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인간의 움직임을 통한 아름다움의 창조 :
현대무용 ➀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예술행위는 노래와 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노래와 춤은 인간 삶의 태초부터 함께 하여 왔고, 각자 독자적으로 예술로 발전해오게 되었다.

춤(영어dance, 독일어 Tanz)의 단어는 산스크리트어의 ‘Tanha’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언어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Tanha’는 중세 영어에서는 ‘Daunce’로, 중세 독일어에서는 ‘Danson’으로 변화하여 오늘날에 이르는데, 그 의미는 ‘생명의 욕구’를 뜻한다고 한다.

이렇듯 춤은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슬픔과 기쁨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는데 다시 말해 삶 속에서 활동의 요구, 생명에의 욕구를 표현한 원초적 예술행위였던 것이다.

이렇듯 춤은 우리 자신들의 몸을 수단으로 삼아, 연속적인 움직임과 일정 틀, 그리고 리듬을 통해 삶에 대한 내적 욕망을 표출하는 예술인 것이다. 춤에 있어 리듬이란 생명의 규칙적인 숨결이며, 영혼의 파동으로서, 춤 속에서의 리듬은 비단 시간적인 존재만도 아니고, 공간적인 존재 즉 시각적인 존재이다.

춤(무용)을 일반화하여 설명한다면 ‘인간의 신체를 소재로 하고, 그 살아 있는 움직임을 매체로 하여 율동적인 조직으로 상징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춤(무용)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약동감과 흥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신체를 매개체로 한다는 특성에 말미암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신체의 움직임은 언어를 대변하고 보완하는 몸짓이고, 감정의 변화가 가장 잘 나타나는 표현으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접하는 예술 이전에 무언(無言)의 자기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신체동작의 율동화는 어린아이들의 유희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소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제사 등과 결부되어 나타나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친화와 연대감을 가져다주는 작용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의미에서 춤(무용)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표현수단이며, 인간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모든 예술의 원형을 이룬다고 볼 수 있겠다.

초기 무속 형태의 춤에서 중세 민속무용으로 변화해 오던 춤은 르네상스 시기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된다.

르네상스 이후, 무용은 생활 속의 일상적인 행위로부터 벗어나, 무용 자체가 고도의 예술행위로 변화하게 된다. 이 시점부터의 유럽에서는 무용을 민중적인 민속무용과는 달리 구분하여 예술무용이라 부른다.

– 예술무용-발레(Ballet)

발레는 유럽에서 발생한 예술무용으로 본래 유럽의 궁정과 귀족사회에서 향유되던 사교무용이었다. 최초의 발레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하였으며, 16세기 카트린느 드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2세와 결혼하면서 프랑스 왕궁으로 전파된다. 발레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왕실음악무용아카데미를 설립하면서부터이다. 루이 14세는 발레의 애호가로서, 자신도 추었을 정도로 발레의 발전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

발레는 클래식 발레, 로맨틱 발레, 모던 발레 등으로 다시 나눌 수 있으나, 다만 그 내용이나 사조 혹은 기교가 조금씩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은 경향을 가지고 있다. 즉, 발레는 어디까지나 형식미를 추구하는 문학성과 음악성이 농후한 춤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백조의 호수>이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다른 기회에 발레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볼 예정이다.

– 현대무용

19세기 말까지의 유럽의 무용을 주도했던 것은 로맨틱 발레였다. 19세기초 문학․음악․회화 등의 주류를 이룬 낭만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로맨틱 발레는 파리를 중심으로 19세기 전반에 절정에 이르렀는데, 환상의 세계를 그린 점과 이국적 정서를 강조한 점 등을 특징으로 들 수가 있다.

그 표현에는 1820년대에 시작되었다고 추정되는 포앙토(발 끝으로 서는 것) 기법이 많이 쓰였는데, 포앙토 기법은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알맞는 기술로, 이 시기에 큰 발전을 이루었다. 또한 현재의 발레가 지닌 고전무용의 체계는 거의 이 시기에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로맨틱 발레는 19세 후반부에 이르러 매너리즘에 빠져 차차 쇠퇴하기 시작하였고, 프랑스를 대신하여 러시아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어 고전 발레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고전 발레가 고도화함과 동시에 기교의 편중을 초래하면서 무용의 참된 예술성은 상실되어 가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속에, 발레의 낡은 형태로부터 탈피하여 그것과는 전혀 새로운 입장에서 참된 무용정신을 회복하고 독자적인 무용 예술을 확립하려는 운동이 20세기에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것이 곧 현대 무용이다. 더구나 20세기는 사상적으로는 인간해방, 예술적으로는 창조의 시대로 돌입했던 때다. 이렇게 되자 인간성을 억압했던 기교의 편중, 일정한 형식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게 된 발레에 대해 욕구불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현대 무용은 미국 여류무용가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이 발레의 형태를 새로운 형태, 즉 무용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동원하여 새로운 미를 창조하는 예술이어야 한다는 이념으로 일으킨 하나의 이념적․형태적 혁명이었다.

현대 무용은 고전 발레에 반발하여 발전한 것이기에, 고전발레의 모든 기법을 부정하고 있다. 즉 기법이란 원래가 ‘표현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 발레처럼 그 기법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정형적인 패턴이 생겨나게 되어, 정해진 기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결과가 되어 버린다.

물론 현대 무용에서도 개성의 존중과 그 표현자체에 독창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름의 기법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고전 발레처럼 모든 무용가에게 통용되는 공통된 기법이 아니기에, 현대무용에 있어 무용가들은 각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법을 스스로가 창안하고, 나름으로 기법의 독자성을 발휘하고 있다.

현대 무용은 토우 슈즈를 버리고 장식적․구속적인 의상을 벗어버리고 환상의 세계로부터 대지로 내려섰다. 현대 무용의 움직임은 토우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신체를 구사하고, 특히 균형을 무시한 굴곡적인 움직임을 개척했다. 그럼으로써 발레가 지니는 밝은 면만이 아니라 죽음․비참․고뇌와 같은 인생의 어두운 면에 대한 묘사도 가능해진 것이다.

2020년 6월 12일, 1174호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