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현지인을 위한 2021년 한국 문학 낭독회가 열려

함부르크. 10월 7일부터 함부르크 총영사관(총영사 정기홍)은 독일 현지 일반 대중에게 한국 문학과 도서를 소개하기 위한 K-북 이벤트 2021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10월, 11월 한 달 간격으로 함부르크와 괴팅엔에서 열리며, 다양한 연령층에게 한국의 현대소설(배수아, 편혜영 작가), 옛이야기와 수준 높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그 첫 번째 행사로 ‚배수아 작가 낭독회 및 작가와의 대화’가 함부르크에서 8일 Lesesaal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낭독회는 최근 출간된 배수아 작가의 장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의 독일어 번역본 <Weisse Nacht>를 독일어와 한국어로 낭독해 문학에 관심있는 현지인들과 동포들이 참석했다.

정기홍 함부르크 총영사는 인사말에서 “넷플렉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시점에 한국 문학책에 대한 문화행사를 열게 되어서 기쁘다”며 “배수아 작가의 작품은 내용을 잘 규명할 수 없으며, 환상적이고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특별한 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잘 모일 수 없었는데 함부르크 낭독홀의 크라벨씨와 협력하여 멋진 분위기의 장소에서 도서 낭독회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오늘밤 문학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멋진 낭독회의 밤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낭독회의 사회는 함부르크 낭독홀의 크라벨씨가 작가와의 대담형식으로 이끌어갔다. 사회자는 독일어로 질문했고 배수아 작가는 한국어로 답변했다. 카프카, 빈프리트 게오르크 제발트 그리고 크리스티앙 크라흐트를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작가의 이력이 떠올랐다. 작가는 독일어 문학을 번역하면서 문학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낭독에는 마타 디트리히씨가 담당하여 독일어판 소설을 읽었다. 잘 알려져 있듯 작가의 이 작품은 2013년 4월 서울에서 한국어로 출간됐다.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장면들이 마치 영상을 보듯 낭독자의 소리를 통해 볼 수 있다. 폐관을 앞둔 서울의 오디오 극장에서 일하는 주인공 ‘아야미’를 통해 그는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그리고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독자가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전통적인 소설 형식에 대한 강박만 버린다면, 배수아가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길을 헤매는 것은 책 속의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 시 같기도 하고 한편의 영상 같기도 한,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문학이 줄 수 있는 특이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작가는 그것을 독자 스스로 찾으라고 한다.

사회자는 “백야를 읽는 것은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발판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간이 녹아버리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녹아내린다”고 한 가디언지의 비평을 인용하여 책을 소개했다.

수르캄프 출판사에서 8월 출간된 독일어판 <Weisse Nacht>는 Sebastian Bring이 번역작업을 했다. 그는 김애란, 황순원, 이혜경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현지언론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 인터넷판에서는 이 소설을 ‘서울의 그림자와 열기’라고 하며 시각적으로 강렬한 초현실주의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배수아 작가는 1965년생으로 <소설과 사상>지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등단했다. 오늘날 그녀는 한국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로 여겨진다.

영사관측은 7일 괴팅엔에서 예정되었던 낭독회가 괴팅엔 시내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불발탄 해체작업으로 인한 주민대피령이 내려 취소되었음을 밝혔다.

모든 낭독회는 무료로 진행되고 현지 코로나19 방역지침인 2G에 따르며 참석을 위해 사전 등록신청이 필요하다. 다음 프로그램으로 11월 9일 함부르크, 11월 10일 괴팅엔에서 편혜영 작가 낭독회가 있을 예정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으로는 11월 7일(1차), 14일(2차) 함부르크에서 11월 10일에는 괴팅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행사에 관한 세부사항은 함부르크 총영사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은경 기자 ekay03@naver.com

1239호 21면, 2021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