쏠 수 있는 무거운 활로 과녁을 명중시키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내기를 건다. 때마침 거지로 변장하여 성안에 들어온 남편 오디세우스는 자기 부인 페넬로가 내 건 활 쏘기에 참가해 과녁을 명중시켰고 자기 부인을 괴롭히던 망나니들을 몰살시켰다는 내용이다. 세계문학작 품속에 들어 있는 주인공들의 이름과 사건들은 어느새 세계 공통어로 거듭나 세계인들끼리 소통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오디세우스나 일리아스를 이야기하면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돈 키호테’도 마찬가지다. 그 작품 속에 일어나는 내용들을 상상하면서 서로 간에 깊은 내면의 소통을 이룬다. 엘리어트는 “유럽인으로서 ‘돈 키호테’를 읽고 소화하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고, 미겔 데 세르반테스 자신도 “아이들은 뒤적거렸고, 소년들은 읽었으며, 어른들은 이해했고, 노인들은 칭찬하니, 만인의 손때가 묻고, 연구가 되어 알려져서 여윈 말이 지나가는 것만 보아도 “저기 로시난떼가 간다”고 외칠 지경이라고 하면서 작품의 보편성을 자부했다.

르네상스 운동이 유럽 전역으로 번지고 있을 때 태어난 그는 중세의 꽃이라고 일컬었던 <기사도>에 미련을 두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정신상태를 바로잡기 위해 돈 키호테를 썼다고 고백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스페인)의 문학작품 ‘돈 키호테’는 17세기경 스페인에 사는 한 신사가 당시 유행하던 기사의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이상을 일으켜 자신 스스로를 ‘돈 키호테’라 이름을 붙이고 근처 마을에 사는 뚱보농부 ‘산초 판사’를 종으로 삼아 세상을 돌면서 여러 가지 모험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돈 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 되어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불러일으킨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풍차의 날개에 떠받쳐 날아가 떨어지기도 하고, 가상의 공주를 만들어 판초에게 편지를 전달하라는 심부름을 보내는 등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이상자였다.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떠돌아다니는 그를 보고 그의 친구 카라스코가 기사로 변장하여 돈 키호테한테 도전해 그를 굴복시키고 1년 동안 무기를 멀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다.

우울해진 돈 키호테는 병석에 누었고 그 뒤 이성을 되찾게 된 그는 그 동안 자기가 했던 행위에 대해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성주의시대이었던 17세기에는 돈 키호테를 환상적인 소극(笑劇)으로 보았고, 양식(良識)을 귀중히 여기던 계몽주의시대이었던 18세기에서는 양식에 어긋나는 못난 사람에 대한 풍자로 각광을 받았으며, 19세기 낭만주의시대에서는 이상주의자로 이상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비극적 투쟁을 벌인 영웅으로 돈 키호테를 읽었다.

신(神) 다음으로 많은 것을 창조했다는 찬사를 받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인물들을 창조해 시적인 수준의 아름답고 현란한 대사와 등장인물들의 주제와 폭 그리고 깊이를 통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만들어 전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평가 받는 작품들을 우리들에게 선물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4대비극 인 햄릿, 오델로, 리어 왕, 맥베드와 5대희극으로 유명한 한여름밤의 꿈,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열두 밤) 등은 지금도 쉴새 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소란은 계속될 것이다. ‘햄릿’은 북유럽 민화를 그 무렵에 유행하던 복수를 비극의 형태를 빌려 쓴 인간의 정신적 고뇌가 담긴 작품이다. 부왕의 원수를 갚아야만 했던 덴마크 왕자 햄릿은 1599년에서 1601년 사이에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이다. 햄릿 이야기가 10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페르도우시의 열왕기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그 기원을 거기서 찾는 이도 있다.

플롯 위주의 희랍 비극과는 달리 성격을 창조해 심리적 내면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숙명적인 인물이 아니라, 성격적인 다양성 속에 행동하는 인물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햄릿의 지성, 오델로의 질투심, 리어 왕의 오만, 멕버드의 야망이 그렇다. 그로 인해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영원한 성서라고까지 대접을 받는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는 셰익스피어보다 하루 일찍 죽고, 셰익스피어(1564-1616)는 세르반테스가 죽은 그 다음날 죽었다. 죽을 때에 세르반테스는 69세에였고, 셰익스피어는 52살이었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참조

2020년 2월 14일, 1158호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