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19)

不寐(불매)

흔히 불면증이라고 불리는 수면장애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심해진다. 동양의학에서는 불매 또는 失眠(실면)이라고 불리는데, 보통 며칠을 잠을 못자거나 또는 1-2시간만 수면을 취하고 다음날 생활을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부터가 여간 짜증스럽게 보이고 만사가 귀찮게 보이는 것을 감출수가 없다.

수면은 인간에게 필수적이며 신체의 많은 과정의 낮과 밤, 자연의 주기에 따른 생체리듬에 속한다. 잠이든 후에는 腦波(뇌파)가 내려가고 골격근의 긴장이 감소되고 혈압과 체온이 내려가며 호흡률이 감소하며 호흡이 더 규칙적이 된다. 특히 깊은 수면 중에 스트레스 호르몬 인 코티졸의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스트레스와 공포감이 감소되고 두뇌에서는 두뇌발달이 계속된다.

하루 동안 기록 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 새로운 연결이 이루어지며 숙면은 학습과 기억을 촉진되며 새로운 방어 세포의 형성으로 면역 체계가 강화되고 세포 손상이 복구되고 종양 세포도 억제 될 수 있으며 많은 피부 세포가 낮보다 밤에 훨씬 더 빨리 재생되기 때문에 “미용 수면”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숙면은 우리의 면역체계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은 바쁘기만 했던 정신적, 신체적 하루의 피로를 휴식을 통해 회복시키고 다음날을 위해 새로운 힘으로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피로회복제이다. 낮 동안의 흐트러진 기운을 바로잡고 정기를 보충하는 시간이니 실로 잠이 보약인 셈이다.

불면증은 잠이 들 때까지 30분 이상 소요되거나, 수면 중 잠을 5회 이상 깨어 있는 경우, 또는 수면 중 깨어서 30분 이상 다시 잠을 들지 못한다거나 전체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경우는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다.

양방에서는 대부분 수면제를 처방하지만 수면제는 의존성이 대단히 높아 복용을 중단하기 어렵고 수면제를 복용하면 다음 날 아침까지 약 기운이 남아있어 오전엔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한 것 보다 오히려 다음날 생활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에서는 불면증의 원인을 대체적으로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심장과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오행 중 火인 심장과 水인 신장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원활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心腎不交(심신불교)증과 간장의 기능이 쇠약해져 제 기능을 못하고 鬱滯(울체)되어 기혈운행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인 肝鬱化火(간울화화)증, 심장과 비장이 약해져 신체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할 때 오는 心脾兩虛(심비양허)증, 스트레스나 다른 원인으로 신체에 火가 심해질 때, 膽(담)이 적어 심신이 안정되지 못하고 불안해서 찾아오는 心膽氣虛 (심담기허)증, 음양의 조화가 깨져 음이 상대적으로 너무 허해 양의 기운이 치솟는 陰虛火旺(음허화왕)증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증상만을 호전시키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치료를 추구하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오장육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호소하는 증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같은 치료법을 적용하기가 어렵고, 개인별로 맞춤치료를 해야 완전한 치료가 된다.

숙면을 위해서는 비타민과 칼슘 등의 무기질 등의 섭취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무기질이 부족할 경우 수면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에 문제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허지만 카페인이 많은 커피, 홍차, 콜라는 각성 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하며 당분이 많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아이스크림, 청량음료도 피하는 것이 좋다.

숙면에 좋은 음식은 우유, 대추차, 호두, 상추, 양파, 대파, 호박, 달걀, 차조기, 양파, 바나나, 녹두, 적당한 육류(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오리고기 등)라고 말 할 수 있다.

단방 약으로는 丹蔘(단삼) 20g과 五味子(오미자)20g을 40%짜리 소주에 담갔다가 7-8일 후에 소주잔으로 한잔씩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는 酸棗仁(산조인)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고국의 유명했던 드라마 ‘대장금’에서보면 명나라 사신이 음흉한 마음을 먹고 대장금을 숙소로 불러들였지만 대장금의 지혜로 산조인을 먹이고 잠을 자게 해서 위험한 시간을 넘기는 장면이 나온다. 산조인은 산대추(멧대추)의 씨앗으로 한방에서 정신안정제로 처방되는 약이다.

우리 몸의 근골 근육과 골격을 강하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煩悶(번민)을 풀어주고 갈증도 풀어주는 효능도 있다. 그리고 심장을 편안하게 하고 膽(담)이 허해서 생긴 불면증이나 간이 허해서 혼백을 저장하지 못하여 잠들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며 피가 비장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불안한 경우를 치료한다고 적혀 있다.

생으로 먹는 것보다 볶은 산조인이 더 효과가 있고 맛도 훨씬 고소해 진다. 물과 4:1 이나 5:1비율로 끓여서 차로 수시로 마셔주면 좋다. 불면증은 사실 치료가 쉬운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침 치료도 효과가 좋은데 침을 놓을 수 있다면 고국에서 17세기 중반 사암도인이 개발한 사암오행침인 대장정격으로 치료하면 효과가 좋다. 며칠 동안을 잠을 못자고 찾아온 환자들에게 사암오행침을 놓으면 금방효과가 있어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불면증 중 나이가 들어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심비양허증 환자들이 많아 필자는 다음 처방을 많이 처방한다.

白朮(백출) 黃芪(황기) 茯神(복신) 黨蔘(당삼) 甘草(감초) 木香(목향) 遠志(원지) 酸棗仁(산조인) 龍眼肉(용안육) 當歸(당귀) 生薑(생강) 大棗(대조) 五味子(오미자) 栢子仁(백자인) 合歡皮(합환피) 龍骨(용골) 夜交藤(야교등) 牡蠣(모려)

1226호 25면, 2021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