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16)

물의 특이한 성질

물은 산소와 수소가 결합된 것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화학 물질이다. 무색 투명하고, 무취무미(無臭無味)하다. 물은 지구 위의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며, 지표면의 70% 정도를 덮고 있다.

물은 가장 보편적인 용매로 보통 액체 상태의 물을 가리킨다. 고체 상태인 것을 얼음, 기체 상태인 것을 수증기라고 부른다. 흔히 ‘김’이라고 부르는 형태를 수증기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으나, 김은 엄연히 액체 상태의 작은 물방울들이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수증기와는 다르다

우리주변의 대부분의 물질들은 고체상태로 존재한다. 버터나 비누도 보통의 온도에서는 고체이다. 이들이 액체로 되기 위해서는 훨씬 온도가 높아야 한다. 이런 물질에 비하면 물은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섭씨 0도만 넘으면 물이 액체로 존재하니 우리 인간이 사는 환경에서 대부분 물은 액체로 존재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물은 어는점이 다른 물질에 비하여 낮은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물질들은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부피가 증가한다. 하지만 물은 이러한 보편적인 원리를 따르지 않는다. 물이 보편적인 원리를 따른다면 물의 부피는 0도일 때 최소가 되고 100도일 때 최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물의 부피는 0도가 아닌 4도일 때 최소가 된다. 따라서 4도 상태의 물 한 컵을 0도로 온도를 낮추게 물이 컵을 넘게 된다.

한편 물은 얼게 되면 그 부피가 늘어난다. 따라서 무게는 가벼워지고 얼음은 물에 뜨게 된다. 콜라나 사이다를 병에 가득 넣고 얼리게 되면 병이 깨지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 물은 왜 표면부터 어는가?

우리는 강이나 호숫가에 얼음이 얼 때 항상 표면부터 어는 것을 본다. 왜 물은 밑에서부터 얼지 않고 위에서부터 어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땅바닥보다 공기가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공기에 접한 표면부터 얼음이 어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설령 땅이 공기보다 더 차갑다고 하더라도 호수나 강에서는 항상 얼음이 표면부터 얼게 된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물이 비중은 0도가 아니라 4도에서 가장 적기 때문이다. 즉 물은 4도보다 낮으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에서 가장 차가운 0도의 물은 부피가 크므로 비중은 작게 되고 따라서 다른 물에 비하여 가볍게 된다. 얼음은 가장 차가운 0도의 물부터 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곧 얼음으로 변하게 되는 0도의 가장 차가운 물은 가벼우니까 위로 모이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온도가 더 내려가면 표면의 가장 차가운 물부터 고체(얼음)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물이 4도에서 가장 무겁다는 사실이 자연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보통의 액체처럼 어는점에서 가장 무겁다면 강이나 호수가 얼 때 밑바닥부터 얼 것이고 따라서 추운 겨울에 물속의 생물들이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물이 4도일 때 물의 무게가 가장 무겁게 되어 바닥에 가라않게 된다. 호수 표면이 얼어서 영하가 된다고 해도 바닥 쪽의 물은 한겨울에도 4도를 유지한다.

오늘날 생명체들의 조상이 빙하기를 견디어낸 것은 이러한 사실과 연관이 깊다. 호수 표면의 물 온도가 4도보다 더 내려가면 밀도는 작아지기 때문에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표면에 그대로 남게 된다. 그 밑의 물은 표면의 물이 담요처럼 덮어주므로 천천히 열을 상실한다.

따라서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져 호수가 얼어붙으면 우선 표면이 얼게 되고 그 얼음 밑은 액체 상태인 물로 남게 된다. 얼음이 두꺼워질수록 단열효과는 커지므로 호수 밑바닥까지 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호수 바닥에서는 물고기들이 얼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이다.

◎ 물의 온도조절기능

물의 가장 중요한 성질 중의 하나는 비열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즉 물은 잘 데워지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는다. 우리는 쇠를 불에 데우면 10초도 안되어서 매우 뜨겁게 되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게 열이 금방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이에 반하여 물은 매우 한참동안 데워야 미지근해지기 시작한다.

물 1그램을 1도 올리는 데는 열량이 1칼로리 소요된다. 보통 다른 물질은 이보다 작은 열량이 필요하다. 물이 큰 비열을 갖는 원인은 물이 극성을 띠고 있는 분자이기 때문이다. 즉 물 분자가 한쪽은 +, 다른 쪽은 – 전기를 띠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전기적인 힘으로 서로 밀고 끌어당겨 결속력이 강한 집합체를 이루는 것이다.

물의 비열이 크다는 사실은 우리 일상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바닷가나 큰 호숫가에서는 기온의 일교차가 내륙보다도 작다. 이는 물 때문에 잘 데워지지도 않고 잘 식지도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물이 적은 사막에는 낮에는 금방 더워지지만 밤에는 다시 금방 차가와져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매우 심하다.

낮 동안에는 내륙 쪽이 바다나 호수보다 먼저 데워진다. 따라서 육지의 공기가 더 많이 팽창하고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가 버리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뭍에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게 된다. 밤에는 그 반대로 내륙 쪽이 바다나 호수보다 빨리 식어서 물위의 공기가 육지의 공기보다 가벼워 육지에서 물쪽으로 바람이 분다.

우리나라처럼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경계 부근에 있는 나라는 계절풍이 큰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에는 대륙 쪽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기 때문에 해양 쪽의 공기가 상승하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대륙에서 해양 쪽으로 바람이 분다.

물이 적은 사막에서는 낮에는 매우 덮지만 밤에는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다. 그러나 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크지 않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물의 비열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물의 비열이 크다는 사실은 환경과 인간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문명은 역사적으로 강과 주된 물길을 중심으로 번성하여 왔다. 이른바 문명의 요람이라 불리는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 민족은 나일 강에 온전히 의지하였다.

현대에서도 로테르담, 런던, 몬트리올, 파리,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 상하이, 도쿄, 시카고, 홍콩과 같은 거대 도시들은 물에 다가가기 쉬운 곳에 있고 결과적으로 무역이 팽창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1203호 22면, 2021년 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