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10)
아버지별과 아들별

우리 인간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년을 넘지 못한다. 인간이 사는 기간은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자손이 새로이 자라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식물들의 삶도 태어나서 죽고 다시 자손을 통해 그 종족을 누려가기는 마찬가지다. 태어난 나무는 성장하여 씨를 뿌리고, 그 씨앗으로부터 새로운 자손이 태어나 한동안 같이 자라다가 결국에 어미 나무는 죽음을 맞이한다. 대지는 죽어간 나무를 분해시켜 새로운 자손에게 영양분으로 제공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토대가 된다.

이와 같이 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은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변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재 지구상에 있는 생물들은 수천만 년에 걸쳐 살아오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들은 자연에 보다 잘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켰으며 따라서 지금의 그들의 모습은 맨 처음 조상들과 무척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한참 지난 미래에는 인간의 모습도 지금의 우리와 무척 다르게 진화해 갈 것이다. 물론 겉모습뿐만 아니라 몸의 구성이나 성질까지도 후세에는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새로 태어나고 죽는 자연의 생존원리는 지구에서 생명이 발생한 이래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생명체의 수명에 비하여 지구의 수명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수명이 지구의 수명에 비하여 매우 길다면, 만약 인간의 수명이 몇 만 년이 된다면 지금까지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몇 세대만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나이는 무척이나 길다. 반면 인간의 수명은 그에 비하면 매우 짧다. 따라서 우리 인간이 지구에 최초 탄생한 이래 수많은 세대까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있어 왔다.

이에 비하면 별들은 지금까지 아버지별과 아들별, 그리고 손자별만이 존재한다. 인간이 수만 세대를 거쳐서 지구상에 살아 왔지만 별들은 우주의 역사기간 동안 겨우 두세대 또는 3세대만 지난 것이다. 그만큼 별들은 오래살기 때문이다.

◎ 제1세대별과 제2세대별

인간과 마찬가지로 별에게도 조상이 있고 그러한 조상들에 의해서 태어난 후손이 있다. 하지만 별의 수명은 무척이나 길어서 인간과 같이 오랜 세대를 거쳐서 진화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맨 처음 만들어진 별과 그 다음에 만들어진 별들은 많은 차이가 있다. 제1세대의 별은 우주의 생성과 함께 만들어졌다. 따라서 그들의 구성도 수소와 헬륨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 별의 수명은 무척 길어서 우주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이들 제1세대별은 아직도 대부분이 살아 있다. 밤하늘을 밝히는 대부분의 별은 아주 옛날 원시은하의 탄생과 함께 이루어진 이들 제1세대의 별이다. 이들 별은 수소와 헬륨을 태우고 살아가면서 탄소나 철과 같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다.

제1세대별(아버지별)이 죽고 난 잔해로부터 생겨난 별들도 있다. 그러한 별에는 수소나 헬륨뿐만 아니라 질소, 탄소와 같은 무거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태양도 이런 원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제2세대의 별(아들별)이다. 제2세대별은 제1세대별이 죽으면서 퍼트린 잔해가 다시 뭉쳐서 만들어진다. 우리의 태양은 45억 년 전에 태어난 제2세대별이다.

생명은 제2세대별에서 태어났다.

산소, 탄소, 질소 등 생명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중심에서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생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원소들은 제1세대별이 죽은 후에 폭발을 통해 우주에 퍼져나가야만 새로운 별이 탄생할 수 있다.

죽어 가는 별의 내부에서 생성된 무거운 원자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가스성운의 일부가 되고 이 가스성운들이 응축되어 제2세대의 별을 이루게 된다. 언젠가 2세대별이 죽음을 맞은 후 또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면 2세대별의 잔해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할 것이다. 족보상으로 그는 최초에 생겨난 별의 손자(孫子)인 것이다. 그러한 제3세대의 별은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여러 가지로 다른 모습을 가질 것이다.

우리의 태양은 우주의 후기에 생겨난 별이다. 그래서 수소나 헬륨이 아닌 무거운 원소들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들, 즉 동식물까지 포함하여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은 제1세대별의 중심부에서 생성된 것이다. 그러한 원소가 비로소 제2세대별로 형성됨으로써 생명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별들에게 죽음의 고통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삶이 허락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이를 좀 더 우주적으로 말하면 ?우리 몸의 원소들은 우주의 폭발과 별의 재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우리가 죽은 후 다시 태양이 그 수명을 다하고 나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도 다시 우주공간의 재로 되돌아갈 것이다.?가 될 것이다.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이후 수많은 세대가 흘렀지만 우주에서 별이 등장한 이후, 별은 몇 세대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태양과 같은 2세대의 별이 수명을 다하면 태양의 잔해에서 제3세대의 별이 탄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에는 3대의 별의 가족이 함께 살게 된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1세대의 사람들이 모두 죽고 다시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로만 사회가 이루어지는데 반하여 별의 세계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 치면 원시의 구석기 시대 인간과 아주 세련된 현재의 사람들이 동 시대에 같이 살고 있는 셈이다. 제1세대의 별과 제2세대의 별이 무척 다른 것처럼 아들이 죽은 다음에 태어날 제3세대의 별(손자별)도 그의 조상들과 무척 다를 것이다.

우리의 태양은 우주의 후기에 생겨난 아들별이다. 그래서 수소나 헬륨이 아닌 무거운 원소들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들, 즉 동식물까지 포함하여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은 제1세대 별의 중심부에서 생성된 것이다. 그러한 원소가 비로소 제2세대 별로 형성됨으로써 생명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2020년 10월 16일, 1191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