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류 현옥

세찬 바람이 시내를 강타하여 뒤흔드는 날이었다. 경비실에서 쏠츠부인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녀는 여러 번 입원 예약을 취소하며 뜸을 들여온 환자인데 하필 이날 온다는 것이다. 입원통보를 받으면 호스피스에 와서 빈방을 둘러보고 집에 가서 생각을 해보고 결정되면 연락을 한다며 누차 미루던 분이다.

마치 이사할 집이라도 보러 다니는 사람처럼 열 개가 넘는 베를린시의 호스피스를 둘러보고는 마침내 내가 근무하던 나차루스 호스피스를 결정한 것이다. 거리 쪽으로 창문이 달린 방은 자동차 소음 때문에 거절하고 대다수의 방이 너무 좁다고 거절하며 정원 쪽으로 향한 큰 창문이 달린 단 하나뿐인 제일 큰 방이 비었는데, 언제 다시 비게 될지 모른다는 연락을 하자 결정을 했다.

그녀는 호스피스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이 세상의 마지막 이사라는 것을 알기에 신중을 기했다. 한번 결정하여 죽을 자리를 찾아 누운 후에 다시 일어나 되돌아 나올 길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서 심사숙고 한다고 했다. 어차피 목관에 담겨 실려 나가게 그 시간 이후 일어날 일들은 그녀의 결정이 아니기에 살아있는 동안만 자신이 결정한다고 했다. 호스피스에서 살게 될 시한부의 인생이니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인생에 대한 의무수행이라 했다. 병실 방 하나를 마지막 삶의 공간으로 결정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방이 날 때까지 기다린 그녀가 온다하니 동료들은 긴장된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다른 환자와 달리 얼마간은 바깥세상에서 더 살아도 될 건강 상태인 그녀는 자기 손으로 살던 집도 정리하고 살다갈 호스피스의 방도 스스로 구상하여 꾸미겠다고 했다.

대개가 거실에 걸린 액자와 가족사진이 든 액자를 들고 오는 정도인데 그녀는 작은 살림살이 일체를 가지고 왔다. 담당을 하게 될 동료는 미리 준비한 바퀴달린 들것을 끌고 실습생 한 사람을 데리고 그녀를 영접하러 갔다. 마지막 이사를 위하여 아직 처분하지 않았다는 자동차에 임종까지 동행할 물건들을 싣고 스스로 운전을 하고 왔다. 즐겨 듣는 구스타브 말라 심포니를 마지막 날까지 듣겠다며 오디오를 가지고 왔다.

대개 여자들은 갈아입을 옷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쑐즈 부인은 매일 갈아입어야 하니 세탁해줄 사람이 없다며 호스피스에서 주는 환자복을 입겠다고 했다. 이제는 죽어가는 신체를 장식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로 내면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녀는 준비해온 책장을 세우고 가져온 책부터 정리하게 한 후, 여행가방속에 든 소지품은 시간 나는 대로 혼자 정리하겠다며 입고온 옷 그대로 정리되어있는 침대위에 누웠다, 금세 잠이 들었다. 마치 잠시 스위치를 눌러 잠시 불을 끄는 듯 했다. 간호부장의 지시로 입원 처리는 다음날로 미루고 모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 방을 나온 동료는 고개를 흔들었다.“애를 많이 먹일 환자 같아.”

51세로 호스피스에 오기에는 아직 젊었고 기력도 있지만 오히려 간호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았다. 이렇게 요구가 많고 사고력이 살아 있는 환자는 오히려 더 힘들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마지막 길을 스스로 운전해 온 정신력이 비범한 환자다.

호스피스에는 환자가 지켜야 최소한의 규율 같은 것이 있다. 이제 끝날 삶이지만 죽음의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동행하며 필요한 질서 같은 것이다. 부인은 젊은 동료가 가져간 호스피스 안내서를 보지도 않고 필요 없다고 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규칙입니까 ?”라고 반문했다.

“이미 한정된 기간이니 여기 있는 동안만은 마음대로 제재 없이 살다가게 해주십시오.”

