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19)

20세기의 회화

이전 연재에서 살펴본 것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로 분류되는 화가들은 이전의 관습화된 화풍을 버리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데 집중했다.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가 되자, 이러한 새로움을 시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피카소, 뒤샹 등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서 계속 확대, 발전되었고, 그 결과 유럽 현대 회화(모더니즘 회화)의 전성기를 만들게 된다.

특히 후기 인상주의는 이후 20세기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표현주의란 인간의 내면의 감정과 감각의 표현과 구성에 주목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후기 인상주의, 추상주의, 상징주의, 입체파 등 20세기 전반의 회화 사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이후의 회화 사조를 발생시대 순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팝 아트(Pop Art)

팝아트는 popular art를 줄여서 만들어진 단어로, 대중 예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팝아트란 대중들이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친숙한 만화나 광고, 상품, 유명인 등을 인용하여 표현한 예술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팝아트 미술가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톰 웨셀만, 로버트 인디애나 등이 있다. 대중 매체에 친숙했던 팝아트 작가들은 신문, 잡지, 광고, 만화, 영화, 텔레비전 속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작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팝아트는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1950년대부터 팝아트적인 특징이 보이기 시작하는 작품이 영국에서 등장했으나, 팝아트가 발전하게 된 곳은 영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성행하기 시작한 팝아트는 만화나 유명 연예인, 상품에서 차용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소재로 하고, 실크스크린 같은 대량복제 기법을 사용해 당시 사회적인 문제들을 표현하였다.

팝아트 미술의 시대적 배경

미국에서의 팝아트는 미국적 물질주의 문화의 반영이며, 근본적으로 현대 테크놀로지 문명과 산업사회에 대한 낙천주의적 분위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60년대 초 미국의 대중적 삶과 가장 동화된 미술은 팝아트였다. 베이비붐 세대인 당시의 미국 젊은이들은 “나는 소비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는 명제를 몸소 실천하는 것처럼 보였고, 경제의 호황과 더불어 보급된 텔레비전은 소비와 대중문화 확산이라는 대중매체의 역할에 있어서 중요한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팝아트 작가들이 6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 본 것은 무한정 소비되는 일상용품과 그것의 소비를 부추기는 선전광고, 텔레비전과 영화스타, 미국문화형식으로서의 대중적인 음료와 인스턴트 음식이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대중매체와 소비문화의 속성을 그들의 작품에 반영하였으며, 통속적이고 현실적인 오브제를 택하거나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했다.

대중문화 혹은 대중적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은 그 동안 미술 안에서 자리 잡고 있었던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차별을 제거한 것이기도 했다

팝아트의 특징

추상주의가 추상적이었다면 팝은 구상적이었다. 또한 ‘새로운’ 것을 추구하였다. 즉 직접 관찰된 실제 그대로의 이미지가 아니라 인공적인 제 2의 이미지를 채택한다는 면에서, 어떻게든 가공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도전보다는 대중문화를 그림의 소재이자 정보로서 이용하는 중립적 입장에 있으며, 간결하고 명확하게 평면화된 색면과 원색을 사용하였다.

팝아트 작품은 제작 방식에서도 대중매체 기법을 사용했다. 대량 인쇄기법 중 하나인 실크스크린, 인쇄물을 덧붙인 콜라주, 잡지나 신문의 만화 기법 등 순수미술에서는 사용하지 않던 기법들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심지어 앤디 워홀은 그의 작품 제작 스튜디오를 공장이라는 의미의 ‘더 팩토리’라 칭하고, 조수들과 함께 대량생산 과정을 거쳐 작품을 제작했다.

팝아트 작품에 나타나는 대량생산 제품, 마릴린 먼로를 비롯한 유명인의 초상, 성인 잡지에 나올 법한 여인 누드, 뽀빠이나 슈퍼맨 같은 만화 캐릭터는 확산되는 소비문화와 매스미디어의 막강한 영향, 정치적인 사건 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상징하는 소재였다. 일례로 앤디 워홀이 그린 캠벨스프 캔, 코카콜라병은 표준화된 소비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팝아트에 대한 평가

대중매체를 차용한 팝아트는 대중매체를 순수미술에 도입함으로써 순수미술의 우상성을 파기 했던 점과 대중매체를 통해 저급문화로 간주되었던, 대중문화를 찬양하며 그 지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가지고 있다. 팝아트가 기존의 미술계에 대한 도전은 60년대 말 미국사회에 퍼져있던 반 사회, 반 권위주의적인 운동을 반영하며, 팝아트는 일종의 대항문화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약 10년 가 급속히 퍼져 나갔던 팝아트는 소비주의에 대한 찬양과 여과 없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대중매체의 차용, 그리고 자본의 힘으로 인한 상업성으로의 변질화 등으로 한계점에 다다랐고, 팝아트 역시 예술의 권력화 현상에 흡수되어 고급 미술로 변화되고 말았다.

또한 팝아트가 차용한 대중매체들은 본래의 기능을 잃고, 비판적인 예술 색채를 띠기 시작하였다. 결국 대중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오히려 대중과 동떨어져 일종의 문화적 간극을 양산해 냈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226호 28면, 2021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