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아들>
강정희
다부진 아이 어른 열쇠고리 목걸이
어린 맘 쏟아부은 지극한 맏이 역할
고맙고 안쓰러움에 어미 마음 메 진다.
열악한 생활환경 야무진 꿈 싸라기
유리알 물빛 같은 투명한 삶을 보며
지나온 발자국마다 피어나는 복수초
독하게 공부하여 푸른 꿈 뿌리 내려
싱싱한 활어처럼 맹렬히 도전하는
눈부신 행동거지는 내 삶의 동력이다.
내가 섰던 그곳에 우뚝이 이젠 네가
해 오름 열정으로 그 자릴 빛내어라.
숨 죽은 네 어미의 한(恨) 한 올 한 올 빗으로
불빛은 눈 부신 데 첫 수술의 긴장감
괜찮아 겁내지 마. 해야 할 네 몫이야.
누구나 올챙이였어, 어서 뜨렴! 첫 삽을
의사 앞에 환자는 언제나 슬프더라
가슴을 활짝 열고 따뜻이 다독이렴.
치료의 반은 믿음이야. 문지방을 낮추며
아무리 힘들어도 오로지 환자를 위해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를
철저한 너의 그 소신 초지일관 끝없이.
진종일 힘드니까 서럽게 보고 싶고
눈에서 멀어지니 더 많이 보고 싶은
가슴에 품고 사는 넌 내 마음의 색동옷
둥글게 다듬어진 꽉 채운 동그라미
이대로 그냥 그냥 감사가 샘 솟는다.
듬직한 내 맘의 보루 혈관의 아스피린
연지지 사랑으로 봄처럼 오손도손
가슴에 달이 뜨는 고백은 선물이다.
지는 게 이기는 거야. 붉고 둥글 미소로
정겨운 가족사진 오색의 비눗방울
별자리 올망졸망 어울려 재잘재잘
귓전을 간지럽히며 치마폭에 감긴다.
짝 끼고 자식 끼고 부모 곁 떠났지만
힘들고 어려울 땐 맨 먼저 찾게 돼요.
너의 그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안긴다.
아픔의 부스러기 각고(刻苦)의 피난 인내
사명감 철두철미 튼실한 아름드리
크신 임 감사합니다. 탐스러운 결실에
<창작 노트>
*이역만리 독일에서 맞벌이 부부로 두 아이를 키웠다. 우리 맏아이는 방과 후부터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동생을 돌봐야 했다. 아이는 늘 목걸이처럼 열쇠를 목에 걸고 다녀서 현지인들의 곱지 않은 눈총을 사기도 했다.
*41년의 수술실 독일 파견 간호사로 근무한 어머니의 자리에 맏아들이 정형외과, 구급 외과 의사로 자리를 지킨다.
신세계 꿈을 향한 머나먼 낯선 자리
속울음 깨물었던 생생한 희비 애환
기나긴 대장정의 삶 내 뜨락에 살구꽃이
1196호 17면, 2020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