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22)

만성 痛症(통증)의 치료법은 通法(통법)이다.

不通側痛(불통측통-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는 원칙이 있듯이 모든 통증은 통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혈 증의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신체의 혈액이 너무 탁하거나, 흐르는 통로가 장애를 받거나, 흐름에 도움을 주는 인체의 氣(기)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혈 증을 치료하려면 약해진 기를 補(보)해주고, 탁해서 흐름이 막혀있는 그곳을 다시 흐름이 좋게 해 준다면 치료가 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약해진 기를 보하는 데는 음식이나 약, 운동이 있다 하겠고, 막혀있는 곳의 흐름이 다시 원활하게 하려면 한방에서는 침이나 瀉血(사혈-흐름이 막혀있는 곳을 피를 내서 흐름을 다시 원활하게 하는 방법)방법 외에도 뜸, 그리고 마사지등이 있다고 하겠다.

뜸에 대한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고국의 灸堂(구당) 김남수 옹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1915년에 태어나 104세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침, 뜸을 세계에 알린 대가이자 봉사 정신으로 세상의 빛이 되신 분이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針士(침사) 자격증을 땄지만 한의사들이 ‘무자격 의료 행위’라고 제소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1993년 김남수 옹이 93세가 되던 해에 공중파 TV에서 2회에 걸친 뜸 소개가 너무 인기를 얻자, 침사는 침만 놓아야 되고 뜸은 灸士(구사)자격이 있는 침구사가 해야 되는데, 김남수 옹은 침사자격증만 있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11월 “침사 자격만으로 뜸 시술을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다”며 그의 손을 들어줘 마지막 까지 고향에서 뜸을 후예들에게 가르치다 생을 마감 하신분이다.

한의사들의 제소를 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뜸을 알리고 치료행위를 하다가 생을 마감할 때쯤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민 건강에 공헌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2002년), 국민훈장 동백장(2008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원봉사상 금상(2012년) 등을 받기도 하신 분이다.

뜸도 결국은 막혀있는 어혈 증을 뜸을 태우는 열로 풀어주는 방법이다.

뜸은 한자로 灸(구)라고 하는데, 오랠 久(구)와 불 火(화)로 이루어져 있다. 즉 뜸 치료는 오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와 만성 질환에 뜸을 이용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요즘은 말린 쑥을 뭉쳐서 만든 전통적인 뜸에서, 화상 방지를 위하여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기기를 이용한 뜸까지 여러 형태의 뜸을 활용한다. 형태는 다양하게 발전했지만 화기를 이용해 원기를 회복시킴으로써 병을 예방하며, 경락혈 위에 온열을 자극해 생체의 기혈 운행을 촉진시킨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기본 원리이다.

고전에는 뜸이 모든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질병의 예방과 다양한 만성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꼭 치료방법이 아니더라도 예방차원에서도 이용된다.

배꼽 아래 丹田(단전) 부위와 무릎 아래 足三里(족삼리)에 꾸준히 뜸을 해주면 오래도록 건강을 유지한다고 했으며,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 견갑골 사이 風門(풍문)에, 비뇨생식기계통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목 내측의 三陰交(삼음교)에 뜸을 한다고 되어 있다. 비위 기능이 약해지는 중년 이후에는 족삼리에 뜸을 하여 비위의 기능을 증강시키고, 노년에는 팔꿈치 외측의 曲池(곡지)에 뜸을 하면 눈을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춘다고 한다.

요즘 가장 빈번하게 뜸을 활용하는 질환은 퇴행성관절염 질환, 특히 무릎 관절염이다. 무릎 주변의 경혈과 통증이 있는 아시혈(통증부위)에 뜸 치료를 했을 때 염증이 줄고 통증이 줄어 신체기능이 향상된다.

필자도 많이 이용하는데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뜸을 활용하는 질환은 사마귀이다. 사마귀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 피부에 결절이 생기는 전염성 피부질환의 하나이다. 영양 불균형, 운동 부족,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면역 기능이 약해지면 냉동 치료나 레이저 치료로도 사라지지 않고, 없어지더라도 다시 빈번하게 재발하게 된다. 뜸은 강력한 열감으로 기혈 순환을 촉진시켜 세포재생기능이 촉진돼 사마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필자는 얼굴에 나는 특히 여성들의 검은 점이나 사마귀 등 치료에 많은 경험을 해보았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도 점차 활발한 추세다. 복부와 다리의 경혈에 뜸 치료를 시행하여 식욕 부진, 오심, 구토, 설사, 통증, 피로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이용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만성 피로 환자에게도 육체적 피로 감소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향상되는 등 정신적 피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드라마 동의보감을 보면 위암환자를 사지를 붙잡고 복부의 中脘(중완)혈에다 뜸을 뜨는 장면을 보았을 텐데 열을 이용해 암 덩어리를 죽이는 방법이라 하겠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뜸을 사용할 수 있다 보니 간혹 민간요법으로 뜸을 뜨다 복부나 다리에 깊은 흉터를 가지고 오는 환자들이 있다. 또한 뜸은 살을 태운 화상의 흔적이 있어야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화상 이후 감염이 생길 수도 있고, 영구적인 깊은 흉터는 근육의 위축과 그로 인해 운동성이 오히려 저해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뜸의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화상을 입지 않도록 열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전통과학의 하나인 뜸에 관심을 가진다면, 하루 10여분 투자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김남수 옹의 말이다. “뜸의 원리는 뜸쑥을 약한 불로 태워 우리 피부에 가벼운 화상을 입히면 체내에 이종단백질이 생기는데, 이 이종단백질이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김 옹은 “배꼽과 명치 사이에 있는 中脘(중완), 배꼽아래 氣海(기해), 關元(관원-단전) 등 10여 곳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건강효과를 볼 수 있다”고 늘 주장 했었다.

뜸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또 약쑥의 효과 등을 현대 의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는 주로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다. 특히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의료비를 낮추는 방법의 하나로 뜸의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데 학교 등을 새로 설립해서 침구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다.

선조들이 물려준 고귀한 방법들을 우리들이 잊지 않고 이용한다면 우리들이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필자는 필요한 환자들에게 뜸으로 치료를 하지만 집에서 벌이나 벌레에 물려 독이 올라 부어오른 다든가 상처가 덧이 났을 때 쌀알만 한 크기로 부위에 뜸을 떠서 효과를 보곤 한다.

1232호 25면, 2021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