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52)

추천도서(4)

문화사업단에서는 국내에서 출간된 다양한 분야의 서적가운데, 대표작들을 엄선 4회에 걸쳐 8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역사와 사회, 철학 등에서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들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천년 벗과의 대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천년 벗과의 대화』
안대희 저, 민음사 , 2011

저자 안대회 교수는 『천년 벗과의 대화』에서 그 동안 연구한 옛 책과 선인들 중 그를 사로잡았던 여러 일화와 삶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명문가의 후예임에도 적극적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든 심대윤, 치졸한 좀도둑의 행각을 구구절절 글로 남긴 가난한 선비 남종현, 자신의 진면을 표현하고자 낯부끄러운 비행까지 조목조목 기록한 심노승 등의 천년 벗들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 50 여개의 책 속 일화들은 기막힌 재치와 상상력을 보여주며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가 무엇보다 53명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결핍된 `인간적인 정(情)`을 채우자는 것이다. “선인들이 현대인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도 금방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던 건 바로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 두터운 정을 간직한 덕분이었음을 저자는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친구와 가족 등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겼고,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소개하여, 책 속 선인들이 보여준 정을 통해 현대인의 고민과 사회 병폐를 덜어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안대희 교수는 밝히고 있다.

『천년 벗과의 대화』속에서 저자는 그동안 읽은 옛 책들에서 시선을 끌고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치열한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진정 추구해야 할 아름다운 인생이란 무엇인지 들려주고 있다.

연암 박지원은 기묘한 인연으로 만난 벗이라 할지라도 그와 더불어 나누는 대화가 무료하고 함께하는 행동이 구차하다면 차라리 홀로 책 속에서 벗을 찾는 것이 낫다고 하였다. 진정한 친구란 그저 만나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친구라면 함께하는 시간에 나누는 대화가 천박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함께하는 행동이 더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짧은 고전 글귀에 맑은 기운이 불쑥 찾아오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때, 수백 년 전 선인들과 만나는 순간이다. 직접 대면한다면 말도 뜻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과거의 사람들이지만, 저마다 자신만의 책 둥지를 틀고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벗할 수 있다.

현실주의라는 명목 하에 불의와 타협하고, 이익의 추구가 시대정신의 하나가 된 오늘날 선인들의 삶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와 삶이 곤고해 질 때마다 우리가 고전을 들추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저, 더좋은책, 2012.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즐기기 위한 게임에도 신화가 숨어 있고, 짧은 영화 한 편에도 영화에서부터 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코드가 숨어 있다. 이처럼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만 초보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소설에서부터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들을 한 권에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인문학의 체계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선 심리학 분야에선 문학과 문명을 해석하는 데 가장 많은 심리적 기초를 제공했던 프로이트부터 현대 심리학의 대세라 할 수 있는 인지심리학까지 순서적으로 다루었으며, 다양한 심리학의 관찰 실험법과 베스트셀러 심리학 책들의 내용까지 살펴봤다.

이어 회화 분야에선 회화 운동이 본격화되는 근대의 인상파부터 다루기 시작했으며 최대한 각 유파 간의 인과관계를 추적해 현대 회화까지 소개했다.

다음은 신화다. 일단 유럽 문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신화를 다룬다. 신화의 주요 주인공인 올림포스 12신과 테세우스 등 전쟁 영웅들만을 골자로 다룸으로써 그들의 계보를 쉽게 정리할 수 있게 했다.

역사 분야에선 단순히 교과서식 서술을 피하고 역사적 인과관계가 있는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서양사의 원인과 결과의 세계사로 구성했다.

이어 철학 분야에선 기존의 쉬운 철학 안내서들이 중요하지만 난해했던 쟁점들을 철학자의 사변 이야기로 돌아간 것을 지양하고, 최대한 쉽게 쟁점들과 맞서려고 했다. 특히 현대 철학 부분에서는 기존의 철학서들이 유럽파와 영미파 전공자로 나뉘어 반쪽만을 소개한 데 반해, 처음으로 두 파를 모두 소개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로벌 이슈 역시 주목할 만하다. 현대사회의 쟁점인 세계화, 자유무역, 환경, 종교 및 지역 분쟁들을 소개해 현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독자들은 끊임없는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들을 한 권에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인문학의 체계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223호 23면, 2021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