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 (110)

中風(중풍) ③

이번 회에서는 치료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벌써 3년이 지났나 보다. 손녀가 간질로 한의원에 내원해서 치료를 받고 지금 18년이 넘도록 재발을 하지 않는 것이 인연이 되어 Kroatia 수도인 Zagreb에 사는 현지인과 친해져 서로 방문을 하면서 지내는데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그분이 중풍이 왔다는 연락이 왔다.

그분은 Kroatia Zadar 해변에 아파트도 하나 가지고 있어서 그곳으로 휴가도 몇 번 다녀오고 평소에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뇌출혈이 짧은 시간에 3번이 연속으로 와서 병원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를 하고 퇴원을 해서 집에 누워 있다는 연락이다. 직접 부탁은 안했지만 한번 와 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여기서 거기까지 950km나 되니 한번 다녀가라는 소릴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며칠을 생각하다가 부활절 휴일을 이용해서 다녀오기로 아내와 의견을 모았다. 시간이며 경비를 생각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찾아가서 그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또 어떤 상황인지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부활절이 휴무가 시작되기 하루 전 목요일 한의원 문은 닫고 Zagreb으로 출발했다. 낮 12시경 출발을 했는데 정체가 있어 12시간 만에야 그 댁에 도착했다. 자정이 되었으나 식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환자는 중환자들이 사용하는 침대에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산 중턱에 서있는 그 집 구조는 차고에서 50계단 이상을 걸어서 올라가야 현관문이 있으며, 응접실과 식당, 그리고 침실이 같은 층이 아니고 각각 몇 층계를 올라가거나 내려가야 된다.

식당은 현관문과 같은 층에, 응접실을 가려면 6-7계단을 내려가야 되며 침실은 현관에서 6-7계단을 올라가게 구조가 되어있는데 그분은 현관문과 같은 층인 식당 칸에 전기로 조작할 수 있는 환자용 침대(Liege)를 구입해서 들여놓고 거기에 누워 있는 것이다. 물론 대소변도 받아내야 되며 또렷한 의식도 없다. 우리가 왔다고 말해도 눈만 끔뻑거리며 다시 잠이 들었다. 상태가 심각하다.

“아, 괜히 왔네."싶었다. 며칠 한의원 문을 닫고 이 먼 길을 왔는데 4-5일 동안 내가 여기서 치료를 한다 해도 도저히 가망이 없을 것 같아 후회가 생긴 것이다. 그래도 어떠하랴, 이왕 온 것 치료를 포기하고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장 그날 저녁 가지고 간 한약을 끓여 마시게 하고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날은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 위층에 가서 쉬고 이튿날부터는 여러 방법을 써서 치료를 계속 했다. 한약은 수시로 마시게 하면서…….

3일째 되던 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그분의 의식과 언어가 점점 또렷해지더니 혼자 일어나서 몸을 의지할 수 있는 보행기 같은 것을 이용해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은가. 집에 환자가 있으면 식구들 전체가 짜증스러워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는데 그분의 상태가 좋아지자 당장 집안 분위기 바뀌는 것을 느꼈다. 설마 했었는데 치료효과가 그렇게 빨리 나니 가족들도 우리도 ‘이젠 됐구나!’싶어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희망이 보인 것이다. 허지만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이 짧지 않은가. 우리가 계속 그곳에 머무르며 치료할 수가 없는 형편이니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마침 그곳에 물리치료사인 한 여성이 매일 그 집을 다니면서 운동을 시키고는 했는데 그 물리치료사가 침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침을 배우려고 책을 사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針穴(침혈)자리를 가르쳐 주면서 몇 주 동안 계속 침을 놓을 수 있겠냐며 물어보니 대 환영이다.

필자는 침혈자리를 설명해 주면서 몇 번 연습을 시켰다. 한약은 계속 마시게 하면서 이렇게 며칠 치료를 하니 일요일 되는 날엔 일어나 같이 밖의 테라스에 나와 식구들과 앉아서 이야기도 하며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기도 할 정도로 그분 상태는 굉장히 호전이 되었다.

