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8)

낭만주의(Romanticism)

미술에 있어서 계몽주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사조를 탄생시켰다. 하나는 이성적인 측면이 강조된 신고전주의였다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측면이 강조된 낭만주의였다.

신고전주의는 고대의 모방을 존중하고 있었으나, 낭만주의는 하나의 전형(典型)을 갖기보다도 개인을 해방하여 개개인의 감수성에서 새로운 창조를 추구하고 있다. 신고전주의는 무원칙을 극도로 금지했으나, 낭만주의는 이성에 치우친 냉정함이 본래의 감동이나 정열을 없앨까 싶어 염려하고 있다.

낭만주의의 경우 자연을 억제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로 보았다. 이러한 생각하에서 낭만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성, 상상력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며 행동할 수 있다면 이를 억제하는 요소들인 종교나 제도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았다. 실천의 측면에서 낭만주의 미술가들은 기존의 규범적인 표현 형식을 탈피하고 주제에 있어서도 고전주의적 규범에 의거한 역사, 신화화를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시대적 배경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사회 및 사람들의 의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자유·평등을 내세우는 근대 시민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혁명들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은 혁명에 참여하고 사회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스스로가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주체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봉건 영주 밑에 예속됐던 신분으로부터 벗어나 자아의 능력과 권리를 확인하게 됐고, 그것을 실천하려 했다. 이런 상황 아래서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관심도 증대됐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미술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양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중 하나인 신고전주의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촉발된 혁명의 연속 및 세기말의 소용돌이와 혼란을 예술을 통해 정화시키고자 한 시도였다. 절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고대의 형식과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미(美)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했고, 그것을 통해 예술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정화한다는 윤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에 반해 낭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새로운 인간관과 현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 담긴 감성적 측면을 예술적으로 전개시킨 움직임이었다.

낭만주의 회화의 특징

낭만주의자들이 줄곧 염두해 두었던 창조성이라는 점은 18세기 미술이 보여주었던 다소간의 획일적인 시점에서 탈피하고자 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낭만주의 예술을 특징짓는 기본적인 속성은 반항, 소외, 고통, 광기등과 같은 단어로 규정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낭만주의는 개인의 창조성 탐구, 현실 세계에 대한 절망으로 인하여 현실도피적 성격을 띄는 경우도 많았다.

낭만주의 회화에서도 본질적인 것은 그려지는 것, 곧 주제보다는 그리는 방법, 즉 주체적 방법 또는 주관적 표현에 있다. 부드럽고 생생한 표현양식은 고전주의와는 전혀 대조적으로 극히 유동적이고 약동적이며, 극적인 움직임과 안에서 우러나오는 힘의 인상을 만들어 낸다.

형식보다는 표현이 선행되고, 딱딱한 선이나 단정한 형태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것으로서의 산뜻하고 강렬한 색채를 우선시킨다. 이리하여 오로지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추한 것까지도 그려내는 것이다.

또한 풍경화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미술사를 바라보면 낭만주의는 풍경화를 역사화와 동등한 지위로까지 올려놓은 사조라고 볼 수 있다. 미술사의 큰 역사에서 르네상스 이후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역사화가 이제 풍경화의 부각으로 인해 독점적인 우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낭만주의 회화 작가들

신고전주의를 넘어 낭만주의로 넘어오면 인간의 감성을 그림에 표현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를테면 고야가 그린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에는 그림을 그릴 때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때부터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이 작품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성경이나 신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은 인간들이 알고 있던 지식을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면 점차 화가가 눈으로 확인 한 것만을 그리던 시대를 넘어 화가의 주관이나 감성까지 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작가와 작품은 체질적으로 조형적인 데 비하여, 독일의 낭만파들은 극히 관념적이며 문학과 방식을 같이 하여, 낭만적 심정이나 정취를 담은 풍경화에 인간과 자연과의 친화력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국민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는 나자레파의 오베르베크, G.샤도 등을 비롯하여 리히터, 슈빈트 등과 초상화가 룬게 등을 들 수 있다. 영국에서는 블레이크, 컨스타블, 터너 등이 신비적인 자연을 표현하였고, 프랑스에서는 그로, 제리코를 거쳐서,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에 이르러 낭만파 회화를 대성시켰다고 할 수 있다. 들라크루아는 자유분방한 색채, 유동적인 필치와 극적인 주제와 구도를 가지고 신고전주의와 대결해 마침내 낭만주의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213호 28면, 2021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