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53)

한국의 불교미술(1)

유럽에서 기독교가 종교이자 곧 유럽문화의 뿌리인 것과 같이, 4세기경 고구려의 순도 (順道)에 의해 한반도에 불교가 전해진 이후 백제, 신라로 전파되어 고려, 조선을 거쳐 2000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국의 종교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 전통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들은 다양한 각자 자신의 종교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의 대다수가 불교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교포신문 문화사업단문화세상에서는 ‘한국의 불교미술‘이라는 주제 하에 한국 불교예술의 일반과 그중 하나인 사탑(寺塔)을 살펴본다.

한국의 불교미술

한반도에서는 불교가 처음으로 전래된 4세기에 이르러 최초로 불교미술이 나타나고 있다.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순도는 불상과 함께 불경을 가지고 왔으며, 375년(소수림왕 5)에는 최초의 사원 초문사(肖門寺)가 건립되었다. 한국의 불교는 고구려를 기점으로 백제와 신라에도 잇달아 전해지면서 곧 한반도의 사상체계와 신앙을 하나로 일체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불교미술은 이 땅에서 이룩된 최초의 시각혁명으로서 한국미술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불교 자체가 외래종교이기는 하나 독자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그 조형활동 역시 독특하게 발전하였다.

세 나라가 나름대로 성격을 달리한 삼국시대의 조형활동은 매우 다채로웠으며, 신라에 의해 삼국이 통일된 이후에도 그 전통은 계승되어 더욱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었다. 따라서 통일신라시대의 미술은 한국 불교미술의 절정기를 이루는 것으로 평가되며 이와 같은 신라미술의 찬란한 조형적 성과로 불교미술은 전성기를 맞았다.

통일신라 이후 고려시대 역시 불교를 국교로 하여 불교미술은 새롭고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다만 선종(禪宗)의 대두와 더불어 이 시대의 조형물은 특징을 달리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였다. 그러므로 고려미술의 특색 또한 불교미술이라는 커다란 민족미술의 한 주류에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한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불교의 위축과 더불어 그 미술 활동도 급격히 쇠퇴하게 되었다. 전국 각지의 불사(佛寺) 건축물을 비롯한 모든 조형 활동은 점차 퇴조하게 되었으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전화(戰禍)로 말미암아 수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민족문화재가 수난을 당해 황폐화하는 시련기를 거치게 되었다.

불교미술이 무엇인가

“불교미술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린 학자가 의외로 드물다. 이것은 불교 미술이 워낙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한 두 마디에 정의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의 정신세계와 종교성, 그리고 상징성을 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불교는 인간 스스로 진리를 깨닫게 하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는 종교이다. 그러나 불교가 일반민중의 구제를 가장 큰 사명으로 삼는 이상 그들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불교의 진리를 이해시켜야 한다.

민중들은 대부분 지식이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교리를 그들에게 쉽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시청각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쉽게 말하면 가시적인 증거물로 신앙의 대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더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석가모니부처를 신격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기도 하였다.

교세의 팽창과 더불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져 갔고 따라서 탑(塔)·불상(佛像)등과 같은 숭배대상의 미술품이 조성되어 불교미술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불교미술은 불교의 이론을 알기 쉽게 조형화하고, 불교에서 말하는 깨우침을 도와주거나 나타내기 위한 모든 종류의 미술을 말한다. 특히 불교의 이상세계를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표현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종교심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것이 불교미술의 중요한 목적이자 역할 가운데 하나인데, 이것을 특히 장엄(莊嚴)이라고 한다. 장엄은 불교미술이 창작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동인(動因)이 된다.

불교미술의 특징

불교미술과 일반미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은 불교미술의 본질과 특성을 동시에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불교미술이 불교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소박한 정의를 내려 볼 때, 불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을 일반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불교미술과 일반미술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혹은 서로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연꽃을 예로 든다면, 연화화생(蓮花化生)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 더러운 곳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이 탄생될 수 있다는 불교의 철학에 부합하여 불교미술 전체에 걸쳐서 아주 즐겨 표현되는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역시 고구려 고분벽화의 주요 장식이기도 하였고 또한 고려청자의 상감무늬 가운데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가 바로 연꽃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재와 제재 양면에서 불교미술은 일반미술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양자 간의 넘지 못할 경계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나 일부러 구분할 필요가 없다. 즉 불교미술은 일반미술의 미학적 관념을 밑바탕에 충실히 다진 다음에 불교적 소재와 신앙으로 완성하는 것이고, 일반미술은 불교적 이념과 소재를 커다란 거부감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다양성을 유지해 왔다고 보면 된다.

다음호에는 불교미술의 특징을 조금 더 살펴보고 사탑(寺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1224호 23면, 2021년 6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