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전문가 협회 KIPEU 의 지식재산 상식 (8)
기술적 권리 다툼의 법적분쟁: 특허침해 소송 (2)

지난 호에서는 특허 침해/무효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절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본격적으로 특허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보통 특허권자는 잠재적 침해자에게 본인의 어떤 특허가 어떻게 침해되었는지를 알리고 그에 따른 로열티 또는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낸다. 이에 따라 로열티 협정이 맺어지기도 하고, 협상이 성사되지 않아 결국 침해/무효 소송이 시작되기도 한다.

정보 통신 업계의 경우 특허 하나하나에 대해 각각 사용료를 지불하기보다는, 특허권자가 가진 모든 특허, 또는 각 기술 표준 -이를테면, 3G UMTS 혹은 4G LTE – 에 해당하는 특허들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포트폴리오 라이센스 협상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협상이 결렬된 경우나 협상 중 잠재적 침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침해 소송이 시작되지만, 일반적으로 소송 중에도 협상이 계속되고, 결국 소송 중 협상이 성사될 경우, 각각 특허권자는 침해 소송을, 잠재적 침해자는 무효 소송을 취하(Klagerücknahme)하게 된다. 단, 특허권자가 하나의 제품 혹은 제품군에 대해 복수의 특허를 바탕으로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경우 -앞서 언급한 언와이어드 플래닛 대 화웨이 혹은 노키아 대 다임러의 경우처럼- 단 한 건의 침해 소송의 승소가 제품의 판매 중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침해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크다.

한편, 각각의 특허에 대한 침해 재판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특허의 남은 유효 기간이 짧아지므로 특허권자가 초기의 침해 재판들에서 승소하지 못했을 경우, 특허권자 또한 로열티 협상 성사에의 동기 부여가 좀 더 커지게 된다.

특허 침해 소송과 무효 소송의 시작과 그 진행 과정

특허권자가 원고로서 관할 지방 법원(Landesgericht)에 소장을 제출하여 침해 소송이 시작되면 잠재적 침해자는 피고로서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을 하게 된다. 지방 법원의 경우, 변호사 선임이 필수이며,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지 2주 내에 피고는 변호 신고 (Verteidigungsanzeige)를, 또한 정해진 기한 (짧으면 두 달) 내에 소장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다. 변리사 선임은 필수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지방법원에서의 침해 소송은 변호사가 대리하고 변리사가 참여(mitwirken)하며, 연방 특허 법원(이하 특허 법원)에서의 무효 소송은 변리사가 대리하고 변호사가 참여한다.

또한 잠재적 침해자는 무효 소송의 소장을 적시에 특허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이는 앞서 언급한 독일의 이원화 시스템에서 특허의 무효화는 무효 소송, 또는 유럽 특허청에서의 이의 제기(Einspruch)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통 침해 소송의 답변서를 지방 법원에 제출하기 직전 무효 소송의 소장을 특허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소장 접수 이후 1심 판결까지 침해 소송의 경우 보통 약 9개월-18개월, 무효 소송의 경우 보통 2년 남짓 걸리는데, 그 동안 소장 (원고) – 답변서 (피고) – 재답변서 (원고) – 재재답변서(피고)가 교환되고, 재판이 열리며, 판결이 내려진다.

이런 준비서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차례 더 교환되기도 하며, 법원에 따라 주 재판 기일 전에 법정 출두가 있기도 하다. 또한, 무효 소송의 경우 재판 기일 약 4달 전에 특허 법원의 예비 의견서가 양측에 전달되고, 이에 대한 양측의 의견서와 각 의견서에 대한 답변서가 각각 교환된다.

주 재판 기일에는 양측이 대리인을 통해 변론을 펴는데, 증인-각각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술 전문가-심문이 며칠 동안 계속되는 영국 법원의 재판과는 달리, 독일 재판은 하루, 짧으면 단 몇 시간 만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한 명의 판사가 재판 기일 직전 케이스를 숙지하는 영국 1심 법원(High Court of Justice)에서의 재판과는 달리, 독일 지방 법원에서는 세 명의 판사가 재판부를 이루며 (특허 법원에서의 무효 재판은 5명), 그 중 한 명이 보고 판사(Berichterstatter)로서 재판 전 내부적으로 이미 견해서(Votum)을 작성하여, 재판 당일에는 재판부의 견해가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는 것이 한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재판이 시작되면 도입부에 재판부가 예비 견해를 밝히는데, 변론은 이를 바탕으로 진행되게 된다. 또한, 무효 재판의 경우 재판부에 세 명의 기술 전문 판사(특허 심사관 출신으로 사법 시험을 치르지 않은 판사)가 포함되며, 침해와 무효 재판 모두 증인은 재판부가 특정 주제에 관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소환된다.

결국, 독일의 소송에서는 준비서를 얼마나 재판부가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제출하느냐가 재판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원고와 피고 모두 대리인에게 침해 여부에 관련하여 해당 제품에 사용된 기술을 정확히 설명해주고, 현장 시험 등을 통한 직접적인 증거 수집을 돕는 것, 또한 특허 무효 여부에 관련하여 알려진 종래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결국 해당 기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그와 연관된 기술을 연구 개발 사용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끝난 후 판결, 항소, 소송 비용 결정

재판이 끝나면 침해 소송의 경우 주로 몇 주 에서 몇 달 후, 무효 소송의 경우 주로 재판 당일 판결이 내려진다.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할 경우 침해 소송의 2심은 고등지방 법원(Oberlandesgericht), 무효 소송의 2심이자 최종심은 연방대법원(Bundesgerichtshof)에서 진행된다. 항소를 하지 않을 경우에도 1심의 판결로 끝은 아닌데, 소송 비용을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승패에 따라 양측이 소송 비용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가 결정되는데, 여기서 소송 비용은 실제로 들어간 비용이 아니라 소송 대상의 가치에 따라 법으로 정해지는 인지대 및 대리인 수임료(특허 침해 소송과 무효 소송의 경우 보통 각각 변호사 한 명 및 변리사 한 명의 법정 수임료), 그리고 법에 정해진 배상 가능한 비용(예를 들면 영어로 된 증거 문서를 독일어로 번역하는데 드는 비용)등이 포함된 비용을 뜻하며, 어떤 비용이 법정 소송 비용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투게 된다.

독일에서는 침해 소송과 무효 소송이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이 둘이 서로 상보 관계에 있기 때문에 – 예를 들어, 청구항이 넓게 해석되면 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승소 확률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무효 소송에서는 패소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 소송 비용의 위험 부담 계산 시 두 측면을 다 고려해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맺음말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특허 소송 절차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산업 주체의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소송을 피하고 실제로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에만 합리적인 수준의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협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다만 “실제로 특허를 침해했는지”와 로열티가 “합리적인 수준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경우 최종적으로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경우 법원에 내 의견을 어필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하였듯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다.


김주민 유럽/독일 변리사, 물리학 박사, 뮌헨 거주

소속: Braun-Dullaeus Pannen Emmerling Patent- und Rechtsanwälte, 파트너

연락처: jumin.kim@bdpe.de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2020년 5월 1일, 1169호 16-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