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마이크로프로텍트 법인장의
보험 상식 (9)

변호(법률 보호) 보험(Rechtsschutzversicherung)은 무슨 보험인가?

작년 말 A씨는 딜러로부터 중고차를 구입했다. 독일 파견 근무를 하던 분이 갑자기 귀임하게 되었고 배우자가 타던 무사고 자동차를 좋은 가격에 내놓았던 것이다. 몇 개월이 지났을 때 고장이 나서 카센터에 갔더니 사고가 났던 차량이라고 했다. 중고차 딜러에게 속은 것이다.

일 년 전 임대 계약이 만료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B씨. 그런데 이전 집주인이 이런저런 핑계로 보증금을 주지 않고 있다. 계속 전화를 해보지만 집주인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몸도 마음도 지친 B씨는 보증금만 생각하면 두통이 생겨서 그냥 잊기로 하였다.

자동차를 운전해서 주말에 잠시 해외여행을 간 C씨는 실수로 사람을 치는 사고를 냈다. C씨는 구금되었고 풀려나기 위해서 보석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당장 큰돈이 없었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빌려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위에 나오는 사례들은 필자가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주위에서 들었던 실제 사건들이다.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경우들이다.

이런 사건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스트레스 등 세 가지 장벽에 부딪힌다. 소송으로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는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에게 소송은 생각만 해도 복잡하다. 당장 변호사 선임료를 마련하는 것부터 걱정이다. 만약 소송을 진행하다고 하더라도 계속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부자와 가난한 자, 강한 자와 약한 자를 떠나서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변호(법률 보호) 보험은 어렵고 힘든 개인의 법률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모두가 법적으로 차별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보험이다. 사법 서비스에서 소외받는 특정 계층에 한해서 의료보험과 같은 형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목적 때문에 법률비용보험은 독일인들에게 사회복지차원의 법률구조사업으로 인식되기도 하며 전체 가구 수 가운데 2가구 중 1가구는 변호보험에 가입해서 편리하고 쉽게 법률서비스를 받는다. 건강보험, 자동차보험처럼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변호(법률 보호) 보험의 보장 범위

변호보험은 소비자가 보험료를 내고 법률상담이나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소송 및 상담비용을 처리하는 상품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반적인 소송비용 지불 방법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2019독일의 소송 분야 통계를 살펴보면 민법, 형법 영역의 소송이 38%, 교통관련 26%, 직장관련 13%, 주거 및 임대 관련 11%, 관공서 및 금융 관련 사건이 7%를 차지한다. ( 출처: https://www.finanzen.de/rechtsschutzversicherung)

변호보험은 이런 통계에 맞게 개인(Privat-), 직업 관련(Berufs-), 주거 (Wohn- ), 교통 관련 (Verkehrsschutz) 사건을 보호한다. 즉, 부동산 임대차에 관련된 사건부터 교통사고 관련 사건 그리고 개인 과실로 인한 민형사사건까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사건을 보장한다.

보장 항목으로는 보험사 핫라인을 통한 법률 상담, 민•형사상 법률분쟁에 필요한 변호사 선임과 소송•행정 등의 비용, 법원 비용, 화해/중재 비용, 증인 및 전문가 비용 등 소송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용부터 패소 시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보장한다. 해외 사건의 경우 번역 및 여행 관련 비용, 필요한 경우 보석금에 대한 무이자 대출을 특약으로 제공하는 보험상품도 있다.

변호(법률 보호) 보험에 대한 오해

변호 보험에 가입하면 종종 ‘누가 덤비기만 해봐라’라는 식의 마음을 먹을 때가 있다. 변호 보험이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하지만 무조건 모든 사건에 대해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독일어 Rechtsschutzversicherung에 표현이 된 것처럼 변호 보험은 개인이 법률 분쟁에 휘말렸을 때, 그 비용을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즉, 자신이 억울 한 일을 당하거나 보호받지 못할 경우에 사용하는 보험이지 남을 공격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변호(법률 보호)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보험은 앞으로 일어날 우연한 사고를 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 시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면 해당 사건은 보장되지 않는다. 사건 성격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 후 3개월간의 대기 기간이 지나고 나서 보장이 시작된다. 그 외에도 많은 보험사가 집을 짓는 일(Hausbau), 생활비(Unterhalt) 및 이혼(Scheidung)과 같은 문제는 부분적으로 보장항목에서 제외한다. 고의적인 범죄, 저작권, 상표 및 특허법, 투기 자본에 대한 투자, 게임 및 도박과 관련된 사건도 보장되지 않는다.

이처럼 보험사별로 적용되지 않는 사건들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소송 전에 보험사에 연락하여 승소 가능성을 검토 받고 소송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보험사의 동의 없이 소송을 진행했다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법률비용보험은 예측 가능한 사건에 대한 보장이란 점에서 일반적인 보험과 차이점이 있다. 승소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이유는 보험사의 재정을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변호(법률 보호) 보험의 필요성

앞서 말한 대로 독일 가정의 50%는 변호사 보험을 사용하고 있고, 특히 이민자로서 현지 사정을 모르고 독일어에 능통하지 않을 경우 분쟁 발생 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변호 보험 가입을 추천한다. 보험을 통해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그동안 비싼 비용이 부담돼 소송을 포기해야 했던 일반인들이 적극적인 권리 찾기에 나설 수 있고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을 실현할 수 있다.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위해 마이크로프로텍트 김병곤 법인장의 보험상식을 격 주간으로 연재한다.
김병곤(Neo Kim) 법인장은 한국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에서 손해사정, 상품시스템 개발 그리고 지점장으로 근무하였다. 마이크로프로텍트는 독일에 설립되는 최초의 인슈어테크(Insurtech) 보험 법인으로서, 독일 및 유럽의 한국인을 위한 최적의 보험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활동으로 무료 병원 통역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한국인을 위한 보험서비스를 한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연락처 : 0151 2622 4850, neo@microprotect.com

1196호 24면, 2020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