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 (103)

轉筋(전근)

나이가 들어가면서 흔히들 경험하는 증상이 있다. 주로 야간에 쥐가 나는 증상이다. 쥐가 나는 것은 근육이 뒤틀리며 경련이 일어난 것을 말하는데 동양의학에서는 전근이라고도 한다.

잠을 자다가 쥐가 나면 근육이 뒤틀리며 나타나는 통증 때문에 잠을 깨서 다리를 주무르며 손가락으로 자극을 시켜보지만 쉽게 가시지 않아 고생 한 적이 한두 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심하게는 잠을 자다가 쥐가 나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다 보니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쥐가 심각한 질환의 전초전일 수 있다. 간혹 쥐는 심장마비나 중풍을 알리는 위험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쥐의 발음이 동물인 쥐와 같아서, 밤에만 나타난다고도 하고, 쥐가 나지 않게 하려면 고양이를 키워야 한다는 우스갯말도 있다. 독일에 처음 파독된 우리 1세대들은 의사한테 찾아가 다리에 ‘쥐가 난다’를 표현하려고 “Maus hin und her laufen”이라고 했다는 일화도 독자들은 들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쥐’의 어원은 동물인 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주리 켜다’의 ‘주리’에서 왔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주리 켜다‘는 ‘쭈그리다, ‘오그리다’의 옛말로 팔다리를 우그려서 작게 움츠려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형벌 중 하나인 ‘주리를 틀다’의 周牢(주리)와는 발음만 같을 뿐 무관하다. 쥐는 의학적으로 ’국소성 근육경련’으로 이름 지을 수 있다. 가장 흔한 원인은 혈액순환장애다. 활동량이 적은 야간에는 상대적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하지근육의 혈액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해당 근육에 온도가 낮아지고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경련이 발생한다. 수면 중에 쥐가 잘 나는 이유다.

간혹 설사나 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후에도 쥐가 자주 난다. 이는 혈액 속에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면서 근육경련이 일어나는 것이다. 저혈당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운동을 많이 한 날에는 근육 내 쌓인 젖산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쥐가 단순히 근육문제만이 아니라 심각한 전신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맥경화증 같은 말초동맥질환을 앓고 있다면 쥐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만일 수면 중 다리에 쥐가 난다면 하지동맥의 혈액순환장애를 의미하며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뇌혈관도 같은 컨디션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뇌경색 또는 심장마비 발병위험도 높아진다.

쥐보다 더 복잡한 양상의 다리 불편함을 호소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하지불안증후군’이다. 독일어로는 Restless-Legs-Syndrom이라 불리는데 근육경련은 아니지만 하지근육에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불편한 감각으로 인해 밤새도록 다리를 흔들거나 주물러야 비로소 편해진다. 만일 배우자가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다면 다리를 밤새 주물러줘야 하는 수고도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철분결핍이나 뇌의 도파민 부족, 자율신경장애나 심혈관문제로 간주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관련성이 있는 것을 봐서 신경정신과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유전성도 있다. 주로 밤에 심하지만 낮에도 나타나기 때문에 버스나 비행기에 장시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자주 경험할수록 중풍이나 심장병의 발병위험도 높아진다. 증상이 나타날 때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혈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신경학회지에 따르면 평균 연령 68세의 남녀 34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여성의 경우 7%, 남성의 경우 3%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었고 이들의 경우 중풍과 심장병의 발병위험이 2배 높게 나타났다 한다.

쥐는 시간을 정해 놓고 나는 것이 아니고 때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는 순간에 나는 경우도 있어서 급할 때 응급처치도 중요하다.

추운겨울에는 근육이 추위로 인해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스노보트를 탄다거나 스키를 타는 도중에도 자주 나타나는데 발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스럽다.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수영을 하다가 쥐가 나는 경우는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순간을 잘 대처를 해야 된다.

일반적으로 쥐가 나면 뭉친 근육의 반대방향으로 스트레칭을 해준다. 다시 말하면 발바닥에 쥐가 났다면 발등을 위로 올리는 동작, 발가락이 안으로 구부려졌다면 발가락을 바깥쪽으로 스트레칭해주는 동작을 하라는 말이다. 만약에 수영 중에 쥐가 났다면 갑자기 근육에 힘을 주는 것은 오히려 통제력을 잃을 수 있으니 서서히 호흡조정을 하면서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법을 택해야 된다.

만일 혈자리를 자극하고 싶다면 뾰쪽한 기구나 이쑤시개 등으로 네 번째 발가락 발톱뿌리 외측 모서리 足竅陰(족규음)혈을 자극하면 도움이 된다. 족규음 혈은 글자 그대로 막힌 것을 뚫어주는 혈자리여서 신경안정작용이 있으면서 동시에 하지 근육경련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자기 전 가볍게 걷거나 반신욕을 하는 것도 좋다. 쥐가 났을 때 바늘을 이용해 족규음 혈자리에서 피를 조금 내 주어도 효과가 좋다.

가벼운 쥐가 나는 증상이나 하지불안증후군에는 芍藥甘草湯 「白芍藥(백작약)+ 炙甘草(자감초)」이 도움이 된다. 작약감초탕은 평활근의 경련성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야간 수면상태도 개선시킨다. 여기에 근육 뭉침이나 근육통에 도움이 되는 木瓜(모과)와 신경안정작용이 있는 대추를 추가해도 좋다.

필자는 한방에서 血虛證(혈허증)에 복용하는 대표적인 처방 歸脾湯(귀비탕)을 처방한다. 혈액과 관계있는 질병에 널리 쓰이는 처방이다. 부인과질병, 정신계질환, 眩暈(현운-어지럼증) 등 필자도 정말 많이 사용하는 처방이다.

조성은 白朮(백출) 黃芪(황기) 茯神(복신) 黨蔘(당삼) 甘草(감초) 木香(목향) 遠志(원지) 酸棗仁(산조인) 龍眼肉(용안육) 當歸(당귀) 生薑(생강) 大棗(대조) 로 한다.

무엇보다 밤사이 다리에 쥐가 자주 나거나 불편함이 빈번하게 찾아온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 쥐는 특정 질환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간혹 심각한 질환의 경고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쥐는 그냥 방치해선 안 된다.

1194호 25면, 2020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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