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25)

痛風(통풍- Gicht)

김재승 한의사

통풍은 요산이 체내에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다.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조직에 날카로운 형태의 요산결정이 침착되어 염증반응을 일으켜 해당 관절 부위가 붓고, 발작되면 열이 나고, 후끈거리고, 근육이 경직되고, 빨갛게 변하며, 환부 표면의 피부 표피층이 벗겨지기도 하고 찌르며 욱신거리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질병으로 밤이나 새벽에 증상이 자주 나타나며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질병이다.

통풍은 단백질 중 퓨린대사(purinstoffwechel)의 장애로 인해 그 분해 산물인 요산(Harnsäure)의 결정체(tophi)가 관절에 침착되면 통풍성 관절염이 나타나게 된다. 사실 퓨린은 인체의 필수 성분으로 유전 정보의 운반체이자 단백질 합성을 위한 정보의 전달자다. 대부분이 조효소(보조효소-Coenzym), 특히 에너지 대사의 조효소의 성분으로서 신체의 모든 퓨린 함유 화합물이 지속적으로 재생되고 분해되는데 이같이 요산은 퓨린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이곳 동포 사회에도 통풍으로 고통을 당하는 동포들이 꽤 많다.

전에는 ‘귀족병’ ‘부자병’이라 불리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섭생을 잘 못해 찾아오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살았지만, 먹을거리가 풍성해진 요즘엔 빈부격차를 넘어,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병하고 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하여 ‘통풍’이라 이름 지어졌다.

발목이 아프다며 찾아온 젊은 환자들은 통풍인지도 모르고 통증만 호소하는데 진단해 보면 통풍인 경우를 필자도 많이 경험했다. 고요산혈증에 걸려도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다가 점점심해지면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

통풍이 흔하게 발병하는 부위는 엄지발가락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엄지발가락과 발등이 연결된 관절에 잘 생긴다. 요산결정이 인대와 관절 안쪽까지 침착되면 굳은살이 박인 것처럼 보이고, 하얀색인 요산결정이 보일 만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 심장에서 먼 곳일수록 혈액 온도가 낮아져 요산결정이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체의 심장에서 거리가 제일 먼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요산결정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가시처럼 뾰족하고 날카롭다. 가시처럼 날카로운 요산결정체가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성이 되면 통증뿐이 아니고 관절도 변형이 된다. 손가락 발가락이 변형이 되며 귀나 손, 발가락, 팔꿈치에 하얗게 통풍 결절이 생기기도 한다. 심해지면 신장의 기능이 약해져 신부전증이나 신우신염이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신석 증을 유발할 수도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몸 안에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다 통풍 발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요산수치가 7,0mg이 넘으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요산 수치만 높고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특별히 약물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은 요산수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런 질환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푸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동물의 내장, 다시 말하면 췌장, 간, 콩팥 등의 섭취를 피해야 되며 과당이 많은 음료수나 음식도 삼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술이든 과음은 피해야 한다. 술은 몸 안에서 요산을 많이 만들게 하며, 소변으로 요산이 배설되는 것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맥주는 요산으로 분해되는 푸린이 많이 들어 있어 통풍 발작의 주범 가운데 하나다.

이런 음식 대신 우유나 요구르트 등 낙농제품이나 채소 등은 권장하며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필요하다. 통풍환자들은 스님같이 살아야 된다는 말은 육류와 주류를 삼가하고 채소를 많이 먹고 섭생에 주의하라는 말일 것이다. 이곳에 사는 우리들은 Spargel도 주의해야 된다. 또 채소지만 푸린이 많이 함유되어 시금치나 Blumenkohl, 버섯종류와 함께 많은 량을 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정어리와 같이 등이 푸른 생선류도 피해야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많은 양이 아니라면 그렇게 염려할 필요는 없으며, 쇠고기나 돼지고기, 새우, 조개, 멸치 등 해산물도 많이 먹지 않으면 괜찮다. 몇 잔의 주류도 큰 영향은 없지만 알코올은 한번 시작하면 과음을 하게 되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인 사람들은 대사 장애로 요산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살을 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할 경우도 요산수치가 올라간다. 또 금식이나 과로로 체온이 급격이 내려갈 때도 통증이 발작될 수도 있으니 관리가 필요하다.

현대의학적인 치료는 약으로 요산수치를 낮게 해주거나 음식을 주의하는 방법들을 권하고 있다. 통풍환자들은 물을 하루에 2L 이상 마시는 것이 필수다. 요산결정체가 몰키지 않게 하고 또 신장의 기능을 돕기 위한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급성 발작 기에는 瀉血(사혈)방법이 최고인 것 같다. 걷지도 못하고 통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도 몇 번의 사혈로 그 힘든 증상이 사라지게 하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急則治表緩則治本(급칙치표완칙치본)이라는 치료 원칙에 따라 급할 때는 나타나는 급한 불을 끄고 완화 되었을 때 그 병의 근본을 치료해야 되는 것이다.

사혈은 어렵지가 않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피를 낼 때 쓰는 삼능침이나 요즈음은 주사바늘로 주위를 상처를 내주는 방법도 무관하다. 찌를 때는 통증이 심하지만 피를 빼내고 나면 시원한 감이 든다. 환부를 몇 번 찌른 다음에 부황기로 흡입해서 피를 빼내면 되는 것이다.

필자와 휴가를 같이 가서 환부가 붓고 통증이 심해서 걸어 다니지도 못한 지인을 휴가지에서 부황기를 구할 수가 없어서 그냥 환부를 바늘로 찌른 다음 주위를 눌러서 피를 빼는 방법으로 한두 번 해주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생활이 정상화 되는 예도 보았다. 이외에도 통풍 때문에 고생을 한다며 연락을 해온 환자나 지인들에게 사혈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대체로 치료가 잘 되었다며 고맙다는 연락을 받은 예가 많이 있다. 허지만 한 두 번의 치료로 다 되었다는 생각은 말아야 된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1240호 25면, 2021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