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광장들(11)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광장(Piazza di San Marco) (3)

1775년 어느 흐린 날 아침 방탕한 귀족 젊은이가 반역죄를 뒤집어썼다. 베네치아에서 귀족과 총독과의 힘겨루기에서 가장 유명한 희생자가 된 이 젊은이는 바로 유명한 지오반니 지아코모 카사노바(Giovanni Giacomo Casanova) 였다. 5년 징역형이 선고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베네치아 총독 궁전으로 연결된 납으로 둘러 쌍인 감방이었다.

이 감방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는 베네치아에서 지금도 구경거리로 유명한 탄식의 다리이다. 총독궁 뒤편으로 연결되어 감옥으로 가는 죄수들이 지나가다 흐느껴 울던 곳이었다. 왜냐하면 한번 들어가면 살아 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사노바는 그 악명 높은 감방을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도구를 이용해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전 유럽은 그 용감함에 탄복했고 그를 영웅시했다. 카사노바는 곧 프랑스로 망명해 다시 한 번 사교계의 왕자가 된다. 파리에서 루이 15세의 애첩 폼파두루 부인의 도움을 받게 되는 계기도 이때 만들어진다. 오늘은 베네치아의 총독궁인 두칼레 궁전에 대해 알아보자.

산 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은 최후의 종착역

기차로 베네치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산타루치아역(Stazione Venezia Santa Lucia)에 내려 베네치아의 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를 갈아탄다. 대부분 라인 1번을 타고 산 마르코 광장까지 직행한다. 섬의 한가운데를 S자를 그리며 가로 지르는 그랜드 카넬(Grand Canel, 대운하)은 총 3.8km의 길이를 이루며 대운하 주변의 궁전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대부분 12세기부터 18세기까지 지어진 것으로 우아한 베네토 비잔틴 양식과 고딕양식의 아치들로 물가 정면상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가장 먼저 베네치아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을 작곡하던 바그너가 사망한 벤드라민궁(Palazzo Vendramin)을 볼 수 있으며 조금 더 내려가면 1420년경 부유한 귀족이었던 마리노 콘타리니가 지었던 콘타리니 궁(Palazzo Contarini), 일명 카 도르(Ca’ d’Oro)를 볼 수 있다. 현재는 조르지오 프란체티 갤러리가 안에 있는데 베네치아식 고딕 트레서리가 정면 상에 잘 보존되어 있다.

조금 더 내려가 베네치아의 상업의 중심지인 리알토 다리를 지나가면 18세기에 세워졌으며 현재는 국제 전시회장으로 이용되고 잇는 그라시궁(Palazzo Grassi)도 지나친다. 그리고 계속해서 직진하면 바포레토는 운하의 끝 마르코 광장까지 안내한다.

도착해서 첫 번째로 마주하는 것이 산 마르코의 소 광장과 광장 입구의 두 석주 앞이다. 석주 위의 두 석상 중 하나는 베네치아의 성인이고 또 하나는 성 마가의 상징인 사자 상이다. 베네치아의 역사와 격언을 아는 사람은 두 석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석주 사이에서 권위와 생명을 스스로 보호하라>는 베네치아의 격언을 떠올리면서…..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은 총독을 견제한 귀족들의 작품

9세기에 건설된 두칼레 궁전은 역대 베네치아 지도자(총독)들의 공식적인 거주지이자 집무실이었다. 그러나 현재 볼 수 있는 궁전의 외관은 12세기에 다시 지어졌고 14세기와 15세기 초반에 완전히 개축된 베네치아 특유의 고딕 양식이다. 베네치아인들은 바다 위에 가볍게 떠있고 하늘로 치솟은 고딕 양식의 걸작을 창조하기 위해 자신들의 전통 양식을 버리고 건물 전체를 로지아와 아케이드의 가는 기둥 위에 사뿐히 올려놓았다.

또 베네치아 공화국의 전성기를 자랑하며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투입하여 최대한 아름답고 화려하게 지으려고 노력했다. 건물 외관은 백색과 분홍색 대리석으로 문양을 이루어 그 멋을 더해주고 있으며 건물 둘레는 1층과 2층에 가늘고 섬세한 기둥으로 받혀진 로지아(한쪽 벽면이 길가 쪽으로 트여진 회랑)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의문사항이 생긴다. 비슷한 시대 다른 지역의 통치자들이 모두 높은 방어용 성벽을 쌓는데 비해서 두칼레 궁전은 너무나 개방적이다. 전쟁 시에 외부의 적을 맞아 싸우기에는 어려운 구조를 하고 있다.

