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전문가 협회 KIPEU 의 지식재산 상식 (6)
독일의 종업원발명법

독일의 종업원발명법(Gesetz über Arbeitnehmererfindungen)

전 세계 특허의 대부분은 기업, 대학, 연구기관과 같은 법인 명의로 출원된다. 유럽특허청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그 비율이 90% 정도이다. 과거 한국 특허청도 유사한 통계를 발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발명은 법인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한 발명에 대한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로 사람이 발명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전체 특허의 90%는 기업에 속한 사람인 “종업원”이 발명한 것을, 그 기업의 명의로 출원한 것이다. 종업원 발명법은 바로 이러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그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

독일법에 따르면 종업원발명은 직무발명(Diensterfindung)과 자유발명(Freie Erfindu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무발명은 종업원이 재직 중에 한 발명으로서, 종업원이 자신에게 부과된 직무를 수행하면서 하게 된 발명 또는 업무경험이나 업무수행이 결정적인 근거가 된 발명이다. 직무발명 이외의 발명은 자유발명이다. 실제 기업 명의로 출원되는 발명은 모두 직무발명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무발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거금의 직무발명 보상금으로 화제가 된 나카무라 슈지 교수 사건이다. 그는 니치아 화학공업 재직 중에 청색 LED에 관한 발명을 했는데, 이 발명은 LED의 상용화를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발명이었고, 니치아 화학공업은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LED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회사로부터 고작 2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 대학 교수로 부임한 후, 그는 니치아 화학공업을 상대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도쿄법원은 그의 신청을 받아들여, 220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최종적으로는 90억 원 정도로 합의가 되었는데, 공개된 액수가 워낙 커서 큰 화제가 되었다.

나카무라 슈지 교수는 이후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노벨 위원회는 이 발명에 대해 횃불, 백열전구, 형광등에 이은 인류의 램프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처럼 큰 보상금은 예외이기는 하나,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30억 원 정도의 보상금이 인정된 사례가 있었다.

독일의 종업원 발명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 법은 1957년에 제정되었는데, 보상금 산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까지 마련되어 있다. 강행규정의 성격을 가져서 이 법을 임의로 회피할 수 없다. 만약, 독일 법인에 소속되어 독일에서 직무발명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종업원발명법이 제정된 근본적 이유는 노동법과 특허법의 상충되는 면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노동법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에서 나온 결과물은 사용자의 소유로 본다. 그러나 특허법은 발명자가 원천적으로 발명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고 한다. 그럼 발명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의 결과로 발명을 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종업원 발명법은 권리와 의무를 적절히 분배하여 이 문제를 해결한다.

발명자에게 원천적으로 발명에 관한 권리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되, 재직 중에 발명을 하면 사용자에게 이를 신고하도록 한다. 신고를 받은 사용자는 그 권리를 발명자로부터 이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이전을 받는 경우 발명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에게는 어떤 의무가 발생하고 어떤 권리가 부여될까?

우선, 종업원은 발명을 지체 없이 사용자에게 신고할 의무가 있다(Meldepflicht). 실무적으로는 회사 특허부서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두로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텍스트 형식(이메일도 가능)으로 해야 한다. 이 때 적어도 발명의 기술적 과제, 해결 수단, 그리고 직무발명에 이르게 된 과정은 기재해야 하는 점을 유의하자.

보통 회사마다 발명신고서 템플릿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발명 신고가 이루어지면, 사용자는 그로부터 4개월 이내에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 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Inanspruchnahme). 4개월이 지나면, 사용자가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한 자동으로 권리가 이전된 것으로 간주된다.

권리가 이전되는 순간, 사용자에게는 여러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해당 발명을 국내, 즉, 독일에 출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독일 출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해제하거나(Freigabe), 발명자가 출원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거나, 직무발명이 영업비밀에 관련된 경우이다.

해외 출원, 예컨대, 미국, 한국 등에 해당 직무발명을 출원하는 것은 사용자의 권리이지만 의무는 아니다. 다만, 해외 출원을 하지 않고자 하는 경우, 종업원 발명자에게 직접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종업원이 자비를 들여 해외 출원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다른 중요한 의무는, 앞서 사례로 논의한 바 있는 직무발명 보상 의무이다. 법적으로 사용자에게 보상 의무가 있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데, 문제는 적절한 보상액을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감안하여 별도의 가이드라인(Richtlinien für die Vergütung von Arbeitnehmererfindungen)이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해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상액(Vergütung, V)은 발명가치(Erfindungswert, E)에 비율팩터%(Anteilsfaktor, A)를 곱해서 산정된다(V=E*A).

발명가치(E)는 그 발명을 외부 발명자에게 구매할 경우의 가격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대표적으로는 라이센스 유추법(Lizenzanalogie)에 의해 계산된다. 이 방법에 따르면, 발명가치(E)는 발명에 관련된 제품의 매출액에다가 통상 실시요율을 곱해서 구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통상 실시료율을 결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떤 매출액이 기준이 되는지도 애매하다.

예컨대, 스마트폰 완제품 한 개에는 수천 개의 특허가 적용되어 있는데, 그 중 어느 하나의 발명의 가치가 스마트폰 한 개 매출액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비율팩터(A)는 사용자와 종업원이 그 발명에 기여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어떤지 고려하는 것이다. 다음의 세 가지 요소에 의해 비율팩터(A)가 정해진다.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발명과 얼마나 밀접한 과제를 주었었는가. 사용자가 해결수단을 도출 하는데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해주었는가. 그리고 발명자의 직급이 얼마나 높았는가. 비율팩터(A)를 계산하는 식은 가이드라인데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보상액 산정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모든 직무발명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러한 복잡한 계산법을 적용해서 보상액을 지급하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다. 연간 수천 건씩 출원하는 회사들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회사들은 보통 여러 기준에 따라 발명을 평가 또는 분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각 항목별로 소정의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면 발명자는 구체적인 계산법에 따른 금액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받게 될 것이다.

사용자와 종업원이 보상금에 관해 합의하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독일 특허청 소속의 중재위원회(Schiedsstelle)에 직무발명에 관한 안건을 신청하여 중재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독일 종업원 발명법은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잘 보장해주고 있다. 독일 회사의 종업원으로서 발명을 할 수 있는 직급에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적극적으로 발명을 할 것을 추천한다.


권혁진 유럽/한국 변리사, 지적재산권법 석사.
Zeiss Group 소속, Ulm 거주
연락처: hjkwon.ip@gmail.com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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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3일, 1165호 16-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