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18)

20세기의 회화

이전 연재에서 살펴본 것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로 분류되는 화가들은 이전의 관습화된 화풍을 버리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데 집중했다.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가 되자, 이러한 새로움을 시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피카소, 뒤샹 등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서 계속 확대, 발전되었고, 그 결과 유럽 현대 회화(모더니즘 회화)의 전성기를 만들게 된다.

특히 후기 인상주의는 이후 20세기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표현주의란 인간의 내면의 감정과 감각의 표현과 구성에 주목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후기 인상주의, 추상주의, 상징주의, 입체파 등 20세기 전반의 회화 사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이후의 회화 사조를 발생시대 순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추상표현주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의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미술의 동향이다. 미국이 처음으로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 운동에서 뉴욕이 파리 대신 예술의 중심지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제2차 세계 대전 후, 1950년대의 미국 추상 회화를 가리키지만 유럽에서는 1919년 잡지 ⟪슈투름⟫에서 오스발트 헤르초크(Oswald Herzog)가 처음으로 이러한 말을 표제에 사용하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1929년 알프렛 바 2세(Alfred H Barr Jr.)가 칸딘스키 초기의 유동적인 추상회화를 이러한 말로 불렀다.

추상표현주의 시대적 배경

추상표현주의는 1940년대 말과 1950년 초, 1200만의 인구가 사망하고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황폐화시킨 제2차 세계대전의 충격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시점에서 이 전쟁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초현실주의 운동이 미국에 전파되면서 젊은 세대의 미국화가들은 그곳에서 혼돈의 미술을 발견했다. 즉 다다와 초현실주의가 이성에 도전한 데 비해 미국인들은 ‘자동기술법’을 한단계 더 발전시켜 본능에 의지한 형상 작업을 통해 비이성적일 뿐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즉흥적인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당시 미국의 시대적 상황도 추상표현주의의 태동에 영향을 주었다.

1945년에 2차 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군사, 정치, 경제 등의 모든 면에서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어 있었다. 또한 남부의 흑인과 백인 빈민층은 북부 공장지대로 대 이동이 일어났다.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는 현상도 강하게 나타났다. 전후의 베이비붐은 해마다 미국 인구를 100만 명씩이나 증가시켰다.

경제 발달로 중산층의 증가가 나타났고, ‘제대군인원호법’은 제대를 한 수많은 미국인에게 경제적, 교육의 혜택을 주었다. 퇴역 군인이 대학에 진학하는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경제성장은 서부지역(LA와 텍사스 등)의 도시인구를 급격하게 늘어나게 하면서 도시 발전이 일어났다.

한편 미국사회의 급속한 성장 뒤에는 어두운 일면도 같이 나타났다.

농촌의 빈곤은 흑인 소작인의 몰락을 의미했고, 이들은 도시로 이동하여 도시 빈민가를 형성하였다. 또한 사회불평등, 인종차별으로 민권운동의 등장하여 흑인, 백인 공동 입학제가 허용(1954년)되었고, 비폭력 훅인 민권운동이 나타났다.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서 추상표현주의는 미국에서 꽃피우게 된다.

추상표현주의 특징

추상표현주의로 분류되는 작가는 개별적인 작업을 하였으나 그들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추상적이다.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표현하며, 개인의 감정 표현을 강조한다. 매우 자유로운 기법과 제작 방법으로 작업한다. 특히 물감이 가진 각양각색의 물리적 특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함으로서 표현적인 특징들(감각성, 역동성, 대담함, 신비함, 서정성)을 불러일으킨다. 무의식 세계의 힘을 표출하려는 의도에서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자동기술법과 유사하다. 구상회화에서 분리된 하나하나의 요소가 결합하여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고,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일관성의 망조직, 또는 공간에 존재하는 하나의 이미지로 채우고 있다.

대형의 화면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것도 특징이다.

1930년대 말과 1940년대 초에 유럽을 점령한 나치를 피하여 미국으로 건너간 초현실주의자들과 유럽의 전위 예술가들이 추상표현주의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아실 고르키와 한스 호프만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30년대에 경제공황기에 화가를 도우기 위하여 연방정부에서 ‘연방미술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참여한 화가는 공동으로 작업을 함으로 연대감을 가졌다. 주로 벽화를 그리므로 화면의 대형화에 익숙해졌다.

이들은 개인적인 표현에 의한 창작과 거대한 화면이라는 요소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요소 때문에 하나의 화풍으로 통합하기는 어려웠고, 회화에 접근 방법에 따라 3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액션 페인팅이다.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뿌리거나 쏟아 붓는 방법으로 우연에 의한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잭슨 폴록이 대표 화가이다.

둘째는 좀 더 서정적이고, 섬세한 이미지로 흐르는 작품을 하고 있다. 거스텐, 고틀리브, 마더웰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는 색면 추상으로서, 감정을 억제하여 절제한 작품이다. 로스코, 뉴먼, 라인하르트 등이다.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225호 28면, 2021년 7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