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5)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이탈리아의 폼페이에 가면 우리는 2천년전 로마시대의 도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화산재에 의해 전체 도시가 순식간에 매몰되었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마치 2천년전 로마시대 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과거 2천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인 셈이다.

아직도 지구에는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사회도 있다. 아프리카 혹은 아마존의 오지에는 예전 그대로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발달된 도시에 온다면 그들은 아마도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한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자신이 직접 빛의 속도와 가깝게 여행해서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을 일으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초중력체, 혹은 광속으로 운동하는 물체 주변에서 일어나는 시공간 왜곡 현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이건 엄밀히 말하자면 미래로 간다기보다는 자신의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것이다.

인터스텔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운데, 고중력장 내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이용하여 블랙홀 주변에 있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자신의 시점에서는 몇 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자신을 제외한 세계는 몇 십 년이 지나가 있는 식이다.

◎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

미래에로든지 과거에로든지 시간여행은 언제나 우리에게 흥미의 대상이다. 영화에서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설령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미래로의 일방통행만이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여행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법칙(因果法則)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미래 지구를 구할 영웅을 없애기 위해 미래에서 터미네이터가 과거로 가서 어린 그를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 못한다. 과거로 가서 어린 그를 죽이게 된다면 미래의 일 자체가 모두 헝클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발생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과거로 가서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면 현재의 나는 존재할 수 없게 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설령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로 하더라도 단순히 관찰자로서 과거의 상황을 볼 수만 있을 뿐일 것이다. 따라서 영화 『터미네이터』나 『백 투더 퓨쳐』에서처럼 과거에 이미 이루어진 일을 변동시키려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불가능할 것이다.

◎  미래로부터 우리를 찾아온 손님이 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지금부터 500년 전에 비행기, 잠수함, 자동차의 설계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그 당시보다 수백년 미래의 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다빈치가 그 당시 미래로부터 온 사람이었다면 왜 지금에는 미래로부터 온 손님이 없을까?

결국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시간여행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많다. 단지 시간여행은 영화속의 소재일 뿐이다. 미래에서 과거(또는 현재)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가장 명쾌한 해답은 미래로부터 우리를 방문한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부터 1천년이 지난 서기 3000년에는 과학이 매우 발달하여 타임머신을 만들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들은 그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로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래로부터의 방문자는 없었다. 물론 우리 역사의 과거에도 미래로부터의 방문자는 없었다. 따라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과거로의 회귀적 시간여행은 불가능하지만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하면 우리는 미래의 사회에 가서 그곳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명이 발달한 미래의 사람들은 (과거의 세계에서 찾아온) 우리들을 미개한 사람들로 여길지도 모른다. 우리는 비록 미래로 갔지만 그곳에서의 우리의 지식과 기술은 한참 낮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의 사람들에게 어떠한 면에서도 우월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만 우리의 미래 사회가 어떠할 것인가를 경험할 뿐이다. 그러나 미래로 간 우리들이 원래 살고 있던 과거로 돌아올 수 없음은 물론이다.

◎  타임머신과 타임슬립

타임머신 시간 여행의 도구로서 주로 과학 소설 분야에서 무대 설정이나 소도구로 이용된다. 1895년 허버트 조지 웰스가 《타임 머신》이라는 소설에서 발간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웰즈의 타임 머신은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이동 수단이 개발된 것을 계기로 공간 이동 기술을 시간 축으로 확장한 것으로, 시간만 이동할 수 있고 공간 이동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화에서의 타임머신은 시간을 빨리 감거나 되감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시간 여행자가 주위의 풍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미래나 과거로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주 쓰이지 않고 주로 4차원 공간 등을 통해 곧바로 이동하는 방식이 쓰인다. 4차원 공간을 이용해 다른 시간에 즉각적으로 접속하는 타임머신은 도착 장소가 물 속일 수도 있는 등 안전한 지상의 장소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도착지의 상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타임슬립(time slip)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서로 연결된 타임라인을 갖는다. 판타지 및 SF의 클리셰로, 어떤 사람 또는 어떤 집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거스르거나 앞질러 과거 또는 미래에 떨어지는 일을 말한다.사고에 가까운 초상현상(초자연현상)이라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과는 구분된다.

타임슬립 개념은 여러 사람들이 들고 나왔으나, 대개 19세기에 마크 트웨인이 쓴 《아서 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를 그 시초로 친다. 타임머신류와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은 시간을 뛰어넘는 일에 대한 제어능력이 없고, 또 그 과정을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2020년 8월 7일, 1181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