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속의 언어 – (2)

문학작품속의 사건과 인물들은 세계 공통어가 되어 일상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황만섭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샤일록은 돈이 필요한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준 후, 제때에 갚지 못했다며 차용증서에 쓰인 대로 살점 1파운드를 베어낼 것을 요구하자, 재판관 포셔는 “살을 베어내되 피가 나오지 않도록 살만 1파운드를 베어가라”는 판결을 내린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돈 관계를 어떻게 모질게 다루었는지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이 지독한 유대인 샤일록의 표상은 예나 지금이나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없어지거나 좋아지지 않고 지금도 우리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 그 위력을 발휘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태리 베로나에서 펼쳐지는 청춘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몬태규 집안의 로미오는 로잘린의 사랑을 얻지 못해 깊은 상심에 빠져 있었고, 이를 가엾게 여긴 친구들이 캐퓰렛 집에서 열리는 연회에 가면, 혹시 새로운 여인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권유한다. 케퓰렛 집안은 몬태규 집안과는 철천지원수지간이었다.

로미오는 친구들과 함께 캐퓰렛 집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해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줄리엣의 어머니는 딸이 파리스 백작과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줄리엣은 로미오를 보자마자, 순례자를 보는 듯한 존경심이 울어났고, 로미오의 눈에 비치는 줄리엣은 가슴떨리게 하는 아름다운 천사였다.

로미오는 자신의 거칠고 천한 손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줄리엣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걱정했고, 또 자신의 죄지은 입술이 어떻게 저처럼 성스러운 입술에 키스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망설이는 로미오에게 줄리엣은 “입술은 기도를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고, “그럼 기도를 통해 입술의 죄를 씻겠다”며 속으로 기도를 한 후 키스를 한다. “이제 내 입술의 모든 죄는 성스러운 키스를 통해 깨끗해졌다”고 자랑하는 로미오에게 줄리엣은 “이제 자기의 입술이 오염되었다”고 엄살을 부린다. 로미오는 “그럼 그 오염을 다시 가져가겠다”며, 두 번째 키스를 하자, 줄리엣은 눈을 감고 행복 속으로 빠져든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자기들 집안끼리 서로 원수로 산다는 것이 싫고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자기들의 성을 비꿔버리고 싶다”며 울부짖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속에는 현란한 언어들로 넘치고, 그 현란한 언어들은 다시금 찬란한 언어들로 되살아나 지금도 보석처럼 빛난다. 로렌스 신부는 뭔가 고백을 망설이는 로미오에게 “흐리멍덩하게 참회하면 흐리멍덩한 용서를 받을 뿐이다”고 다구쳤다. 로미오가 고백을 망설이는 것은 비밀결혼을 위한 주례 때문이었다. 로미오가 로잘린과 사랑을 할 때에 신부님은 로미오를 꾸짖었다. “애야, 사랑한다고 너를 꾸짖는 게 아니라, 미친 듯 흠뻑 빠져있으니까 나무라는 것이다”고 말했던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몬태규가와 캐퓰렛가 사람들은 서로 미워했고, 상대방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고,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심지어 일하는 하인들까지도 그랬다. 티볼트(사촌오빠)가 걸어오는 시비를 로미오가 끈질기게 참으면서, “우리 싸우지 말고 친하게 살자”고 간곡하게 사정하면서 피하자, 로미오의 비겁함에 화가 난 로미오의 친구(머큐쇼)가 싸움에 끼어들어 싸우다가 티볼트의 공격으로 죽자, 로미오는 친구의 죽음에 분통을 터트린다. 원래 티볼트는 로미오와 결투(칼싸움)를 할 만한 실력이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투를 시작했고, 로미오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자기 자신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티볼트를 찔렀다. 어찌되었건 그건 살인이었다. 성주는 추방명령으로 로미오의 죄를 비교적 가벼운 벌로 다스렸다.

줄리엣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오빠가 죽고, 세 시간 동안이나 그의 아내였던 내 사랑하는 님은 사람을 죽여 추방당한다고 한다. 둘 다 없으면 이 세상에 살 마음이 없구나” 이번 사건으로 로미오는 괴로웠고, 줄리엣은 로미오를 원망했다. 줄리엣은 슬퍼하다가 어느 순간 “아니야, 로미오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이 닥쳐 정당방위로 일어난 사고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자살를 결심한 로미오를 로렌스 신부는 “추방당해 나가 있으면, 어느 기회에 양가에 알려 정식결혼을 시켜주겠다”며 달랬다.

날이 새자, 두 사람은 슬픈 이별을 했고, 로미오는 만토바로 추방되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줄리엣의 부모는 패리스 백작과 줄리엣의 결혼을 서둘러 추진했고, 줄리엣은 “파리스 백작과의 결혼은 죽기보다 싫다”고 신부님께 호소했다. 신부님은 “한 가지 방법은 가사상태에 들어가는 약을 먹고 3시간 동안만 죽은 사람처럼 누어있으면 백작과의 결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는 그 동안 로미오에게 연락해 그가 찾아오면 마치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만나면 된다”며 줄리엣을 안심시켰다. 연락을 떠난 사람은 만토바에 유행한 전염병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 왔고, 3시간이 지나면 줄리엣은 무덤속에서 죽는다고 생각한 신부님은 서둘러 줄리엣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뛰었고, 파리스 백작은 줄리엣을 따라 죽겠다며 무덤을 향해 뛰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인편을 통해 어렵게 소식을 한 로미오가 허겁지겁 무덤에 도착했을 때, 먼저 도착한 파리스 백작이 몸을 숨겨 누군 인가를 살피다가 로미오가 나타나자 결투를 걸어왔고, 결투에서 파리스 백작이 죽는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살펴보던 로미오가 줄리엣의 시체를 보자, 로미오는 슬픔 속에 독약을 먹고 자살하고, 뒤늦게 잠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로미오가 죽어 있는 걸 보고 줄리엣도 자결한다. 한참 뒤에 도착한 양가의 부모들은 그 동안의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자기들의 반목 때문에 큰 비극을 낳았다며 후회하고 슬퍼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자식들은 말이 없었다. 양가의 부모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동상을 세워 자기들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반성하지만, 한번 죽은 자식들은 일어날 말이 없다.

돈 후안은 스페인 말이고, 돈 조반니는 이태리 말이다. 이름이 달라 서로 다른 사람처럼 들리지만 같은 사람이다. ‘돈 후안’은 민간전설에 나오는 인물로 스페인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1630년경에 쓴 비극 ‘세비야의 호색가’에서 문학적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한다. 희곡•소설•시 등에서 악당 주인공으로 나오며,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통해 인기를 모았고, 1888년에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최초의 교향시로 초연이 1889년 바이마르 궁전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는 대성공을 거둔다. 바로크 시대의 상상력이 제조한 허구적 인물 돈 후안은 당대부터 오늘날까지 세계 모든 권역의 문화에 영감을 주며 장수를 누리는 유명한 캐릭터다.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은 실존인물로는 카사노바가 지목된다. 돈 후안은 결혼하자며 여자를 유혹해 성관계를 맺고 난 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 다른 여자을 찾는 방탕아의 이야기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2020년 4월 17일, 1167호 22면