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21. 마지막회)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20세기의 회화

이전 연재에서 살펴본 것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로 분류되는 화가들은 이전의 관습화된 화풍을 버리고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데 집중했다.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가 되자, 이러한 새로움을 시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피카소, 뒤샹 등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서 계속 확대, 발전되었고, 그 결과 유럽 현대 회화(모더니즘 회화)의 전성기를 만들게 된다.

특히 후기 인상주의는 이후 20세기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표현주의란 인간의 내면의 감정과 감각의 표현과 구성에 주목하는 경향으로. 사실상 후기 인상주의, 추상주의, 상징주의, 입체파 등 20세기 전반의 회화 사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20세기 이후의 회화 사조를 발생시대 순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극사실주의 Hyperrealism, Super Realism, Photorealism

극사실주의(Hyperrealism)는 예술 장르의 하나로, 현실에 실재하는 것 (혹은 그것을 촬영한 고화질 사진)을 회화나 조각으로 완벽히 재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일어난 새로운 미술경향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내는 기법.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과 장 보드리야르의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미술 경향이다. 사진이나 실물처럼 극사실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취한다. 확대하면 흐려지거나 깨지는 사진보다 사실적인 화풍을 추구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시간과 실력을 요구한다.

극사실주의 대두의 시대적 배경

극사실주의는 1960년 후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자본주의사회 속에서 참 미국과 닮은 팝아트가 자리 잡았고, 그 팝아트의 영향으로 극사실주의도 탄생한 것이다.

사진 속 앤디 워홀의 ‘브릴로박스’처럼 팝아트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일상 소재들을 상징적으로 사용해 표현하는 미술방식이다. 이미 카메라의 탄생과 함께 가시적 세계를 그리는 행위에 대한 여러 사고가 교차했고, 다양한 미술적 시도와 변화를 겪으며 탄생한 팝아트이다.

그런데, 극사실주의 작가들은 팝아트 작가들의 우회적 사실표현이 아닌 카메라의 재현 능력범위를 넘어선 ‘REAL’보다 더 ‘REAL’한, 매우 직설적인 사실표현을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평면을 벗어나 입체물인 조각에서도 나타났고, 현재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극사실주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독일의 사실주의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서구의 주도적인 흐름의 변경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조들을 만들었다. 표현주의와 추상회화로 잠시 단절되긴 했지만, 객관적인 사실주의는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를 비롯해 오토 딕스와 같은 개별적인 작가들에 의해 꾸준히 명맥을 이어 왔다.

미국의 사실주의와 달리 독일의 사실주의는 한때 표현주의의 몇몇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르면 독일의 사실주의는 미국에서 수입된 극사실주의에 조응하면서 전후 독일의 특수한 정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극사실주의 특징

이미 과거부터 화가의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이 ‘REAL’함을 잡아내는 기술에 집중되어 있었다. 서양미술사에서도 19세기 말까지 그 맥이 이어졌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주제나 기법, 개념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대표적으로 19세기 미술사조인 사실주의(Realism)의 대표화가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나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의 작품을 봐도 표현의 디테일 차이가 있을 뿐 현대 극사실주의와 흡사하다. 특히나 사실적인 표현기법으로 세상의 솔직한 단면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극사실주의는 사실주의의 연장선이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극사실주의와 사진은 ‘사실적인’ 그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결국 그 사실감이란 것은 작가의 주관이 들어간 것. 물체를 있는 그대로 찍는다는 사진 역시, 실제로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조명과 셔터 타이밍 만으로도 수없이 다른 결과와 느낌을 줄 수 있으며, 사실적이라는 그림 역시 ‘사실성’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주관이 들어간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사물은 극사실주의 그림처럼 화려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극사실주의는 말 그대로 극도로 사실적인 것이다. 이 의미를 이해함에 있어서 단순히 시각적 표현에만 적용시켜 의미를 해석하면 안 된다. 극사실주의에서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고, 그만큼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한 작품이 많다.

그렇기에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충분히 주는 작품이라 하여도, 작가의 의도를 피악하는 자세로 감상을 해야 한다. 왜 그토록 사실감에 도전하는 작품을 제작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신라 시대의 화가 솔거(연대미상)가 황룡사 벽에 그린 소나무 그림이 너무 진짜 같아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다 부딪쳐 죽는 일이 자주 있었고, 세월이 흘러 그림이 낡아 다른 화공이 덧칠을 하자 새들이 더이상 안 날아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 이번 호로 “유럽의 미술사” 연재를 마치고, 8월부터는 “이달의 전시”를 다시 시작한다. “이달의 전시” 연재는 첫 주에는 그 달의 대표적 전시를 소개하고, 다른 세 주는 유명 미술관, 박물관을 소개한다.

1228호 28면, 2021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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