그녀가 간호부장에게 부탁한 말이다

“부인께서 숨 쉬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보호해 드릴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자 환자는 백지와 펜을 내어, “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 호스피스팀은 저의 신분보장에서 해방이 됩니다.” 라는 문장아래 서명을 했다. 죽음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과 자연이 힘을 합쳐 일어나는 일이기에 인간의 힘으로는 제재할 수도 없고 방향을 돌릴 수도 없는데 책임 문제를 운운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우리 호스피스를 결정한데는 숨은 이유가 있었다. 시립 예술관과 필하모니가 가까이 있고, 영화관이 집중해있는 포츠담 광장근처를 선호하여 결정했다. 몇 년 전에 나차루스 호스피스 거실에 피아노가 있다는 정보를 알고 왔다는 재즈피아니스트가 있었지만 호스피스에 거주하면서 필하모니와 영화관에도 가겠다는 환자는 처음이다.

그녀의 문화생활을 보장할 수 있게 두 명의 자원봉사자가 선정되었다. 간호사 팀은 환자의 지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며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16명의 호스피스 환자가 똑같은 요구를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냐는 말로 열띤 토론을 벌렸다. 현실적으로 16명의 환자 중 열 명 정도가 침대를 떠나지 못한다.

숄츠부인은 팀의 불만을 아는 듯 토요일마다 맛있는 케이크를 제공했다. 이 일은 자원봉사자가 맡아서 베를린에서도 유명한 빵집에서 배달하게 했다.

“저렇게 젊은 사람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간호하는 것은 자연에 어긋나는 일”이 라는 말도 서슴치하지 않고 말하며 어려운 간호사일에 대한 이해심도 보였다 . 방마다 문을 열면 죽음이 천정에 붙어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주일에 한번 씩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잠시 잊게 해주겠다는 의도로 케익이 싫증나면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했다.

가족도 친구도 없다고 하면서도 사회복지사에게 장례식을 신청하자는 것은 거절했다. 죽은 후면 사체 보관 냉동실에 보관되었다가 화장실로 운반될 것인데 급하게 설칠 이유가 없단다. 이런 환자는 가족과 친구의 역할까지 간호사들이 맡아야 한다.

그녀가 어느 날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하늘로부터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마음이 통하는 자원봉사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외동아들의 자살이 그녀를 병자로 만들었다. 그녀의 실체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임신을 한 애인이 떠나가면서 뱃속의 아이 아버지에게로 간다는 말에 쇼크를 받았고, 며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일로 간주했다. 떠나간 애인의 순산 소식을 들은 아들은 대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세상을 떠났다. 여사는 아이의 아버지가 산다는 북해의 섬으로 간 젊은 여자와 연락을 끊지 않았고,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혈족이라고 믿었다. 보내온 사진 속의 남자애가 아들을 빼닮았다고 생각했고 계속 할머니로써 사랑을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몇 번이나 찾아가서 젊은 어머니와 아이를 만났지만 한 번도 아이의 아버지는 보지 못했다.

호스피스의 담당 목사님은 기타를 들고 그녀를 매주 한 번씩 방문하였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그녀였다. 삶과 죽음을 이해하게 하는 유일한 존재로 창조자 신의 대리인 목사님을 신처럼 존경했다. 예수님의 사제인 목사님의 인도를 받으며 죽음의 길로 가겠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대화가 끝나면 목사님은 그녀의 소원대로 아일랜드 방랑가를 불렀다. 목사님은 삶과죽음을 연결하는 다리위에 선 영혼을 위해 디아스포라의 아픔이 절절이 담긴 방랑가의 가락에 담아 그녀 영혼의 방랑길을 동행했다. 그녀가 호스피스 생활을 한지 근 반년이 지나자 병세가 심해졌다.

창밖의 정원에 있는 고목의 가지를 뒤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한없이 울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공기의 움직임일진데 깊은 밤의 바람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리고 한밤중 칠흑같이 어두운 정원 속을 씽씽 거리며 그녀를 부른다고 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제키고 이불을 둘러싸고 앉아 바람소리를 들었다. 하루가 끝나 산자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어간 시간으로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우던 소음이 사라지고 바람소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밤이면 어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단다. 칠흑같이

어두운 정원을 바람이 부딪치며 고목의 가지들을 뒤흔들어 고목에서 잎사귀들이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소리에 섞인 소리일지언정 소리 없이 낙하하는 잎사귀들은 마지막 외침으로 소리를 지르며 낙하한다고 했다.

