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늦바람(2)

류 현옥

(이전호에서 이어집니다.)

아침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프레디가 방문객을 확인하기위해 발코니에 나갔다. 급하게 돌아온 그가 당황함을 보였다.

너의 예비 사위 같은데…

“우리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거로군! 이제는 어쩔 수 없어. 나는 집에 없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

다시 전화가 울렸다. 자동응답기가 시작하기 전에 전화는 끊겼다.

프레디는 자기가 가야한다고 말하고 우여 사는 잡친 기분을 되살릴 수가 없었다.

우 여사는 분통을 억제하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두 딸은 자주 말했다

“엄마 이제 우리걱정은 마! 많지 않은 연금이지만 기분 좋게 쓰고 고급음식집에도 가고 마음에 드는 옷도 사 입고, 여행이나 다녀! 돈이 모자라면 우리가 도와줄게.”

그녀는 그렇게 쉽게 말하는 정년기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생활에 적응을 해야 했다. 그런 중에 나타난 프레디는 하늘의 선물이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프레디 덕택에 조금씩 이루어져 갔다.

물론 딸들이 다 알 리 없는 과정이었다. 엄마에게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자와 의 피부 접촉을 통한 생의 환희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오랜 세월을 참고 온 성에대한 결핍증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도대체 생을 즐길 줄 모르는 오직 일만 아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한푼 한푼 아껴서 딸들이 필요하다면 스스럼없이 주었다. 혹시나 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할 가 피로해도 내색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우여 사는 두 딸이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알만한 나이로 세상살이를 조금쯤 경험한 성인들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큰딸은 아이를 키우며 근무하며 출장으로 집을 자주비우는 남편과 함께 살기에 그때의 우 여사 사정을 이해하리라 고도 생각했다.

우 여사가

“이제 나도 그동안 못한 성생활을 좀 즐겨야겠어!! 너희들도 찬성하지?”

하고 털어놓았어야 했을까?

당황한 프레디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우리 어디로든 나가자! 가까운 폴란드로 가서 점심은 생선 요리를 먹고 오다oda 강가를 걷다 오자! 부엌은 내가 치울 테니 가서 샤워하고 화장이나 해!”

오래 혼자 살은 경험으로 프레디는 부엌정리를 잘하여 우 여사의 점수를 땄다.

내가 이 나이에 남자 시중하게 생겼어? 이제는 편하게 호강 좀 해야겠어! 그녀가 혼자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그도 아는 듯 했다.

둘은 도망을 치듯 급하게 집을 떠났다.

그날 우 여사가 집에 앉아 둘째딸과 딸의 약혼자와 한자리에 앉아 여행에서 일어난 일의보고를 귀담아 들어주고

“그런 사소한 일로 그러니? 경험이야! 좋은 경험을 했어. 같이 살다보면 그런 일은 약과야!”

해가며 두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었다면 둘째 딸이 혼자 사는 어머니한테 돌아올 생각을 안했을 지도 모른다.

운명은 그녀에게는 희락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건가? 아니야 이제는 내가 결정하겠어!! 내운 명은 내손으로 움직이겠어! 오직 나만을 위하여 싸우겠어!! 아무도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만 인생의 중요한 긴 시간을 낭비 하지 않았던가! 생각만 해도 억울한 일이다. 딸들은 그녀보다 나은 인생을 살 것이다. 어디서 배운 것인지는 몰라도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이다. 늦지만 이제는 나도 딸들에게 배웠다고 큰소리로 대답하고 프레디는 나에게 귀중한 사람이라고 할 거야. 이 찬스를 놓쳐서는 안 돼! 언제 또 같은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경험을 통해서 알지만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거든!

우 여사에게 알 수 없는 투쟁력이 생겼다.

처음으로 친구한테 이야기를 했을 때 “네가 정신 나갔구나! 연하의 남자와 연애를 한다고? 너의 쭈글쭈글한 피부를 만지며 반한척하지만 너의 돈지갑에 반한거야

정신 차려! 나와 여행이나 같이 다니고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려 다니자!!” 했었다.

친한 친구는 “오 그래 말해봐! 첫날밤을 이미 치른 거야? 좋았어?”

하며 묻지 않았다.

우 여사는 지금 몸담고 있던 그녀의 세계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도 그녀의 되찾은 생의 환희를 축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그 친구와도 거리를 두었고 옛날처럼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아니었다.

둘째 딸이 약혼자와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소식을 그 친구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속사정을 펴 널어놓았을 것이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허락하지 않는 자존심이 앞을 가로막고 어려웠던 지난날의 기억들이 살아 나와 그녀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옛날처럼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 울다가 자다가 하지 않기로 했다.

발코니를 가득 채우고 있는 햇살이 그녀를 더욱 우울 하게했다.

이런 날은 비라도 주룩주룩 온다면 오히려 좋으련만… 비 오는 바깥을 내다보며 심사숙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옷을 입고 화장도 하지 않은 채로 밖으로 나갔다.

집 앞을 지나가는 버스에 올랐다. 창밖을 스치고 지나가는 밝은 햇볕아래 막 피고 있는 수선화를 보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꽃이다.

노란 꽃잎에 싸여 꽃송이 한복판에 진하게 모여 있는 황색을 그녀는 좋아했다.

인도를 따라 심은 다른 화초들도 이제 곧 봄맞이를 할 것이다.

그녀는 버스의 마지막 정거장에 내려 운하가 시작되는 곳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덥히기 시작할 무렵이면 그녀는 운하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끝)

2020년 3월 13일, 1162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