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례길 (4)

Ökumenischer Pilgerweg

총 465km에 달하는 이 길은 역사적인 무역로로써 독일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도시인 Goelitz에서 시작하여 Via Regia를 경유 Vacha에 이른다. Goelitz에서 Erfurt까지 360km이며 Vacha까지는 90km이다.

이 루트는 Koenigshainer 산을 통과하며 수도원들을 지나 Unstrut강을 따라 걷게 된다. 전 루트를 도보로 순례하게 되면 약 삼 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순례길은 작센주와 작센 안할트 그리고 튀링엔에 걸쳐 있다. 이 순례길의 표시는 파랑색 바탕에 노란색 야곱의 조개가 그려져 있다.

독일어로 된 첫 순례에 관한 책자의 표지로 사용된 목판인쇄에 1521년 라이프치히라고 이 길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을 정도로 이 길은 중세시대부터 왕들과 기사들과 상인들 뿐 만이 아니라 순례자들까지 많이 사용했다. 또한 Via Regia는 중세시대부터 라이프치히와 프랑크푸르트를 연결하는 주요 무역로였으며 동서유럽을 잇는 연결로였다. 19세기 초에는 나폴레옹 군대들도 이 길을 사용해서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미 중세시대부터 순례자들에게 숙박을 제공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Herberg들이 20km 30km 간격으로 있으며 만약 만원이어서 자리가 없을 경우에도 근처에 다른 곳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숙박소들은 대게 하룻밤 숙식을 위해 아주 간단한 매트리스와 화장실, 세면대 만 갖추고 있다.

원래 Pilger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인 Peregrinus에서 나왔는데 오랫동안 낯선 곳에서 산다는 뜻이라고 한다. 5세기초에 아구스티누스는 신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적 삶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왜 이 순례의 길에 Ökumenisch 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Goelitz, Bautzen, Marienstern, Grossenhain, Via Regia, Leipzig, Erfurt, Gotha, Eisenach, Vacha로 이어주는 루트의 지명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지역은 프로테스탄트 지역이다.

루터가 순례를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이후로 프로테스탄트 의식에서 순례가 거의 완전히 사라졌는데 오늘날 다시 개신교에서는 근본적인 기독교적 믿음의 행위를 강하게 필요로 하면서 순례길 하나를 프로테스탄트 지역에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한 같은 기독교의 믿음 안에서 개신교와 가톨릭 교회의 통합을 상징하기로 했다고 한다.

숙박소들도 서로 다른 교회 출신들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길을 통해 개신교들과 가톨릭교,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들, 신앙인들과 비신앙인들이 만나는 길이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고 한다.

폴란드에서 시작된 야곱의 길이 독일의 Goelitz를 통과하여 Via Regia 순례길을 거쳐 Vacha에 이르면 Rhoen-Jakobsweg과 연결되고 그 후 스페인의 Santiago de Compostela에 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마틴 루터와 J.S. Bach, 바그너 등으로 유명한 아이젠나흐 그리고 중세시대 로마라고 불리웠다는 Erfurt, 라이프치히는 반드시 거쳐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무역과 박람회(Messe) 도시인 라이프치히, 16세기부터 순례의 길과 연결되어 있었던 St. Marienstern 수도원과 중세의 분위기가 여전히 살아있는 Goelitz와 Bautzen등은 순례와 상관없이 한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Ökumenischer Pilgerweg의 19단계 순례길은 다음과 같다.
Görlitz – Weißenberg                31km
Weißenberg – Bautzen              21km
Bautzen – Kamenz                     32km
Kamenz – Königsbrück              15km
Königsbrück – Großenhain        33km
Großenhain – Strehla                 28km
Strehla – Dahlen                        17km
Dahlen – Wurzen                       19km
Wurzen – Leipzig                       32km
Leipzig – Merseburg                  33km
Merseburg – Freyburg               27km
Freyburg – Naumburg                 8km
Naumburg – Eckartsberga         24km
Eckartsberga – Buttelstedt         19km
Buttelstedt – Erfurt                     30km
Erfurt – Gotha                             27km
Gotha – Eisenach                        31km
Eisenach – Oberellen                  14km
Oberellen – Vacha                      24km


순례를 목적으로 반드시 스페인의 Santiago de Compostela에 갈 필요는 없다. 주위를 돌아보면 가까운 독일내에도 오래된 순례의 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가지고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길이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가진 순례의 길들이 있다.
앞으로 차례차례 이 길들을 미리 사전 조사하는 기분으로 교포신문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가족들과, 혹은 뜻이 맞는 분들과 작은 그룹을 만들어 걸어서 이 길들 중 하나 만이라도 걸으면서 잠시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휴가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1210호 33면, 2021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