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한국의 민화(民畵) (3)

한국민화의 종류와 특징

민화에는 공동체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미감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공동체의 자연과 역사 속에서 무르익은 감성이다. 민화 작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 기저에 깔려 있는 근원적인 미감을 본능적으로 끄집어낸다. 가령 신라시대의 토우, 조선 전기의 분청사기와 판화, 감로탱도(甘露幀圖)는 대중의 원초적인 미감을 엿볼 수 있는 전통예술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 역사의 수면 아래 지속적으로 잠재해왔던 서민의 욕망이 분출한 회화가 바로 근대의 민화다.

민화의 분류

민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룬 주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 할 수 있다. 그러나 민화가 미술사의 체계 내에서 다루어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정통회화의 분류법에 의거 구분하려는 시도들이 최근의 학계동향이다.

즉 종래의 민화를 기능이나 역할, 특성 등에 의해서 분류하던 것을 벗어나 주제나 내용에 의해서 정통회화의 분류법을 따라 나누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화는 산수(山水)화, 인물(人物)화, 동물(動物)화, 화조(花鳥)화, 어해(魚蟹)화 그리고 책거리 그림, 문자(文字)도 등으로 대별된다고 하겠다.

특히 민화의 독자성이 강한 책거리 그림이나 문자도 역시 정통회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통회화의 분류법에 따라 산수화, 인물화, 영모화, 화조화, 어해화에 큰 무리 없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민화가 독자적으로 발전할 것이 아니라 정통회화에서 파생되어 변화 되거나 또는 정통회화의 깊은 연관성을 맺으면서 전개되었던 것을 시사하고 있다.

민화의 특징

표현적 특징

민화는 공간구성 방법이 독특하다.

민화는 전후, 좌우, 상하, 고저에 대한 분명하고 일괄된 시점이나 작법을 무시하고 그렸다. 즉 시점이 다양하다. 가령 호랑이의 얼굴과 형태에서 앞면과 옆면이 동시에 표현되기도 하고 사물의 겉과 속이 동시에 그려지기도 한다.

복합성과 반복성이 두드러진다.

화의나 그림의 주제가 일치하는 것이면 관련된 도상들을 모두 하나의 화면에 묘사한다. 반복성은 주술적인 면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는데, 똑같은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일종의 심리적 만족감이나 의지를 보인다.

민화는 모든 색채를 강렬한 색상대비로 표현하고 있다.

민화는 어둡고 칙칙한 색이 거의 없고 모든 사물이 밝고 명확하다. 사물 모두의 존재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했기 때문에 붉은색 옆에 파란색을 똑같은 채도로 칠하여 어느 한 색이 다른 색으로 인해 약화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강렬한 색상대비는 민화의 멋이고 아름다움이다.

내용적 특징

– 민화는 장식적 필요에 의해서 그린 그림이다.

민화는 거의가 병풍에 편집되어서 집 안에 간직되었는데 병풍에 그린 민화는 그것을 둘러칠 장소나 행사의 내용에 맞는 것이 선택되었고, 문배 그림이나 벽장식 그림에도 민화는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신부가 타고 가는 꽃가마 덮개로도 이용되었다. 이렇듯 민화는 우리의 일상 생활공간 곳곳에 놓였으며 한국인이 살아가는 곳에는 민화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 민화는 토속신앙과 세계관이 반영된 그림이다.

민화에서 나타나는 상징성은 각 시대마다 그 때에 그려진 그림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상징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상징성은 그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민화의 상징적 표현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의사소통의 바탕이 되는 공통의 세계관을 매개해 주는 역할도 해왔다.

– 민화는 주술적인 신앙이 반영된 그림이다.

민화가 오늘날의 그림과 가장 다른 점은 그림이 일종의 주술적인 효과를 지닌 매개체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민화가 가진 주술적인 힘이 여러 가지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또 소원하는 바를 이루어 준다고 믿었다. 민화 중에는 토착적인 종교와 결합된 풍습에 의해 주술적인 의미가 부여된 것이 있는데 이를 세화(歲畵)라 하여 매우 널리 그려졌다.

– 민화는 집단적 감수성의 표현이다.

정통회화가 작가 각자의 개성이나 세계관을 드러낸 것이라면 민화는 서민의 집단적인 미적 체험이나 세계관이 자연스럽고도 원초적인 표현형태로 드러난다. 민화는 서민의 공통적인 감수성을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 민화는 모방 그림이다.

민화는 그 주제와 표현의 원류에 있어서 문인화나 도화서 화공들의 그림을 철저하게 모방하고 있으면서도 담아내는 내용이나 표현기법은 다르다. 민화는 일정한 본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가운데 점차 발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민화는 민족문화의 여러 모습을 폭넓게 묘사했으며, 그 중에도 생활철학과 생활감정을 그림 속에서 구체화시키면서 민중의 생활 속에 정착하고 존속해 왔다. 이 속에는 기원과 위안으로, 또는 보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따라서 민화는 민족의 창의성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고, 생활감정과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1204호 23면, 2021년 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