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중인환시 (61)

코펜하겐의 인어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구리 동상 중에 가장 작은 동상은 벨기에 수도 부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으로 60cm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인어동상은 125cm로 두 번째로 작은 동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을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 동상을 <인어공주> 라고 부르지만 독일에서는 <Kleine Meer-jungfrau> 라고 부른다.

동상 전체가 구리로 만들어진 인어공주는 덴마크의 시인 앤더슨 (Hans Christian Anderson)의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들은 앤더슨을 안델센으로 부르며 동화작가라고 많이 알고 있지만 원래는 시인이다.

이 인어공주가 알려지기 전에 <미운 오리새끼>와 <엄지공주>가 발표되었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인어공주>가 발표되고 인기를 끌면서 전작들도 모두 유명하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인어공주동상은 발레리나에 반한 어느 화가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도 한다.

어느 날 저녁, 조각가 칼 야콥슨(Carl Jacobsen)이 안델센의 동화를 주제로 한 발레들 관람했다.

발레의 여주인공은 당시 최고의 명성을 날리고 있던 프리마발레리나 플랑(Ellen Price de Plane) 이었으며 같은 날 화가 에릭슨(Edvard Erikson) 도 이 발레를 관람케 되었는데 플랑의 멋진 발레연기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다.

발레리나의 미모와 연기에 쏙 빠져버린 화가 에릭슨이 조각가 야콥슨을 찿아가 인어공주를 조각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했다.

1913년 8월 23일 코펜하겐의 강변산책로 Langelinie(긴길이)에 175kg의 무게에 125cm 크기의 인어공주 동상이 세워질 수 있었다. 인어공주를 조각한 야콥슨은 신문과 방송인터뷰에서 에릭슨의 요청으로 프리발레리나 플랑을 꼭 닮게 만든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에릭슨은 야콥슨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붉어진 얼굴에 손사래를 치며 절대 그렇지 않노라고 했다.

우리는 <피그마리온의 효과> 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마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대리석 여인상이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집으로 돌아오면 쓰다듬어 주거나 안아주기를 계속하다가 정말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피그마리온은 조각된 여성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의 여신이었던 아프로디테에게 소원을 빈다.

<저 조각된 아름다운 여인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나의 아내가 되도록 도와 주십시요>.

하루도 빠짐없는 피그마리온의 기도가 얼마나 진지했으면 아프로디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

여느 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조각상을 어루만지며 안아주려고 하자 대리석 조각이 따스하게 느껴졌고 심장이 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깜짝놀라 조각의 얼굴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피그마리온은 자기의 소원을 들어 준 아프로디테에게 감사하며 그녀와 오손 도손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전설인데 실제로 로마 오비디우스의 <변신의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가 에릭슨은 자기가 프리마 발레리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웠을까? 어쩌면 피그마리온이 조각된 여인을 사랑했듯이 자기도 인어공주를 사랑하게 될까봐 미리 발뺌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인어공주 조각을 위해 프리마발레리나 플랑이 모델이 되어 준 적은 없었다고 한다.

피그마리온의 여인은 전설속의 아름다운 여성상을 조각해 자신의 부인으로 만들었지만 에릭슨은 세계적인 아름다운 여인상을 세계인의 여인으로 만들어 관광객들로부터 지금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안델센의 동화에서는 인어공주가 인간세계로 놀러 나왔다가 불행을 맞으면서 바닷가의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없어졌는데도 말이다.

2019년 11월 8일, 114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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