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전문가 협회 KIPEU 의 지식재산 상식 (20)
유럽특허청을 통한 특허출원 제도 (1): 임무와 구조

저희 연재들을 관심 있게 읽으신 독자 분들이라면 특허권은 기본적으로 속지주의를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나실 것입니다. 쉽게 말해 발명은 한 가지라고 하더라도 그 발명에 대한 특허권은 각 국가마다 별개로 존재 또는 부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큰 애로사항을 안겨다 주는데, 일단 발명을 한 후 여러 국가에서 특허권을 취득하고자 한다면 개별 국가마다 특허권을 별개로 신청(즉, 출원)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국제출원(PCT)제도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 연재에서 소개된 바 있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이러한 방향의 움직임이 있었으며, 그 결과물로 유럽특허청(European Patent Office)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이번 연재에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에서의 특허권 취득

유럽연합(European Union)에서 특허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이 존재합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특허청 각각에 따로따로 특허권을 신청하고 등록받는 방법과, 유럽특허청을 통하여 하나의 통일된 절차로 마찬가지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왠지 후자의 경우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보이실 겁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최상위 목표 중 하나가 회원국간의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과 경쟁을 통해 단일시장을 형성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하나의 통일화된 지적재산권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아직 그러하지 못합니다.

유럽특허청

유럽특허청(European Patent Organization, 이하 “EPO” 라 함)은 1973년 뮌헨에서 체결된 유럽특허조약(European Patent Convention, 이하 “EPC”라 함)이라는 국제조약에 근거하여 1977년 10월 7일 설립된 지역기구입니다 (조약체결 당시 16개의 가입국이 현재는 38개로 증가하였습니다).

그 주된 임무는 조약 가입국들에 대해 하나의 특허허여절차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만, 유럽특허청은 법률적 의미에서 유럽연합과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조직입니다. 단적으로 유럽특허조약 가입국은 27개 유럽연합 회원국 이외에도 11개의 비유럽연합국가들을 더 포함합니다. 또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특허조약 가입국인 것으로부터도 유럽특허청이 유럽연합의 산하기구가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위 지도에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녹색으로 (좌), 그리고 유럽특허조약 가입국들은 붉은 색으로 (우) 표시되어 있다.

또한, 유럽특허청은 통일된 특허허여절차를 제공하기는 하나, 유럽연합 전체에 효력을 갖는 하나의 특허권을 허여하지는 않으며, 유럽특허조약 가입국 각각에 효력을 갖는 다수 개의 개별국 특허를 한꺼번에 허여합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이 모두 유럽특허조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유럽특허청에서 하나의 절차를 이용하여 유럽연합 회원국 모두에서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유럽특허청에서 허여된 유럽특허는 각 가입국에서 아래 설명드릴 유효화(validation)절차를 거치고 나면 해당 국가의 국내특허와 마찬가지로 취급됩니다. 즉, 속지주의원칙이 적용되며, 등록유럽특허의 유무효판단을 포함하여, 특허침해소송 등 권리행사 시에는 해당 국가의 국내법률이 적용됩니다.

한편, 유럽특허청은 독일 뮌헨에 그 본부를 두고 있으며, 네덜란드 헤이그,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비엔나 및 벨기에 브뤼셀에 분소, 사무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중 특허출원의 심사 등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뮌헨, 헤이그 및 베를린이며, 나머지는 행정업무담당 또는 연락사무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특허청은 출원인 등의 이용자들이 납부한 수수료만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식언어는 영어, 독일어 및 프랑스어의 세 가지이며, 유럽특허청에서 발행되는 각종 문서는 이들 세 가지 공식언어로 제공됩니다.

한편, 특허출원을 하는 경우에는 어떤 언어라도 제한이 없으나, 법정기한 내에 상기 세 가지 언어 중 하나로 된 번역문을 제공하여야만 합니다. 출원시 또는 번역문제출시 이용된 언어는 해당 특허출원에 대한 절차언어로 정해지고, 이후 모든 후속절차는 원칙적으로 그 절차언어로 수행되어야 합니다.

유럽특허청 출원 추이

유럽특허청은 유럽연합 다수 국가에서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루트이기 때문에, 최근 유럽특허청을 통한 특허출원 건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유럽특허청에 출원된 특허출원은 174,317건이며, 참고로 이 중 한국출원인의 출원은 7,296건으로 대략 4%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출원인별로 살펴보면, 지멘스(Siemens)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2,493건의 특허출원을 하여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화웨이(Huawei)사가 2,485건, 삼성이 2,449건, 엘지가 2,376건으로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다음 2편에서는 유럽특허청을 통한 출원 및 등록 절차와 유럽특허청을 통한 출원의 장단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재혁 변리사 (한국변리사, 유럽변리사, MIPLC 법학 석사), 뮌헨 거주

소속: IP로펌 BCKIP 대표변리사 (독일 뮌헨 소재)

전화: +49-(0)89 954 28 78 – 20, 이메일: jaehyuk.choi@bckip.com


교포신문사는 유럽 및 독일에 거주.생활하시는 한인분들과 현지에 진출하여 경제활동을 하시는 한인 사업가들을 위해 지식재산 전문단체인 “유럽 한인 지식재산 전문가 협회” [KIPEU, Korean IP (Intellectual Property) Professionals in Europe, 회장 김병학 박사, kim.bhak@gmail.com] 의 지식재산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연재의 각 기사는 협회 회원들이 집필한다.

KIPEU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과 유럽의 교류 및 협력 증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단체로서, 유럽내 IP로펌 또는 기업 IP 부서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변리사 등의 지식재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회이다.

1193호 28면, 2020년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