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교회를 중심으로 독일의 고딕양식을 살펴보다(2)

유럽에서의 건축양식은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정치를 지배했던 중세시대, 교회가 각 도시의 중요 건축물이었고, 그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르네상스 이전 시대까지 약 900여 년 동안 유럽 건축양식의 중심이자 그 발전과 변화의 기준이었다.
문화사업단은 독일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교회와 그 도시를 소개하며 독자들의 독일 도시 탐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마부르크와 엘리자베스 교회

마부르크(Marburg)는 라인 강의 지류 란(Lahn)강에 면하고 있어 마부르크 안 데어 란( Marburg an der Lahn)이라고도 불리는 독일 중부 헤센 주에 있는 도시이다.

인구 8만 남짓의 이 소도시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은 많은 한국 유학생이 이곳에서 유학을 했고, 진보적 학풍을 선도하는 마부르크대학교, 그리고 ‘닥터 지바고’를 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이 도시에서 수학해 더욱 유명해졌다.

또한 도시가 상하로 나뉘어 승강기로 도시의 상층부와 하층부를 오갈 수 있는 구조에, 도시를 감싸고 흐르는 란 강의 수려한 경치도 이 도시를 방문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마부르크는 중세 시대부터 란 강 연안의 교역 중심지로 발전하였고, 13세기에는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도시 성벽이 구축되었고, 헝가리의 공주 엘리자베스가 이곳에서 자선 사업을 하며 많은 업적을 남겨 성녀로 시성되기도 하였다.

종교개혁 시기에는 종교개혁 중심지로 활약하며 개신교도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527년에는 최초의 개신교 대학인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Universität Marburg)가 개교하였고, 1529년 당시 종교개혁가들인 마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필리프 멜란히톤 사이에 회담이 열린 도시이기도 하다.

오늘날 마부르크는 대학도시다운 젊음이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13세기 ~ 14세기에 엘리자베스에게 봉헌된 고딕 양식의 엘리자베스 교회를 비롯한 옛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 관광지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교회

마부르크의 상징 엘리자베스교회는 성녀 엘리자베스를 위해 봉헌된 교회로서 당시 마부르크주민들은 헝가리의 공주이자 백작부인으로 가난한 주민들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한 엘리자베스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교회이다.

헝가리의 프레스부르크에서 국왕 앤드레 2세의 딸로 태어난 성녀 엘리자베스는 14세 되던 해에 튀링겐 영주 헤르만 1세의 둘째 아들인 루트비히 4세와 결혼하였다.

1227년에 루트비히 4세가 풀리아(Puglia)로 출정하는 십자군에 가담하였다가 9월 11일 이탈리아 남동부 오트란토(Otranto)에서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 후 그녀는 온갖 슬픔을 극복하고 마르부르크 성에 살면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데 헌신하였다. 엘리자베스는 누구나 놀랄 정도로 가난하고 겸손한 삶을 살았으며 깊은 사랑으로 모든 이들을 감쌌다. 백작부인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하여 직접 음식을 날라주고 옷을 지어 준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녀는 독일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성녀가 되었다. 그녀는 불과 24년밖에 살지 못하고 1231년 마르부르크에서 운명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작은 형제회 재속 3회의 수호성인으로 높은 공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1235년 5월 28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에 의하여 시성되었다. 14세기 이후 엘리사벳의 성화는 망토에 장미꽃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려고 몰래 빵을 감추고 나가다가 남편에게 들키자 그 빵이 장미꽃으로 변했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빵 제조업자와 빵 집의 수호성인이다.

독일의 소도시 마부르크의 1235년 착공된 엘리자베스교회는 이러한 성녀 엘리자베스의 일화 이외에도 독일 건축사에서는 최초의 독일 고딕양식 교회로 손꼽히고 있다.

건축연도로 보면 트리어의 성모교회(Liebfrauenkirche)가 1230년 착공하여 조금 앞서고 있으나, 트리어의 성모교회는 둥근 내부구조로 인해 전형적인 고딕양식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있으며, 막데부르크교회(1209년 착공)는 로마네스코양식이 많이 차용되었기에 독일의 고딕양식 건물로 보기 어려워 엘리자베스교회를 최초의 독일 고딕양식 건축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호에서 살펴본 쾰른대성당은 착공연대(1249년)도 엘리자베스교회보다 늦을뿐만 아니라, 독일의 고딕양식이라기 보다는 프랑스식 고딕양식의 특징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

엘리자베스교회는 남,북의 두 탑(80m 높이)과 전향적인 고딕의 내부구조와 스테인드글라스가 조화를 이루며 웅장미를 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딕양식 교회의 특징은 로마네스코앵식의 건물보다 벽의 두께가 얇고, 첨두형 아치의 내부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딕양식에서는 벽체는 엷어지고 창의 면적을 확대해 갔으나, 이 취약화된 벽체를 역학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지골궁륭을 적용하였다. 이 구조에 따르면 궁륭의 무게가 지골(支骨:rib)에 의해 지주(支柱)에 집중되기 때문에, 벽체는 거의 중량을 받지 않게 된다. 더욱이 외벽에는 벽에 따라 부벽(扶壁:buttress)이 줄지어 서 있어서, 지주에 걸리는 사압력을 외부에서 받쳐주고 있다.

또한 궁륭·입구·창 등에서 로마네스크에서는 반원형 아치를 썼지만, 고딕에서는 첨두형 아치를 쓰게 되어, 첨두의 각을 넓히거나 좁혀서 넓이와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성당 안의 공간 구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게 되었다.

또한 창이 높아지며 채광(採光)을 풍부하게 하고, 전체로서 상승효과를 강하게 나타내어, 세련된 건축기술을 과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건축학적 토대로 화려한 조각이 이전 시대보다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로마네스코 양식의 교회에서는 아담함과 포근함을 느끼는 반면, 고딕양식에서는 웅장함과 세련미를 느낄 수 있다.

1303호 23면, 2023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