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2)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아헨 대성당(Aachener Dom)

아헨(Aachen)은 독일의 서쪽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속하는 도시로 그 중에서도 가장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국경도시이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시작한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이며, 프랑크 왕국의 칼 대제가 이곳을 처음으로 발전시키고 매년 겨울마다 이곳에서 머문 곳으로 유명하다. 그 이후로 936년부터 1531년까지 31명의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들의 대관식을 열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벨기에, 네덜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관광 도시로 잘 알려져 있으며 유럽 최고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아헨 공과대학교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어 20대가 시민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헨을 대표하는 상징으로는 아헨대성당(Aachener Dom, 또는 Aachener Münster, Aachener Marienkirche로도 불린다)이다.

1978년년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아헨 대성당은 칼 대제(Karl der Große)가 795년~803년에 궁정 예배당으로 건축되었다. 팔각형 바실리카와 둥근 지붕(cupola)이 있는 아헨 대성당은 신성로마제국의 동부 지역 교회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중세에 들어 웅장하게 증축되었다.

오늘날 아헨 대성당은 최초 궁정 예배당하고는 많이 다르다. 최초 궁정 예배당은 둥근 지붕과 팔각형 중앙부를 중심으로 완성된 예배당으로 지금보다 작았다.

아헨 대성당은 궁정 예배당으로 건설할 당시부터 뛰어난 예술적 창조물로 여겨졌다. 그리스에서 가져온 기둥과 이탈리아산 대리석, 청동제 창문, 돔에 있는 가장 큰 모자이크(현재는 파괴되어 없음) 등으로 장식하였다. 이 유산은 고대 이래 알프스 북부 지역에서 둥근 지붕이 있는 첫 번째 건축물이다.

예배당 내부는 큰 십자형 기둥 8개에 둥근 아치를 올린 1층, 여성을 위한 방들이 있는 2층으로 구분된다. 서민들은 예배당 아래 부분으로 들어왔고, 황제는 독일 왕들이 즉위하는 석재 왕좌 위 높은 곳에서 제단을 향해 앉아 있었다. 높은 돔에는 원통형 구조물 위에 있는 열린 아치 형태 창문 8개로 빛이 들어온다. 이 돔은 처음에는 보라색 가운을 입고 요한계시록의 장로들에게 둘러싸여 보좌에 오른 예수 모습을 묘사한 모자이크로 덮여있었다.

현재의 모자이크는 1870년~1873년에 만들었다. 예배당 내부는 칼 대제가 로마와 라벤나에서 가져오게 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색색의 대리석으로 장식하였다. 그 뒤 증축하였는데도 궁정 예배당은 아헨 대성당의 구조적 중심을 이룬다.

아헨 대성당은 설교단이 있는 집중식 평면 구도를 기반으로 한 궁정 예배당의 우수하고도 특별한 사례이다. 독특한 평면구조로 직사각형의 일반적인 성당과 다르게 직사각형과 팔각형 그리고 일곱 개의 부속 예배당을 갖추고 있다. 아헨 대성당의 중심은 내진이 아니다. 입구를 지나 마주하는 팔각 중앙공간이 중심이다. 예배당의 중심을 직선이 아닌 팔각형으로 조성한 이유는 중세 서양에서 8이란 숫자가 조화와 완벽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칼 대제는 궁정 예배당 건설에 숫자를 활용하여 8개 대리석 기둥, 8개 아치, 16각형 둥근 천장 등으로 완성했다. 예배당 중심을 팔각으로 조성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요한묵시록 21장에 수록된 천상의 예루살렘을 재현하기 위함이었다. 아헨 대성당도 한국의 불국사가 불토를 규현한 것처럼, 기독교의 이상적인 천국을 완성해 놓은 것이다.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16각형 지붕, 청동과 대리석을 이용해 완성한 아헨 대성당도 최고 종교건축물로 손색이 없다. 아헨 대성당에도 자랑거리가 즐비하다. 그중 으뜸은 보물실에 보관된 다양한 유물이다. 샤를마뉴 대제의 성유물 상자와 로타의 십자가, 샤를마뉴 대제 흉상,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 황제의 샹들리에 등이 있다. 특히 샤를마뉴 대제 유골을 담은 성유물 상자와 왕관을 착용한 대제의 흉상은 화려함과 예술성에서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아헨 대성당은 오랜 세월에 걸쳐 증축을 거듭한 끝에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아헨 대성당의 예배당 확장은 1165년 샤를마뉴 대제가 성인으로 추대되면서 시작되었다. 샤를마뉴 대제가 성인의 반열에 오르자 프리드리히 1세는 그를 신성로마제국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고 각지에서 순례자가 모이면서 서쪽 첨탑 등 여러 부속건물을 건설하였다.

칼 대제가 786년 아헨에 궁정 예배당을 건설할 때 그의 꿈은 ‘새로운 로마(neue Roma)’의 창조였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건축물의 정수는 고전 양식, 비잔틴 양식, 독일·프랑크 양식를 융합한 매혹적인 건축물이다. 936년~1531년까지 600여 년 동안 30여 명에 이르는 독일 왕이 아헨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거행하였다.

아헨 대성당은 오늘날에도 과거 역사의 매력을 상당히 유지하고 있다. 대성당의 현재 형태는 천 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처음에 지은 건물 가운데 14세기에 지은 시청 건물에 위치한 대관식장(Aula Regia)과 궁정 예배당 두 곳이 지금까지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아헨 대성당 On-line으로 방하기

1250호 31면, 2022년 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