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 변호사의 법률칼럼
노동법 : 근로 계약서상의 업무 내용, 제2부

지난번에 시작한 제1부에 이어 이제 근로 계약서상의 업무 내용과 관련한 문제에 관해 좀 더 가까이 들어가 보도록 하자.

II. 전직(轉職)에 관한 인사권 조항의 형태

우리는 근로 계약에 사용자의 지시권을 확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위 전직(轉職)에 관한 인사명령 조항이 포함된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근로자를 다른 곳에 배치하여 근무하게 하는 전근이나 수행하는 직무 내용을 변경하는 전보 명령을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에게 업무의 장소와 수행해야 할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인사명령 유보조항은 사용자의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제한된 직원의 업무영역을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하는 완화제 역할을 한다.

즉 근로계약상 업무 수행 장소와 업무 내용을 명확하게 지정해야 할 의무로 인해 우선은 손발이 묶긴 것처럼 보이는 사용자의 지시권이 직원을 다른 곳에 재배치할 수 있다는 근로계약상의 인사권 행사 조항을 통해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전직에 관한 인사명령 조항이 계약서에 적혔다고 해서 그냥 저절로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조항이 정당한 요건을 충당해 실제 유효한지는 각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사례에 맞추어 유효성 여부를 검토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법원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 유효성 유무의 판단과 상관없이, 실제 인사명령의 구체적인 양상이 각각의 사례에서 정당한 것인지도 되물어보아야 한다.

전직에 관한 사항이 계약상 합의된 유효한 조항이라고 할지라도, 구체적으로 가족의 생활기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할 것을 명하는 등의 인사명령은 그 자체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전보•전근에 관한 조항이 유효하다면, 이는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직원에게 새로운 작업 내용을 지시하거나 인력을 새롭게 배치할 수 있는 일반적인 유연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다음과 같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 전직 규정이 독일 상공업 조례 (Gewerbeordnung, 약어GewO) 제106조에 규정된 사용자의 지시권에 관한 내용만을 반복해 기재한 것뿐이거나, 이 조항의 내용을 벗어나더라도 단지 근로자 측을 유리하게 하는 경우, 전직 규정은 투명성 시험만을 통과하면 된다. 즉, 전직을 규정하는 조항은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야 한다.

• 그러나 사용자가 상공업 조례 제106조에 정해진 지시권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인사에 관한 조항을 통해 계약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자 하는 경우, 이 조항은 타당성 시험을 완전히 통과하여야만 규정으로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인사이동 명령을 통해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할당할 수 있는 업무는 동등한 가치를 지닌 업무만이다.

즉, 계약상의 전직 규정에 직원에게 동등한 가치를 가진 업무만 할당할 수 있다는 제한조건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법률에 보장된 내용을 심각하게 저촉하는 침해가 된다. 이러한 조항은 부당하므로 무효이다.

• 또한, 전직 조항에 직원을 임금이나 기타 근로조건이 저하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까지 할 수 있다고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조건 및 임금이 동일하거나 이전의 수준에 부합하는 자리에 인사 배치를 한다는 것이 불분명한 전직 조항은 삼가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가 보장(Gleichwertigkeitsgarantie)”이라고 한다.

III. 전직 조항을 포함한 광범위한업무 서술의 장단점

따라서 근무 계약을 통해 수행할 업무 활동을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전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기업 측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를 긍정하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가능한 한 유연하게 회사에서 필요한 대로 배치 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성의 이면에는 근로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해당 근로자에 대해 더욱더 넓은 해고에 대한 보호가 적용된다는 측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금 편리한 대로 근무계약서를 작성한다면, 이후에 자신을 스스로 “곤경에 빠뜨리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경영상의 이유로 몇몇 근로자를 해고하려 할 때,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자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여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근로 계약에 정해진 업무 활동이다.

만일 사용자가 해당 직원과 전직에 관한 인사 명령에 합의해, 근로계약의 변경이나 계약내용변경을 위한 계약해지 등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업무를 맞기거나 재배치할 수 있다면, 다른 직원과 비교할 수 있는 특정 업무 활동이 없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해고 시 주요 사안인 사회적 선택(Sozialauswahl, 부양 의무, 고용 기간, 심각한 장애 및 연령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여건)에 있어, 이 점에 비중을 두고 고려할 의무가 있다. 즉, 해고 시 넘기 어려운 두꺼운 장벽이 될 수 있다.


페터 리 변호사 (Peter Lee,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Fachanwalt-, 법률학 석사, 변호사 사무소: 뒤셀도르프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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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호 14면, 2020년 9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