부인은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거절했고 구토를 시작했다. 체중이 눈에 띠이게 줄어갔고 혼자서는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되자 끊임없이 부자를 눌러댔다. 그녀는 전연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그녀를 앞서 간 많은 호스피스 환자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이미 시작한 죽음의 진행과정에서 뛰어내리고자 안간힘을 썼다. 항암치료를 거절한 온몸에 퍼진 암세포는 그녀의 심신을 장악하고 마치 마지막 칼을 휘두를 듯 그녀를 채찍질 했다. 몸은 죽어가더라도 정신력은 유지할 거라고 잘못알고 호스피스를 찾아온 그녀의 정신력이 쇠퇴하고 있었다.

온 몸에 전이된 암 덩어리는 커져가는 데 원인이 된 초기의 암이 그녀 몸의 어느 곳에 자리하고 있는 지 찾아내지 못한 의사의 잘못이라고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 하소연은 호스피스 팀 전체를 실망케 하였다. 정석적인 이론대로 죽음을 준비하는 호스피스환자가 다른 많은 환자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보여주는 세속적인 사투의 현장을 지켜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매주일 한 번씩 와서 정원을 산책하거나 영화를 같이 갔던 자원봉사자를 거절하고 예약한 필하모니 티켓도 해약했다. 삶의 연장이라며 죽음을 겁내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나겠다던 그녀는 이제 죽음에게 심신을 맡겨야할 단계에 들어서서 급변한 것이다.

토요일 아침에 두 명이 경찰관이 호스피스를 찾아 왔다. 그녀가 전화로 부른 경찰관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제로 감금되어 있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자기를 다시 세상에 나가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담당의사가 불려왔고 목사님까지 동원되어 그녀를 안정시키기에 애를 썼다. 그녀의 정신적 변화는 뇌세포를 파괴하기 시작한 전이된 암세포가 원인일 것이라고 주치의가 추정을 했고 병동팀의 슈퍼비전을 담당하고 있는 심리학자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오는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녀의 재산을 물려받을 아들의 전 애인이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동안 유전자 검사에 의해 그녀의 아들이 부인의 손자라는 것이 증명되어 법적 상속자가가 되었고 젊은 여인은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법적 재산 관리자가 되었다. 부탁을 받아 준비를 했다며 장례의상과 오색의 자연석을 가져 왔다. 환자는 시시각각으로 의식이 희미해졌다. 유일한 혈연인 손자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조금씩 세상과 멀어져 갔다.

일주일간 휴가를 받아왔다는 며느리가 그녀 옆에 앉아 지켰다. 때때로 눈을 뜨고 그녀를 보다가 다시 의식을 잃어갔다. 젊은 여자가 북해의 섬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날 새벽에 부인은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담당 동료는 부인에게 귀한 손자를 낳아준 여자와 함께 사체목욕을 시킨 후 가져온 옷을 입혔다. 죽은 아들의 결혼식에 입겠다고 준비한 진분홍색 실크원피스였다. 연락을 받은 자원봉사자 두 분이 와서 고인의 유언대로 옷에 맞게 시신화장을 했다. 그녀가 누운 침대를 오색돌로 장식을 하고 한 다발의 장미꽃이 그녀 가슴위에 올려졌다. 열 시경에 영결식을 하게 되어 목사님이 피아니스트를 대동하고 도착했다. 피아노가 있는 거실로 부인이 누운 침대가 옮겨지자 병동 팀이 모였다. 부인을 아는 환자 몇 명도 휠체어에 실려 자리를 잡았다.

전주곡 ‘아일랜드 방랑자’가 피아노 연주로 영결식이 시작되었다. 목사님은 숄츠 부인과의 귀한 만남과 인연, 그리고 그녀의 전기를 소개했다. ‘내 인생은 내 손으로’실행하기 위해 스스로 찾은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향한 마지막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 운명에 순종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귀한 아들이 그녀를 버리고 떠났고 어디서 시작한지도 모르는 암이 온몸으로 퍼져 병마의 손아귀에 잡혔으나, 그 순간부터 결코 질질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고 죽음에 임하겠다고 생각하여 호스피스로 와서 귀한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죽음이 그녀를 데리고 갈 때까지 8개월 동안 준비를 했다고.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목사님이 아일랜드 방랑가를 독창했다. 방랑가의 구절구절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가는 인생을 역은 장시였다 . 3절까지 독창을 한 목사님이 4절을 같이 부르자고 제의하며 준비해온 가사를 나누어주었다. 우리 간호사 팀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합창을 했다.

2020년 1월 17일, 1154호 14-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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