사실 한의원 문을 닫고 경비를 들여서 그곳까지 갔지만 경비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나누지 안했다. 나는 모든 것을 좋은 일 했다는 셈치고 갔었는데 그곳에 가서 다른 환자들을 많이 보는 바람에 모든 비용도 다 충당이 되는 일도 일어났다.

원래 Zagreb이 고향인 Kroatia 한 남성이 Wien에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데 한 번 Frankfurt한의원에 다녀간 적이 있었다. 회사 때문에 평일엔 힘들고 토요일에 한번 왔다갈 수 있겠냐며 Zagreb 그 분들을 통해 문의가 와서 허락을 했더니 항공편으로 토요일 하루 다녀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부활절 휴무기간이라 Zagreb 고향에 와 있으면서 우리가 거기에 있다는 소릴 듣고, 그때 우리의 치료를 받고 너무 좋아졌다며 하루 시간을 내어 자기 친척들을 봐 줄 수 없겠냐는 것이다.

필자도 거기서 치료를 하루 종일 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한번 치료를 하고 나면 여유 있는 시간이 있어 한번 봐주지 싶어 약속을 하고 그의 부모님 댁으로 찾아갔다. 그의 부모님들, 형제들, 처가의 장인 장모, 동서, 처제, 처형 모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이동 한의원이 된 것이다. 이곳 독일에서도 Saarland의 Dillingen이나 Regensburg의료봉사 때나 또 Holand 같은 곳에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나 또 다른 때 kroatia 휴가를 가서도 우리가 머무는 Hotel에 환자들이 모여들어 치료를 해본적은 있으나 이번 같이 한집 식구들을 하루 종일 치료해 본적은 없었다.

그 가정은 대체로 생활들이 넉넉한 가정이라 치료비는 걱정하지 말고 치료만 해 달란다. 하루 그 집 식구들을 치료하고 한약주문을 받다보니 생각지 않게 Zagreb을 갔던 경비가 충당이 되지 않는가? ‘도우시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월요일 그곳을 떠나왔다. 물리치료사한테는 시간이 허락하면 매일 침을 놓아라. 일러주고 그 환자한테는 부지런히 치료를 받아서 6월에 Zadar 해변 아파트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떠나왔다.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독일로 돌아와 가끔 연락을 해 보면 한약도 부지런히 마시고 침도 부지런히 맞는단다.

6월 어느 날, Zagreb 그 환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왜 Zadar에 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는 지금 가족과 Zadar에 와 있다며 빨리 내려오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중풍한방치료 효과에 대해서 놀랐다. 우리 가족은 그 이듬해에 Zadar에 가서 그 가족들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지만 지금 그는 다시 운전도하고 먼 길을 걷기는 힘들어도 누워서 생활할 때 구입한 중환자용 Liege를 팔아 구입한 Elektro Rollator를 타고 다니면서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단다. 지난해 80세 생일을 맞아 꼭 와야 된다며 연락을 했지만 가지 못하고 요즈음도 자주 연락을 한다. 요즈음 corona19로 왕래가 불가능 한데도 우릴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며 언제 올 거냐며 성화다.

병은 치료는 환자의 의지와 또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 여기 한의원에도 환자들이 찾아와 처음 대화를 하는 시간에 보면 이환자는 치료가 되겠다. 안되겠다. 를 가늠할 수 있다. 서로 믿고 꾸준히 치료를 받을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중풍환자들을 많이 치료했지만 요즈음 86세가 넘은 여성 환자는 그 집으로 왕진을 가면서 몇 번 치료를 해 보았지만 약간 좋아진 듯 하다가 그 환자가 다른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2주를 입원하고 다녀온 후로 다시 상태가 나빠져 정신 상태는 좋아지고 몸의 흐름은 좋아지지만 하지의 근육이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아 치료를 중단한 예도 있다.

1208호 25면, 2021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