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주제: 현대미술 2

팝아트(Pop Art)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1964년 작품인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이 몇 해전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또 수주일 전에는 앤디 워홀의 1965년 작품인 “플라워(Flower)”가 모 기업의 비자금과 관련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이 그림들은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만큼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이렇듯 현대미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팝아트의 작품들이 현재 한국의 미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팝아트는 예술에 대한 성찰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인 대중문화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미술로 수용한 팝아트는 텔레비전이나 매스 미디어, 상품광고, 쇼윈도, 고속도로변의 빌보드와 거리의 교통표지판 등의 다중적이고 일상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코카 콜라, 만화 속의 주인공 등 범상하고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라는 이분법적, 위계적 구조를 불식시키고, 산업사회의 현실을 미술 속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였다.

관념적이고 모호한 추상미술보다 현실속의 대중문화의 일상적 주제로 돌아가 미술에 있어 고급과 저급,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허문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이 팝아트를 탄생시킨 것이다.

팝아트는 애초 영국에서부터 시작되는데, 1954년 겨울, 영국의 젊은 작가들의 공동작품 및 그것과 관련된 토론 가운데 팝 아트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대중소비문화에 대한 관심 아래 조직된 전시가 56년에 열린 ?이것이 내 일이다?이며, 이 전시에 R.해밀턴이 출품한 《오늘날 우리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팝 아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팝 아트의 성격은 미국적 사회환경 속에서 형성된 미술에서 더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의 팝 아트는 1950년대 초기의 미국 화단을 휩쓸었던 추상표현주의의 애매하고 환영적(幻影的)인 형태와 주관적인 미학에 대한 반동으로 발생하였는데. 미국의 팝 아트는 특히 미국의 전위적인 작곡가 존 케이지의, 지극히 평범한 것조차도 미적,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는 사상에 고무되었고 현대의 테크놀로지 문명에 대한 낙관주의를 기조로 하고 있다. 60년대 미국은 대중문화 홍수의 시대였다. 엘비스, 비틀즈가 대통령보다 인기가 높았던 시대였다. 1960년 87%의 미국 가정에 텔레비전이 보급되었다. 1962년 타임지 보도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1600번 광고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회사 로고, 전광판, 영화배우의 얼굴 등 시각적 기호가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 들었다. 팝아티스트들은 현실과 예술의 대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대중문화가 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미국 팝 아트의 대표적 작가는 A.워홀, R.리히텐슈타인, T.웨셀만, C.올덴버그, J.로젠퀴스트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중 가장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킨 작가가 워홀이다.

그는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등 대중문화의 스타나 저명인사들을 캔버스에 반복적으로 묘사하거나 임의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순수고급예술의 엘리트주의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팝아트가 상품미학에 대한 진정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소비문화에 굴복하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팝아트의 특징

-이미지의 대중화, 에로티시즘, 그라피토 기법 그리고 앗상블라쥬(Assenblage)를 통한 전위예술로서의 표현

팝아트는 이미지의 대중화, 형상의 복제, 표현 기법의 보편화에 의해 예술을 개인적인 특별한 것에서 대중적인 일반적인 것으로 개방시켰다.

광고, 상표, 만화, 영화등의 대중적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재현하여 대중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현대 인간의 감수성을 의식화한 것으로, 기성 상품이나 특정 스타의 얼굴 등을 똑같은 이미지로 기계의 힘을 빌어 자주 반복하여 배열하곤 하였다.

이는 특정한 상품이나 이미지가 어떤 개인의 독자적 절대적인 영역이 아니라 복제 가능한 대중적 특성의 영역을 강조한 것으로 작업은 주로 실크스크린 판화기법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와더불어 대량소비사회에서의 현실을 반영한 팝 아트는 매스미디어의 통속적인 주제, 사랑과 성(性)을 통하여 진실된 인간존재의 참 모습을 찾고자 하였다.

도구화된 성과 상업화된 성 표현으로 진정한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환기 시켜준다.

또한 민속적 의미의 표적 등을 사용하여 자극적이며, 선명한 효과로 디자인 요소인 대칭과 균형을 강조하며, 화면에 문자와 숫자등의 기호를 사용한 팝 아트는 고대의 건축물에 당시의 사람들이 남긴 낙서, 그림, 글자를 가리키는 그라피토(Graffito)가 팝 아트 작가들에 의해 하나의 기법으로써 작품에 활용되었다.

기존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이전에는 작품의 소재로 사용치 않던 일상 생활 주변의 기성 이미지의 비 예술적 오브제를 선택하는 새롭고 전위적인 시도와 재래의 조각이나 회화 기법에 반대하는 앗상블라쥬의 표현은 팝아트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앗상블라쥬(Assenblage)는 다른 오브제나 폐품을 모아 부착시키는 기법으로, 이는 작품의 소재를 무한하게 만들 수 있도록 가능성을 부여하였고, 각 단편들이 의미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 미지의 작품을 창조하는 유기적 형성을 암시하는 역할을 했다.(편집실)

사진1: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사진2: 앤디 워홀의 ‘마릴린 몬로’

2020년 4월 24일, 1168호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