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51)

추천도서(3)

문화사업단에서는 국내에서 출간된 다양한 분야의 서적가운데, 대표작들을 엄선 4회에 걸쳐 8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역사와 사회, 철학 등에서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들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탐욕의 시대』

『탐욕의 시대』 장 지글러 저,
양영란역, 갈라파고스, 2008

『탐욕의 시대』는 8년간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이은 두 번째 책으로, 누가 이 세계의 빈곤화를 주도하고 있는지, 부의 재편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기아와 부채가 가난한 자들의 발목을 어떻게 옭아매고 있는지 등의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지글러에 의하면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 중에서 1천만 명 이상이 해마다 영양 결핍이나 각종 전염병, 오염된 식수,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이 희생자들의 50퍼센트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6개국에서 발생하며, 이 수치의 90퍼센트가 남반구 국가들 42퍼센트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이같은 현실을 만들어 낸 자들은 “제조업, 은행업, 서비스업, 상거래에 종사하는 거대 다국적 민간 기업들”이라 지목한다. 이들이 ‘부채’를 통해 한 나라를 쥐락펴락하며 빈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지구의 제3세계의 대다수 가난한 나라는 대외적인 부채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채는 그 나라가 경제적인 성장과 국민을 위한 사업에 유효하게 사용되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대다수 국가는 권력유지나 전쟁 비용 및, 특권층으로 들어가며, 결국 그 나라는 경제적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채권국이나 채권단은 원금과 이자를 받기 위하여 그 나라의 돈이 되는 산업을 가져가 버리고, 비생산적 경제구조를 가진 그 나라는 결국 가난과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구상의 재화가 객관적으로 불충분한 상태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불충분한 상태를 만든다. 세계시장에서 재화는 불충분하고 원재료는 풍부하게 확보하는 것이 곧 다국적기업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상태이다.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먹고 남을 만큼의 충분한 식량이 생산되고 있으나, 5초에 한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전세계 6-15세의 아동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10년 동안 추가로 부담하여야 하는 금액은 미국인들이 화장품을 사기 위하여 해마다 지출하는 액수의 총액에도 미치지 못하며, 유럽인들이 해마다 아이스크림을 사는데 쓰는 돈보다 적은 액수라는 현실에서 장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유러피언 드림』

『유러피언 드림』제레미 리프킨 저,
이원기 역, 민음사, 2005.

이 책은 오래된 아메리칸 드림과 새로 부상하는 유러피언 드림에 관한 것으로, 저자는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본문은 먼저,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부의 축적과 자율성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히고, 반대로 공동체 의식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러피언 드림의 덕목이 어떻게 유럽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과 ‘살기 위해 일하는 유럽인’의 삶을 비교 분석하고,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인 EU를 살펴본다.

그리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 아메리카 드림과 자연을 생명 공동체로 파악하는 유러피언 드림을 비롯해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종교, 인종의 차이 등을 비교분석한다. 20여 년을 미국과 유럽 양 대륙에서 보낸 리프킨은 이 책에서 수많은 통계와 논거를 통해 유러피언 드림이 비단 유럽인들의 삶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 환경에 맞춰 변하고 있는 세계적인 패러다임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리프킨은 자신의 책에서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 문화적 동화(同化), 부의 축적, 경제성장과 무제한적 발전, 무한 경쟁과 무한 노력, 재산권과 개인복리, 애국주의 등을 강조한다.

반면 유러피언 드림은 공동체 내의 관계, 문화적 다양성, 삶의 질, 지속가능한 개발, ‘심오한 놀이'(deep play),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 세계주의 등을 중시한다.

한때 아메리칸 드림은 전세계인의 꿈이었다. ‘집단’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한껏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은 지나친 배타성 때문에 세계화 시대에 더 이상 부응하지 못한다고 리프킨은 전망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은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것은 개척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은 케케묵은 꿈으로 오래 전에 폐기됐어야 한다.” 리프킨은 지금 전세계인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일방주의도 아메리칸 드림에서 파생했다고 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폐기하고 그 자리를 메울 것으로 그는 유러피언 드림을 제시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러피언 드림은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러피언 드림은 “삶의 질, 환경과 조화를 이룬 개발, 평화와 조화에 초점을 맞춘 새 역사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1222호 23면, 2021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