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45)
20세기의 지휘자(5)

문화사업단에서는 ‘20세기의 지휘자’를 주제로 8명의 지휘자를 선정하여 그들의 생에와 음악세계를 살펴보도록 한다.

주빈 메타(Zubin Mehta)

1936년 인도 봄베이(현재의 뭄바이, Mumbai)에서 태어난 주빈 메타는 주빈 메타는 7세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친에게서 배웠다. 18세 때인 1954년 빈 국립 음악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지휘법을 배웠다.

1958년 영국 리버풀 국제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 1960년 캐나다 몬트리올 교향악단의 음악 감독으로 영입되었고, 1963년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취임하게 되었다. 15년간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레코드와 연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때의 성과로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되기도 했다.

그가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된 것은 불과 그의 나이 27세 때였는데, 그후 그 자신과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의 명성을 높인 것은 온전히 주빈 메타의 능력의 결과물이었다.

메타의 부임과 동시에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니에는 레코드 녹음활동이 재개되었고, 악단원이 증강되었다.1965년에는 고정 연주회장도 신축 낙성되었다.

주빈 메타는 관현악단에서 특히 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현악 파트를 대담하게 뜯어 고쳤으며, 스트라디바리우스 등의 명기를 구입해 현악기를 대여하는 정책을 실행했는데, 이것은 메타의 강력한 실행력과 절대적인 인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주빈 메타의 LA 필하모닉에서의 업적은 그의 경력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다. 주빈 메타의 정열적인 지휘, 독특한 해석, 그리고 훌륭한 무대매너는 노부인을 비롯 10대 소녀 심지어 록에 열광하는 부류에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주빈 메타의 음악은 선이 굵으며 조형의 밀도가 있다. 주빈 메타는 조형 면에서는 빈의 전통이나 현대인으로서의 절도를 몸에 지니고 있지만, 그 속에서 여러가지 표현을 대담하게 해 낸다.

그 때문에 메타의 예술은 각종의 복잡한 요소가 마치 그가 태어난 나라, 인도음악의 비트처럼 교차되어 있으며 그 표현은 감각적인 것을 주체로 한다. 그는 주로 후기낭만파 작곡가에 가장 능숙하다고 하는데, 브루크너와 R.시트라우스의 장려한 음악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그의 음악에서는 현의 울림이, 마치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여 떠돌듯이 부동적으로 흘러 선율을 노래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카라얀도 이와 비슷하지만 메타는 카라얀보다 중후한 음으로 현의 특이한 울림을 만든다.

그는 오페라 곡의 레코딩 작업에 특별한 애정을 두고 있으며, 또한 후기낭만파 이후의 말러나 R.스트라우스, 스트라빈스키의 재녹음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그의 레코딩 작업중 1990년 이스라엘 필과 함께 연주한 쇤베르크, 포레, 드뷔시의 <펠레아스의 멜리장드>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2번>은 지금도 호평을 받고 있다.

주빈 메타는 낙천적이며, 인생과 음악을 신뢰하는 예술가다. 그의 음악은 결코 심각해지지 않는다. 1999년 주빈 메타는 UN의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하였고, 2001년에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 2004년에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 2006년에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플로렌스의 떼아트로 델 마지오 뮤지칼레의 ‘명예 지휘자’로 선정되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시절 말기에는 명예 지휘자이자 명예 회원으로 선정되었고, 2006년 12월 “케네디 센터 영예 훈장”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2007년 11월, 빈 음악협회는 그를 명예 회원으로 임명하였다.

주빈 메타는 지휘자로서의 뛰어난 통솔력과 함께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 완전히 정착시키고 있다. 주빈 메타의 예술은 민족성이나 교양주의를 넘어 많은 청중을 설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인도 출신의 주빈 메타는 음악을 통해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지휘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걸프전이 한창인 1991년, 전쟁의 포화를 뚫고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 필을 지휘하기도 했으며, 이스라엘 필을 이끌고 구소련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1999년에는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으로서 “음악의 힘으로 독일인과 유대인, 나아가 유대인과 아랍인의 다툼과 상처를 씻고 싶다.” 는 취지로 자신이 30여년간 지휘자로 있던 이스라엘 필하모닉을 나치시절 당시 유대인 학살장소였던 바이마르지역의 부헨발트(buchenwald) 캠프에 초청, 양국 화해의 협연을 주재했다. 부헨발트캠프는 지난 1937∼1945년 사이 유대인 5만명이 각종 실험대상으로 학살된 장소이다.

주빈 메타는 1백70여명의 양국 단원들을 이끌고 실험실을 찾은 뒤, 부헨발트의 언덕아래에서 비명에 간 유대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반백년이상 지속돼온 유대인과 아랍인들의 화해를 호소했다.

그가 지휘한 곡은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2번>으로서 ‘부활’이란 부제가 붙은 이 곡은 죽음의 행진을 정신력으로 이겨낸다는 내용이다.

“홀로코스트발생 50여년이 지난 지금, 독일인과 유대인이 협연하는 마당에 아랍인과 유대인의 협연도 불가능하라는 법이 없다.”라는 음악의 힘을 믿는 메타의 확신이 이룬 공연이었다.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1999년에는 UN의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빈 메타가 의학공부를 그만두고 빈 뮤직 아카데미에서 지휘를 공부하기 위해 떠난 것이 18살 이다. 80대인 지금까지 화려하고 정력적인 지휘로 청중을 사로잡는 그에게 지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오케스트라석에 앉은 뮤지션들, 협연자들, 그리고 그들을 통한 청중들과의 소통.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지휘법도 개성이라기보다 “모든 것은 음악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늘 강조하고 있다.

2016 년 12 월 이스라엘 필 하모닉은 메타가 2019 년 10 월 음악 감독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1981년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종신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으며, 2019년 11월부터는 이스라엘 필 하모닉의 명예 음악 감독직을 맡고 있다.

1214호 23면, 2021년 4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