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3)

슈파이어 대성당(Speyerer Dom)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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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파이어(Speyer) 시는 지난해 유네스코가 Speryer, Worms, Mainz 지역의 유대인 공동체 유적인 SchUM-Stätten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슈파이어 시는 아헨 대성당에 이어 독일에서는 두 번째로 1981년 슈파이어 대성당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슈파이어 대성당(Speyerer Dom, 정식 명칭: Domkirche St. Maria un St. Stephan)은 라인란트팔츠 주 슈파이어에 있는 대성당으로 슈파이어의 가톨릭 주교좌가 이곳에 있다.

슈파이어에서는 1529년 제국회의가 열렸었고, 이 회의에서 루터를 지지하며, 기존 가톨릭의 개혁을 주장하는 항의가 발생한 점에서 이후 “항의하는 자”라는 의미인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는 단어가 개신교도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게 되었다.

슈파이어 대성당은 독일 로마네스크 양식의 시작을 알리는 건축물로서 폭 30m, 길이 133m에 이르며, 높이가 72m나 되는 4개의 탑으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교 건축물로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성모 마리아와 성 슈테판에게 봉헌된 슈파이어 대성당은 콘라트 2세의 명령에 따라 1030년〜1106년에 창건되었다. 이 성당은 힐데스하임(Hildesheim)의 성 미카엘 성당의 설계를 적용하였으며, 라인란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된 배치의 유형을 완성하였다.

평면 배치는 동관과 서관의 평형, 네이브(nave, 바실리카 성당 등에서 좌우 측랑 사이에 끼인 중심부로서 예배자를 위한 장소)과 트랜셉트(transept, 십자형 교회의 좌우 날개 부분)가 형성하는 주요 부분의 틀을 세우는 탑들의 대칭적이고 단독적인 배치가 특징적이다.

1차 건축에서부터 성당의 거대한 규모와 웅장한 형태의 건축은 다분히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의식한 것이었다. 특히 30m가 넘는 단일 블록으로 지어진 성당의 서쪽 건축물(Westwerk)은 그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중앙에 거대한 팔각탑을 두어 내부를 밝게 하고, 그 양쪽에 사각기둥 모양의 계단탑을 둠으로써 황제의 성스러운 위엄을 드러내고 교회의 보호자로서의 황제의 상징적 의미를 형상화하였다.

슈파이어 대성당은 하인리히 4세 치세 때인 1082년 개축·증축되었는데, 이 2차 건축 작업은 하인리히 4세가 카노사의 굴욕을 치르고 난 후에 이루어졌다. 성당의 개축 작업은 대립교황의 즉위와 황제 대관식 사이에 시작되었는데 성당을 개축하는 일도 새로 짓는 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황제는 교황으로부터 파문을 당한 상황에서 교회에 대한 자신의 신심을 입증해야 했고 황제권에 대한 요구를 강화하기 위해 성당건축을 통한 상징정책에 몰두하였다.

한편 슈파이어 대성당은 전체를 둘러싸는 회랑(回廊)이 있는 건물로는 최초의 구조물이다. 보수 작업 중에 추가한 회랑 체계 또한 건축 역사상 처음이었다. 슈파이어 대성당은 1689년 화재로 심각하게 파괴되었다. 그 뒤 18세기에 건축가 I. M. 노이만(I. M. Neumann)은 이 건물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재건하는 한편, 바로크 양식의 서향구조(Westwerk)도 만들었다(1772〜1778).

슈파이어 대성당은 11세기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1957년부터 그림과 채색된 회벽층 제거 작업을 시작하였다. 묘지로 쓰이던 지하실은 현재까지 원래 상태를 유지하였기에 특히 의미가 있다. 지하실에는 1039년〜1309년에 매장된 8명 이상의 중세 독일 황제와 왕의 묘소가 있다. 이곳에는 또한 콘라트 2세의 무덤도 있는데, 그가 죽었을 때는 지하실이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2년 동안 다른 곳에 묻혀 있었다.

슈파이어 대성당 정문 앞 광장에는 1,560L 용량의 거대한 석재 세례반이 있다. 이 세례반은 한때 교구와 도시 사이의 경계선을 상징하였다.

슈파이어 대성당은 11세기~12세기 로마네스크 건축의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18세기부터 현재까지 독일, 유럽은 물론 세계의 복원 원칙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선정위원회는 슈파이어 대성당이 보름스(Worms)와 마인츠(Mainz)에 있는 성당과 함께 로마네스크 양식 예술의 기념비적 건축물로, 크기로도 최대 규모이며, 독일 왕들의 묘지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상 중요한 교회라며 그 선정 이유를 밝혔다.

1251호 31면, 2022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