베네치아의 궁전이 실용적이지 못하면서 축제나 카니발에 어울리는 화려한 외형으로 지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두칼레 궁전을 처음 볼 때 이점이 조금 의아해 보이지만 베네치아 역사를 알면 이해가 간다.

두 가지 이유 중 그중 하나는 14세기 15세 당시 베네치아의 군사력이다. 막강한 해군을 거느리고 있던 베네치아군대는 아드리아 해는 물론 지중해와 에게해까지 그 영토를 늘이고 있었다. 따라서 외국 군대의 수도 침입은 별로 걱정하는 바가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베네치아 내부의 정치문제와 연관이 있다.

일찍이 공화정 체제였던 베네치아는 총독을 선거에 의해 뽑는다. 물론 현대와 같은 완전한 민주 직선제는 아니었다. 투표권은 일부 귀족에게만 부여되었고 새로 선출되는 총독은 일부 귀족에 의해서 결정된다. 총독은 한번 뽑히면 종신제 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권력을 갖는 다른 나라의 왕과는 달랐다. 뽑아준 귀족을 마음대로 통치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14세기에 귀족과 갈등을 빚은 총독이 있었는데 마리노 팔리오 총독이었다. 총독은 귀족과 몇 번의 세력다툼 끝에 패했고 결국 쿠테타를 꾀하다 반역죄로 몰렸다. 취임한지 일년 만에 1년전 취임식이 거행되었던 두 석주 사이에서 처형되었다. 그 후 석주는 권력자에게는 몸조심하라는 교훈의 상징이 되었다.

이때부터 베네치아는 귀족의 세계가 도래했다. 귀족들은 새로 부임된 총독에게 막강한 권력을 허락지 않았다. 당연히 새로 짓는 총독궁 역시 개방적이어야 했다. 또 아드리아 해를 제패한 막강한 베네치아 수도의 부와 경제력 등을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상징물이어야 했다. 두칼레 궁전이 동시대 다른 통치자들의 궁전과 다른점은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자연히 이해된다.

궁전의 주된 출입구인 포르타 델라 카르타는 15세기 고딕양식의 문으로서 거인의 계단으로 연결된다. 주 출입구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거인이라는 명칭을 얻은 이유는 계단위에 배치된 조각 작품 때문이다. 거대한 마루스와 넵튠의 동상, 르네상스 때 조각가 산소비노의 작품이다.

베네치아 귀족들은 두칼레 궁전 2층의 남쪽면 전체를 할애해 최고 위원회 회의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유화를 그려 동쪽 벽을 장식하게 했다. 바로 르네상스때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 틴토레토의 그림 <천국>이다. 이 그림을 바라보며 동쪽 문으로 들어서면 두칼레 궁에서 감옥으로 연결되는 입구가 나온다. 감옥은 궁정과 운하를 사이에 두고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로 연결되었는데 바로 이 다리가 탄식(Ponte dei Sospiri)의 다리이다.

탄식의 다리 입구에서 그 유명한 카사노바를 잠시 생각하다 다시 돌아 나와 2층 로지아에서 아드리아해를 바라보자. 물건너 저만치에 또 다른 섬이 눈에 들어오고 저녁노을에 비친 뿌연 안개속에 산 조르조 마조레(San Giorgio Maggiore) 교회가 들어 온다. 바라보이는 전경이 마치 어디서 본 듯한 한 폭의 그림이 생각나게 한다. 바로 모네가 그린 베네치아의 풍경이다.

다음호에는 산 조르조 마조레(San Giorgio Maggiore)와 그밖에 건축물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림1) 아드리아 해에서 바라본 두칼레 궁전 : 오랫동안 베네치아총독의 거주지이자 집무실이었으며 섬세한 고딕양식의 트레서리와 화려한 아케이드를 자랑하는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 고딕양식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베네치아지도 : 수많은 운하로 연결된 섬들로 이루어 졌으며 그 가운데로 S자 모양 의 대운하가 흐르고 그 끝에 산 마르코 광장이 위치해 있다. 대운하 주변에는 12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워진 귀족들의 궁전이 즐비하다

그림3) 성 마르코 광장쪽에서 바라본 산타마리아 델라 살룻데 교회 : 르네상스시절 베네토지 방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작품으로 광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 건축물은 르네상스 고전주의 건축 최고의 작품이다.

그림4) 1880년경 인상주의 화가의 대표였던 모네가 그린 베네치아 풍경. 묘사보다 아드리아 해의 강렬한 풍광을 표현하려고 했던 노력을 느낄 수 있다.

2020년 5월 8일, 1170호 20-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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