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15)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20세기의 회화

이전 연재에서 살펴본 것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로 분류되는 화가들은 이전의 관습화된 화풍을 버리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데 집중했다.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가 되자, 이러한 새로움을 시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피카소, 뒤샹 등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서 계속 확대, 발전되었고, 그 결과 유럽 현대 회화(모더니즘 회화)의 전성기를 만들게 된다.

특히 후기 인상주의는 이후 20세기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표현주의란 인간의 내면의 감정과 감각의 표현과 구성에 주목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후기 인상주의, 추상주의, 상징주의, 입체파 등 20세기 전반의 회화 사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이후의 회화 사조를 발생시대 순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미래주의(futurism)

1900년에 열린 파리국제박람회를 시작으로 근대 과학문명 시대가 열렸다. 수많은 기계와 발명품, 디젤엔진 등 다양한 발명품이 전시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문학과 미술에 접목시킨 것이 이탈리아 미래주의이다. 미래주의 미술가들은 국제 박람회에 등장한 기술문명을 예찬하고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1909년 시인 필리포 마리네티(Filippo Marinetti)가 르 피가로(Le Figaro)지에 미래주의선언문(Manifeste de Futurisme)을 발표한 것이 미래주의의 출발이다. 마리네티는 미래주의선언에서“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美)로 속도의 아름다움에 의해 세계가 빛나게 된 것을 선언한다. 멋진 경주용 자동차는 승리의 여신보다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당시 과학기술의 첨단인 자동차의 속도감을 예찬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역동성을 강조한 미래주의는 1918년까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지속된다.

미래주의 탄생 배경

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10년 동안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철학적, 시적, 그리고 기계화를 지향하는 견해가 엿보였다.

19세기의 자연과학의 발달은 산업기술을 발전시켰고, 그로 인한 산업화의 영향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점차적으로 버스와 전차가 이용되게 되고 그에따른 기계화로 인하여 생활구조와 더불어 도시의 패턴에도 급속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비록 다른 나라에 비해 늦긴 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통일 이후 북부의 대규모공업화가 시작되어 도시가 변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전차가 옛날의 운하를 대체했고 기계동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였다.

보수적이고 감상적인 것에 반대하는 미래파의 사상에 활력을 준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기술사회로의 명백하고 급격한 전환이었으며, 그들이 파리, 런던, 뉴욕, 베를린의 시인들 및 화가들과 공통적으로 겪은 새로운 경험을 다른 유럽의 지식인들보다 더욱 빠르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의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주의의 특징

미래파 예술가들은 인류의 앞으로의 미래가 대단히 영광되고 흥분될만한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리고 이런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새로운 세계의 미는 현대문명을 창조해가는 기계의 미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그들은 기계와 관련된 속도를 찬양하며 속도가 가져오는 소음, 힘, 운동, 충돌, 모험, 그리고 젊음 등 다이나미즘(Dynamism)을 지향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특히 미래파 화가들은 속도와 운동 그 자체를 하나의 화폭에 그리고자 하였는데 이는 서양 미술사상 유례가 없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미래파 화가들은 시점을 고정시키지 않고 다 시점, 복수 시점에 의해 대상의 움직임을 파악, 묘사하려고 하였다. 또 사물의 잔상에 주의하면서 보고 있는 것과 기억하고 있는 것을 종합함으로써 관객을 화면의 중심으로 몰아넣고자 하였다. 마치 입체주의(큐비즘)가 대상의 여러 면을 동일 화면에 표현하려고 했던 것처럼, 미래파는 대상의 움직이는 각 순간을 동일 화면에 그려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기법적으로는 신인상주와 입체파의 영향하에 있었지만 이들이 추구했던 운동과 시간의 미학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운동을 그리고자 한 이들의 태도는 존재를 움직임으로 보는 사고의 발로였다. 이는 고대 헤라클레이토스 이래 배제되어 왔던 변화, 생성에 대한 주목일뿐더러 전통적인 공간적 사유에서 시간적 사유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래주의 작가들

마리네티의 미래주의 선언의 영향으로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 카를로 카라(Carlo Carra),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지노 세베리니(Gino Severini는 1910년 2월11일 밀라노에서 미래주의화가선언(Manifesto dei pittori futuristi)을 한다. 미래주의 전시는 1911년 4월3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처음 열렸고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면서 점차 확산되었다.

미래주의 화가들은 증기기관차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야수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에서 보여주는 분할법을 이용하여 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속도를 화면에 담아내기 위한 반복성은 추상미술의 출발점이 되고 키네틱 아트(Kinetic Art)와 옵아트(Op Art)의 선구적 역할을 하게 된다.

1222호 28면, 2021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